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으로 한국 밟은 강정호, 누가 그의 사과를 원할까

입력 2020-06-0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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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한국에 돌아왔지만 그게 곧 KBO리그 유니폼을 다시 입을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강정호(33)는 팬들 앞에 고개를 조아렸지만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어떠한 사과에도 여론이 바뀌긴 어려울 전망. 과연 강정호의 사과를 원하는 사람이 있긴 할까.

강정호는 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틀 전인 3일 에이전시 리코스포츠에서 밝힌 대로 별도의 기자회견 없이 공항을 빠져나갔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해외 입국자의 경우 공항에서 가족 외 인원과 접촉 자제를 권하고 있다. 강정호는 공항을 빠져나가면서 취재진 앞에 몇 차례 고개를 숙였다. 기자가 아닌 야구팬들을 향한 사과였다.
강정호의 세 번째 사과다. 2016년 12월 음주운전 적발 직후 경팔조사를 받은 뒤 “죄송하다. 야구로 보답할 일 밖에 없는 것 같다”는 궤변을 던진 게 그 처음이었다. 과거 두 차례 음주운전 적발 이력이 밝혀지며 ‘삼진 아웃’에 걸렸지만, 미국 메이저리그 생활이 더 어려워지자 KBO 복귀 의사를 타진했다. 선수 본인이 복귀신청서를 제출하자 KBO는 5월 25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복귀시 1년간 자격정지 및 봉사활동 300시간의 경징계를 내렸다.

강정호는 상벌위 결과 발표 후 10분도 지나지 않아 에이전시를 통해 다시 한 번 사과문을 냈다. 기다린 듯 발표한 사과문에는 “야구로 보답” 따위의 말장난은 없었다. “말할 자격이 없는 것을 알지만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야구를 하고 싶다. 죽는 날까지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며 2016년 당시보다 조금 더 진정성을 보였다.
그리고 입국장에서 고개를 숙인 게 세 번째 사과다. 이제 강정호는 네 번째 사죄를 앞두고 있다. 2주 자가격리 조치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방식 등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진심을 드러낼 생각이다. 어쩌면 너무 늦은 선택이다. 만약 KBO리그 복귀 의사가 있었다면, 상벌위 개최 이전에 팬들 앞에서 용서를 구하는 게 먼저였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상벌위의 징계가 생각보다 무겁지 않자 곧바로 귀국하는 것으로 볼 여지도 충분하다. 앞선 세 번의 사과로도 바뀌지 않은 시선이 기자회견을 통해 갑자기 달라질 리는 만무하다.
음주운전은 명백한 범죄다. 강정호의 사과는 KBO리그 복귀 여부 따위와 무관하게 속죄 자체의 역할을 해야한다. 하지만 그토록 미뤄왔던 사과를 복귀 선언 이후 몰아서 하고 있다. 이러한 사과에 진정성을 느낄 이가 몇이나 될까.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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