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뿐인 영광…더 특별한 코리안더비

새로 제작한 코리안더비 트로피. 고려시대 청자 마상배를 테마로 디자인했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15일 서울경마공원서 최강 국산 3세마 가린다

대통령배·그랑프리와 3대 레이스
총상금 무려 8억원…국내 최고액
청자마상배 모티브로 트로피 제작
정기환 마사회장 “축제의 장 될것”

한국경마 최고의 하이라이트 경주 중 하나인 ‘코리안더비’(GI, 1800m)가 15일 오후 4시20분 제8경주로 서울경마공원에서 열린다.

올해 25회인 ‘코리안더비’는 국산 3세마 중 최고를 가리는 레이스다. 연말에 열리는 ‘대통령배’나 ‘그랑프리’ 경주가 연령이나 산지 제한이 없는데 비해 ‘코리안더비’는 연령(3세)과 산지(국내산)를 정해 진행한다. 따라서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해외에서 태어났거나 3세마가 아니면 도전 자체가 불가능하다. 아무리 실력이 좋은 경주마라도 마생(馬生)을 통틀어 단 한번만 참가할 수 있어 의미가 남다르다.

또한 데뷔 후 착실하게 실력을 쌓아온 경주마의 마주에게는 ‘대통령배’나 ‘그랑프리’와 동일한 국내 최고 총상금 8억 원이 걸린 꿈의 무대이기도 하다. 특히 혈통 스포츠인 경마에서 새로운 명마를 탄생시켰다는 명예와 자부심은 가치를 따지기 어려운 영광이다.

‘코리안더비’의 ‘더비’는 1789년 영국 더비 백작이 3세마들을 모아 개최한 경마대회 엡섬 더비(Epsom Derby)에서 유래됐다. 미국은 1875년 이를 모방해 5월 우승마에게 장미 화환을 목에 걸어주는 ‘켄터키더비’를 만들었고, 이를 포함한 3대 주요 경기를 모두 우승하면 ‘트리플 크라운’이라는 명예를 부여했다.

우리나라 역시 ‘코리안더비’와 ‘KRA컵마일’(GⅡ, 1600m), ‘농림축산식품부장관배’(GⅡ, 2000m)를 모두 석권하면 ‘삼관마’라는 영예를 얻는다. 지금은 경마 외에 축구나 야구에서도 흔히 라이벌 빅매치를 가리켜 ‘더비’란 말을 쓴다.

한국마사회는 올해 한국경마 100년을 맞아 ‘코리안더비’를 더 특별하게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 장거리 최고의 국산마를 가리는 ‘대통령배’, 국산·외산 통합 최강마를 가리는 ‘그랑프리’와 더불어 한국경마 3대 이벤트로서 ‘코리안더비’의 위상을 세우겠다는 것이 목표다.

그 일환으로 코리안더비 공식 엠블럼 발표에 이어 대회의 권위를 담은 트로피를 제작했다. 일명 ‘코리안더비 마상배’로 고대부터 전장에 나가는 장수가 말 위에서 왕에게 하사주를 받았다는 마상배를 모티프로 했다. 말박물관과 최용훈 작가가 2019년 ‘그랑프리 마상배’에 이어 이번에도 함께 디자인했다. 말박물관에 있는 고려 청자마상배를 모티브로 했다. 18K 도금 컵의 입 부분은 8개의 꽃잎 모양이며 컵 정면에 훈민정음체로 적힌 ‘코리안더비’의 왕관을 쓰고 있다. 양 측면에는 국산 3세마를 상징하는 무궁화 세 송이가 아름답게 부조되어 있다. 말과 인간을 연결하는 의미의 재갈 4조가 컵과 좌대를 연결하고 편자가 하부에 장식했다. 월드컵처럼 세리모니를 위한 대형 컵 외에 생산자와 마주, 조교사, 기수에게도 축소된 같은 모양의 트로피가 각각 수여된다.

정기환 한국마사회장은 “한국경마 100 년을 맞아 구름 같은 관중이 경마장에 몰려들어 경마를 즐겼다는 백여 년 전 기사를 보니 감회가 새롭다”며 “옛날 국민들을 신나고 설레게 했던 축제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봄날의 코리안더비를 준비했는데 많은 분들이 방문해 새로 만든 코리안더비 트로피가 국내 최고의 3세마에게 수여되는 순간을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