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상”이라는 정주현, “귀 기울여 줘 고맙다”는 정근우

입력 2020-02-23 17: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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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정근우(왼쪽)와 정주현. 사진제공|LG트윈스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는 경쟁 관계 속에서 두 손을 맞잡았다. LG 트윈스 2루수 듀오 정근우(38)와 정주현(30)은 팀 시너지를 극대화하는데 뜻을 함께하는 중이다.

어쩔 수 없이 서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관계다. 정주현은 2018~2019시즌을 통해 간신히 꿰찬 주전 2루수 자리를 지키고 싶고, 정근우는 모처럼 되찾은 2루 출전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공존’ 자체로도 확실한 동기부여다. LG 류중일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에서 치르는 1차 스프링캠프에서 대부분의 훈련을 함께 소화 중인 둘의 동행을 만족스러운 시선으로 지켜보는 이유다.

정주현은 전화위복의 자세를 취했다. 2019년 2차 드래프트로 영입한 정근우는 정주현에게 ‘날벼락’과도 같았다. 잠시라도 긴장을 늦추면 선배에게 자신의 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다. 하지만 벽을 세우지 않았다. 오히려 정근우를 둘도 없는 ‘길잡이’로 여기는 중이다. 서글서글한 성격의 정근우도 낯을 많이 가리는 정주현에게 친근히 다가와 줬다. 그래서 정주현은 정근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놓을 때마다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

LG 정주현. 사진제공|LG트윈스


“캠프에 와서 (정)근우 형과 많이 친해졌다. 고맙게도 항상 형이 먼저 다가와 준다”고 털어놓은 정주현은 “근우 형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 야구에 대한 마인드에 대해 조언을 많이 해주는데, 특정 상황에서 어떤 생각을 해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세한 부분들을 많이 알려준다”고 미소 지었다. 그는 이제 정근우를 두고 “너무 고마운 나의 우상이자, 선배이자, 좋은 형”이라고 말한다.

정근우도 같은 포지션 후배에게 못내 마음이 쓰인다. 열린 마음으로 자신과 소통하는 정주현이 내심 기특하다. 정근우는 23일 “LG에 와서 (정)주현이를 직접 보니 배팅, 주루, 수비 등에서 더 많은 장점들이 보였다”며 “아직 경험이나 본인에 대한 자신감, 신뢰가 부족해서 본인의 실력을 100% 못 보여주는 것 같다. 그것만 채워진다면 훨씬 대단한 선수가 될 자질이 충분하다고 생각된다”고 독려했다.

LG 정근우. 사진제공|LG트윈스


이어 “주현이는 항상 내가 이야기를 해줄 때 정말 열심히 들어줘서 고맙다”며 “경쟁자가 있다는 것은 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기회다. 주현이로 인해 동기부여가 많이 된다”고 반겼다.

하지만 쉽게 양보할 생각은 없다. “전성기 때는 2루 자리가 당연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돌아본 정근우는 “2년 정도 떨어져 있으면서 소중함을 많이 느꼈다. 다시 2루수로 돌아온 만큼 당연한 자리가 아닌 소중한 자리인 것을 깨닫고, 더더욱 실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정주현도 주전을 향한 은근한 열망을 드러냈다. 그는 “물론 잘해야 기회가 오겠지만, 개인적인 목표는 전 경기 출장”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순발력, 순간 스피드를 높일 수 있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는 그는 “30도루 이상을 기록하고 싶다. 지난해보다 타율, 출루율이 기본적으로 높아야 가능한 일”이라며 발전 의지를 불태웠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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