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적 100%보다 꾸준한 80%” 신의 한 수 된 LG 정찬헌의 선발변신

입력 2020-06-04 21: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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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정찬헌. 스포츠동아DB

LG 트윈스 정찬헌(30)은 지난해까지도 필승계투조의 한 축으로 더 익숙했다.

2018시즌에는 뒷문을 지키며 27세이브를 따내기도 했다. 빠른 공의 구위 하나만으로도 필승계투조의 한자리를 맡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류중일 LG 감독이 정찬헌의 선발투수 변신 소식을 전했을 때 파격이라는 평가가 나온 이유도 이 때문이다.

최일언 LG 투수코치는 고질적인 허리 통증으로 연투에 부담을 느끼는 정찬헌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고, 류 감독에게 선발 전환을 제안했다. 정찬헌도 이를 흔쾌히 받아들이고 스프링캠프 기간 내내 수업을 받았다. 오랫동안 가까이 하지 않았던 보직. 그러나 살아남기 위해선 어떻게든 움직여야 했다. 일생일대의 모험이자 기회를 잡았다.

“시행착오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처음에는 투 피치 투수였다. 그 자리에 머물렀다면, 지금의 나는 없을 것이다.” 정찬헌의 회상이다.

이 선택, 지금까진 대성공이다. 정찬헌은 4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이른바 ‘인생투’를 선보였다. 7이닝 동안(94구) 3안타 2볼넷을 허용했지만, 무려 11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팀의 11-0 완승을 이끌며 2승째(1패)를 따냈다.

과거에는 투구 패턴이 단조롭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이제는 그야말로 선발투수 답게 팔색조로 진화하고 있다. 4일에는 최고구속 144㎞의 포심패스트볼(포심·23개)과 투심패스트볼(투심·16개), 포크볼(25개), 커브(17개), 슬라이더(13개)의 5개 구종을 적재적소에 섞어 던지며 물이 오를 대로 올랐던 삼성 타선을 잠재웠다.

특히 너클커브와 포크볼의 움직임이 기막혔다. 삼성 타자들은 손 쓸 틈조차 없이 돌아서야 했다. 11개의 삼진을 솎아낸 결정구도 커브(6개)와 포크볼(4개)이 대부분이었다(투심 1개). 정찬헌은 “오늘은 커브가 생각대로 들어갔다”며 “등판할 때마다 가장 좋은 공 위주로 쓰려고 한다. 커브와 포크볼을 위닝샷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의 구위가 100%는 아니다. 그러나 정찬헌은 “100%가 베스트라면 지금은 80% 정도”라면서도 “의도적으로 100%를 노리진 않는다. 80%를 얼마나 꾸준히 던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최대한 정확하게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운영 능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선발투수의 마인드다.

마지막까지 ‘팀 퍼스트’를 외쳤다. 본인이 선발등판한 4경기에서 팀이 3승1패를 기록한 것을 두고도 “내가 원했던 부분”이라며 “내가 나가면 잘 풀릴 수 있겠다는 느낌을 주고 싶다”고 바랐다.

류 감독은 물론 배터리 호흡을 맞춘 유강남도 정찬헌의 투구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류 감독은 “정찬헌이 선발투수로서 특급 피칭을 했다”고 치켜세웠고, 유강남은 “(정)찬헌이 형이 수술과 재활로 고생했던 것을 알고 있기에 더 집중해서 좋은 호흡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했다. 형이 정말 좋은 투구를 해서 힘을 주고 싶었는데, 타격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와 기분 좋다”고 활짝 웃었다.

잠실|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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