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클래스! 롯데의 하이라이트엔 언제나 이대호가 있다

입력 2020-06-0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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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투수로 입단했던 소년은 곧장 타자로 전향했고, 두 번째 시즌 만에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전국구 타자’가 되는 데 필요했던 시간은 정확히 4년이었다. 그리고 19년 뒤인 2020년까지 여전히 팀의 중심이자 해결사다. 이대호(38)는 언제나 롯데 자이언츠의 하이라이트다.

롯데는 5일 사직 KT 위즈전에서 6-4로 승리했다. 최근 3연패 탈출이자 KT 상대 4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아울러 KT 선발 김민수를 3.1이닝 만에 강판시키며 5월 5일 개막전(수원 KT)부터 이어진 26연속경기 상대 선발투수 5이닝 이상 허용 불명예도 깼다.

이 기록이 말해주듯 그간 롯데 타선은 지긋지긋한 슬럼프에 시달렸다. 개막 5연승으로 구도부산에 다시 불을 지피는 듯했던 롯데 타자들은 거짓말처럼 집단 슬럼프에 빠졌다. 5월 14일부터 6월 4일까지 19경기에서 팀 타율 0.224, OPS(출루율+장타율) 0.609로 리그 꼴찌였다. 그러면서 허문회 감독의 적극적인 승부 주문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같은 기간 이대호는 외로운 싸움을 했다. 그 19경기에서 이대호는 타율 0.338(71타수 24안타), 11타점, OPS 0.823으로 분투했다. 그러나 이대호 앞뒤로 타자들이 나란히 침묵하며 득점은 3개에 불과했다. 이 기간 34차례 출루했던 이대호가 홈을 세 번 밟았으니 심각성이 드러난다.

결국 이대호가 해결사로 나섰다. 3-4로 뒤진 7회말 2사 1·3루 찬스에서 KT 주권의 실투성 체인지업을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겼다. 시즌 3호포가 가장 필요한 순간에 나온 것이다.

이대호는 2004년 132경기에서 20홈런을 기록하며 주목받았고 2006년 타격 3관왕에 오르며 국가대표 타자가 됐다. 2010년에는 타격 7관왕에 등극해 리그를 평정했고, 2012년 일본프로야구에 진출, 이후 미국 메이저리그를 거쳐 2017년 롯데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입단 20년차. 5년간 팀을 떠났지만 마음은 언제나 거인군단의 일원이었다.

지난해 생애 최악의 부진을 겪은 뒤 모든 것을 내려놓고 2020시즌을 준비했다. 지독한 체중감량으로 몸을 만들었고 1루수 미트를 끼는 시간도 훌쩍 늘어났다. 그러자 타석에서 보이는 위압감은 모두가 알던 이대호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롯데 영광의 시기에는 언제나 이대호가 있었다. 올해도 이대호는 그 순간을 다시 만들려 한다.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낸 5일 경기 역전승이 그만큼 값졌던 이유다.

경기 후 이대호는 “그동안 내가 못해서 팀이 패하고 타선 슬럼프가 오는 것 같아 미안했다. 겉으로 보이는 타율이 좋더라도 난 4번타자다. 팀이 필요할 때 쳤더라면 결과가 달랐을 텐데 내가 부족했다”며 “아직 120경기 가까이 남았다. 팬들 기대에 부응할 시간은 많다”고 다짐했다.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을 증명하고 있다. 연봉, 이름값, 커리어 등 모든 것을 제쳐두고 냉정히 현재만 봐도, 이대호는 여전히 롯데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다. 롯데는 아직 이대호를 놓아줄 준비가 되지 않았다.

사직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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