[DA:인터뷰②] ‘부부의 세계’ 김영민 “김희애, 숨만 쉬어도 금세 지선우 되더라”

입력 2020-05-25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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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②] ‘부부의 세계’ 김영민 “김희애, 숨만 쉬어도 금세 지선우 되더라”

대부분의 일이 그렇지만 드라마는 매우 분명한 팀플레이의 결과물 중 하나다. 화면에 비치는 배우들 외에도 그 뒤의 조명, 미술, 음향 등 다수의 인원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한 작품을 완성한다.

이에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거둔 성적 역시 연출과 극본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 뿐 만 아니라 수많은 스탭과 함께 만든 팀플레이의 결과물로 봐야 한다. 김영민 역시 이 작품과 함께 성공을 거둔 소감을 묻자 “대운(大運)이 왔다고 밖에 생각 할 수 없다. 정말 좋은 팀을 만났다”고 답했다.

“김희애 선배님이 종방연 때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처음에는 다 생경한 얼굴들이라서 걱정을 했었는데 그런 걱정을 사라지게 해줘서 고맙다’고요. 그 말을 듣고 저도 많이 공감했어요. 각자 맡은 역할을 잘 해줬죠. 연출을 맡은 모완일 감독님도 정말 대단했어요.”

김영민은 이번 작품에서 모완일 감독과 처음 호흡을 맞췄다. 그가 촬영장에서 겪은 모완일 감독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이 질문에 그는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있는 사람”이라며 높은 신뢰감을 보였다.

“‘부부의 세계’ 초중반에 시청률이 굉장히 잘 나오고 있었는데 보통 그런 흐름이 오면 현장이 들뜨게 마련이에요. 그런데도 늘 차분하게 분위기를 유지시켜 주셨어요. 그리고 배우가 슬픈 감정을 연기해야 하고 몰입해야 할 때는 눈에 닿은 모든 장애물들을 없애주셨죠. 그런 분위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졌어요. 절대 쉬운 일은 아니죠.”


이런 가운데 김영민은 극중 캐릭터 손제혁을 통해 많은 등장인물과 인상 깊은 장면들을 만들었다. 이태오(박해준)와 유치하고 치졸한 갈등을 펼쳐 시청자들의 헛웃음을 유발하는 한편, 지선우(김희애)와는 파격적인 베드신을 만들어 냈다.

“손제혁하고 이태오는 말 그대로 티격태격하는 관계였죠. 제혁은 태오에게 ‘저 못난 놈이 저런 완벽한 여자를?’이라는 시선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더 지선우를 바라보는 눈빛에 욕망, 욕구 같은 것들이 강조됐어요. 그래서 제혁과 태오의 싸움은 정말 지질하고 눈 뜨고 못 봐줄 정도의 유치한 구도가 됐죠.”

또한, 그는 손제혁과 지선우의 베드신 뒷이야기도 전했다. 이 베드신은 ‘부부의 세계’가 왜 다른 불륜 소재 드라마와 차별화 되는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그리고 이 베드신 이후 ‘부부의 세계’는 파격적 혹은 문제작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작품이 됐다.

“그 장면에서 제가 노출을 해야 한다는 점도 굉장히 부담됐어요. 여기에 작가님이 대본에서 여성 주도적이면서도 서로 기 싸움을 하는 것 같은 장면을 원하셨어요, 지선우는 이태오를 무너뜨릴 수 있는 회계장부를 얻으려 손제혁과 자는 것인데, 1차적인 욕구가 보이면서 도덕적인 수치심도 담겨야 했어요. 다행히 모두가 어려운 장면이라고 생각해서 대화를 많이 나눈 뒤에 촬영을 했는데 정말 제혁스러운 장면이 만들어 졌어요.”

김영민은 그에게 오뚝이라는 묘한 별명을 남긴 이 장면은 물론 극의 주요 고비마다 김희애가 자리하고 있었음을 상기시켰다. 그는 김희애에 대해 “내게 깨달음을 준 배우”라고 말했다.


“김희애 선배는 당연히 잘 하실 거고 저도 굉장히 기대했어요. 극 중반에는 정말 완벽함 그 이상을 보여준 것 같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지선우를 유지했고 나중에는 더 깊어졌어요. 숨만 쉬어도 지선우가 되는 것 같았죠.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어쩌면 쉽게 연기하려고 했던 제게 큰 깨달음을 주셨어요.”

이후 김영민은 김희애 외에도 ‘부부의 세계’ 주요 배역들을 연기한 배우들의 자랑을 늘어놨다. 그가 ‘부부의 세계’라는 팀의 일원이었음을 얼마나 뜻깊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저도 시청자 입장에서는 지선우에게 공감했고 또 많이 배웠지만 우리 팀은 모두 한 명 한 명 제 역할을 잘 해줬어요. 과거 웹 드라마에서 만났던 심은우가 이번에 보여준 발전된 모습도 좋았고 지금 시청자들이 제일 무서워 한다는 이학주도 너무 잘했고요. 특히 이무생도 시청자들의 따뜻한 사랑을 받는 것 같아 좋아요. 제가 ‘사랑의 불시착’ 때 그런 사ㅏㅇ을 받아봐서 어떤 기분인지 알거든요.”

누군가는 실패에서도 배울 것이 있다지만, 그래도 성공을 거뒀을 때 배우는 것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김영민은 소위 연타석 홈런을 쳤다. 그가 이 성공의 경험에서 느낀 건 자만이 아닌 다른 무엇이다.

“어쩌면 배우로서 이런 순간이 다시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지금은 시청자와 소통했다는 것이 정말 좋아요. 과거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 ‘네가 하고 싶은 일이니 잘 해봐라’라며 묵묵히 지켜봐 준 주변 친구들에게도 고맙죠. 그리고 저를 지금 알아봐 주시는 분들에 대한 감사함도 있어요. 뭐랄까 저와 함께 우리 시대의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는 지인들이 늘어가는 느낌이 들어요. 배우로서 굉장히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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