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어쩌면 해피엔딩’ 전미도 “내 생애 마지막, 욕심 한 번 더 부렸어요”

입력 2020-09-09 20: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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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슬기로운 생활’ 끝난 후 전미도는 휴식기를 가지려 했었다. 하지만 드라마를 통해 큰 인기를 얻었던 전미도를 업계에서 가만히 내버려둘 리가 없었다. 많은 작품 제안을 받았지만 그 중에서 전미도가 유난히 욕심나는 것은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었다. 초연부터 앵콜까지 함께 해온 공연이어서 남다른 애정이 있었고 ‘어쩌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공연을 하면서 신인 배우들이 하면 잘 어울리는 공연이라고 생각했어요. 로봇이 순수하니까 신인 배우들이 하기에 너무 좋은 작품이거든요. 그래서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욕심을 한 번 더 부려서 하게 됐어요.”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사람을 돕는 로봇, 일명 ‘헬퍼봇’ 중 오래되어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이들이 사는 곳에서 만난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작동이 완전히 멈추기 전 꼭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 로봇이지만 올리버와 클레어는 ‘슬픔’, ‘사랑’ 등 인간들이 느끼는 감정 등을 하나, 둘씩 배우기 시작한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2014년 우란문화재단 기획개발을 시작으로 2015년 트라이아웃 공연 전 회차 매진, 2016년 초연에 관객 평점 9.8이라는 높은 기록에 이어 2018년 제 2회 한국 뮤지컬 어워즈 6개부문(극본/작사상, 작곡상. 여우주연상, 연출상, 프로듀서상, 소극장 뮤지컬상), 제 6회 예그린 뮤지컬 어워드 4개 부문(올해의 뮤지컬상, 음악상, 연출상, 여자인기상)을 석권하며 대중성은 물론 작품성까지 인정받은 작품이다.


전미도는 ‘어쩌면 해피엔딩’에서 헬퍼봇5에겐 없는 사회적 기술을 갖춘 ‘헬퍼봇6’이자 옛 주인들의 이별 과정을 본 탓에 ‘관계’에 관해 냉소적인 ‘클레어’ 역을 맡았다. 사람이 아닌 로봇 연기를 해야 하는 점에 대해 “초반에는 로봇이라는 것을 배제하고 드라마가 갖고 있는 감정선과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연습을 했고 공연을 하며 그 위에 로봇 연기를 입혔다”라며 “그러다 보니 초연 때와 지금 변화된 지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냥 사람이었다면 누군가를 걱정한다든지 아프다든지 등 감정을 더 진하게 표현하면 되는데 로봇이니까 어떻게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클레어에게는 감정이 낯선 것이라 왜 이런 감정을 일어나는 것인지 생각하는 것에 중점을 두면서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초연부터 참여했던 터라 이 공연에는 전미도의 손길이 묻어나 있다. 그는 “‘터치 시퀀스’라고 클레어와 올리브가 처음 접촉을 하며 감정을 느끼는 장면이 있다. 대본 지문 상에도 ‘만진다’, ‘껴안는다’가 있었다. 그런데 첫 워크숍 때 배우들에게 느껴지는 대로 해보라고 했다. 그래서 당시 정욱진과 함께 그 장면을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걸 기초로 안무 선생님이 안무를 짜서 한 장면이 탄생했다”라고 말했다.


“이 공연을 하기 전에 우연히 외국에 사는 두 사람이 일상생활을 로봇처럼 살아가는 걸 영상으로 담은 걸 보게 됐어요. 너무 신기하고 좋아서 저장을 했다가 이 공연을 하게 된 후에 그 영상을 많이 참고했어요. 그리고 올리버와 클레어가 첫 키스를 하는 장면은 아기들이 뽀뽀를 하고 ‘까르르’ 웃는 장면을 많이 봤고요. 두 로봇은 그런 경험이 처음일 테니 비슷한 느낌일 거라 생각했어요. 그렇게 제가 만들어간 장면들이 지금까지 연출에 반영된 것을 보면 조금 어깨가 으쓱하기도 해요. (웃음)”

이 작품을 통해 전미도가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은 ‘상대를 향한 배려’였다. 그는 “요즘은 ‘내’가 싫어서 헤어지고 ‘내’가 상처받는 게 싫어하는 감정이 만연한 세상 같다. 그런데 여기 주인공들은 상대방이 고통스러운 것에 마음을 더 아파한다. 사람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라 멋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만이 할 수 있는 사랑의 모습이라서 감동적이다. 후반부에서 올리버와 클레어가 기억을 지우자고 말하는 것 또한 서로를 향한 배려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누가 기억을 지웠을까에 대해서는 관객들의 판단에 맡기는 편이다. 또 다른 열린 결말이니까. 나 같은 경우는 클레어만 기억을 지웠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야 ‘어쩌면 해피엔딩’이라는 제목과 맞는 것 같아서. 올리버만 기억을 갖고 있어 클레어는 그렇지 않은 것이 조금 더 세련된 결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전미도는 올해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통해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덕분에 ‘어쩌면 해피엔딩’의 개막 소식이 전해졌을 때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 역시 공연 중에 그런 인기를 실감했다고 전했다. 전미도는 “그간 공연이 많은 사랑을 받아서 여러 번 보시는 분들이 꽤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처음 보시는 분들만의 특유의 반응이 꽤 많이 느꼈다. 그래서 대중 분들이 많이 오셨다는 걸 느꼈다”라고 말했다.

그 동안 공연에만 전념했던 전미도는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연기자로서도 전환점을 맞게 됐다. 단순히 무대 배우의 TV출연으로 얻은 유명세가 아닌 한 길만 달려온 연기자가 새로운 길을 발견해 다른 기분으로 다시 달리는 것과도 같았다.

그는 “‘닥터지바고’(2018)가 끝나고 생각이 많아지고 성장이 멈춘 느낌이 들어 공연과 조금 거리를 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드라마 오디션 제안이 들어왔고 촬영을 경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드라마 ‘마더’랑 영화 ‘변신’을 잠깐 찍고 나서 ‘슬기로운 의사생활’ 오디션 제안이 들어왔다. 잠깐 나와서 찍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참여를 했는데 일이 커져버렸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으로 치유를 많이 받았어요. 예전엔 드라마 현장이 굉장히 힘들다고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낮밤이 바뀌는 것을 제외하고 현장에 계신 감독님, 작가님, 스태프들이 너무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셔서 치유 받으며 촬영을 한 것 같아요. 드라마 덕분에 다시 공연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작품 성격상 귀엽고 해피 엔딩을 끝났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다시 공연장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전미도는 연말 ‘슬기로운 의사생활2’ 촬영을 앞두고 있다. 그 외에 차기작에 대해선 계획은 따로 없고 연이 닿는 작품을 할 거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공연은 놓치지 않을 것이라 답했다. 그는 “연기자로서 마지막으로 설 수 있는 곳은 무대가 되길 바란다”라며 “여전히 배우들과 공연을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고 거기서 힘을 얻는다”라고 말했다.

작품 선택 기준에 대해 “아무래도 제일 중요한 것은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중요하다. 정답을 이야기해주는 극보다는 질문을 던지는 극을 더 좋아한다.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그런 작품을 선택하더라”며 “그 다음에는 캐릭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전 작품과는 다른 것을 많이 하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뮤지컬을 하면 그 다음 작품은 자연스레 연극이 되는 이런 흐름이 있다”라고 말했다.

“제가 생각할 때 부조리하다고 생각하거나 더 나은 방향으로 갔으면 하는 주제가 누군가가 이야기해주면 좋겠다는 생각해요. 또 요즘은 자극적인 주제가 되게 많잖아요.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것은 이미 많으니 밝고 아름다운, 제가 좋아했던 따뜻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스스로를 운이 좋다 말하며 너무 감사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한 전미도는 “몸이 열 개라면 다 하고 싶다”라며 작품에 대한 도전의식을 붙태웠다. 그는 “어렸을 적 마흔이 된 나를 생각했을 때 이런 모습이라고 상상할 수 없었다. 이렇게까지 꿈꾸지도 않았다”라고 말했다.

“매번 작품을 제안 받을 때마다 기적 같고 감사해요. 처음 배우를 꿈꿨던 대학시절을 생각하면 지금 상황이 너무 감사해요. 물론 저도 사람인지라 공연하기 싫은 날도 있거든요. 그럴 때마다 대학생 때 제 모습을 생각해요. 그러면 눈물겹게 감사해요. 그런 마음을 잃지 않고 이 일을 잘해내는 배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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