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류중일 감독의 은밀한 취미는?

입력 2020-07-08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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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감독 류중일. 스포츠동아DB

혹시 아침에 한강공원에서 운동하는 부지런한 사람들이라면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을 만났을지도 모르겠다. 워낙 빨리 스치듯 지나가는 데다 인적이 드문 시간에 움직이기 때문에 ‘설마 그 사람이?’하고 뒤늦게 알아챌 수도 있다. 류 감독은 시간이 날 때마다 한강공원에서 은밀한 취미를 즐긴다. 놀랍게도 젊은 사람 취향의 인라인스케이트다.

홈경기가 있을 때는 오전에 한강 근처로 나가 인라인스케이트로 스트레스를 푼다. 한때는 사이클도 탔지만 지금은 종목을 바꿨다. “집에 있으면 심심하니까 자주 나간다. 맑은 공기도 마시고 달리면서 스트레스도 푼다”고 털어놓았다. 운동신경이 뛰어난 류 감독은 롤러스케이트로 시작해 인라인스케이트로 전환했다. 롤러스케이트를 시작한 계기는 야구 때문이었다.

“어릴 때 운동을 잘하려면 하체와 발목이 좋아야 한다고 들어서 롤러스케이트를 시작했다.
자갈밭도 많이 뛰었지만, 대구 수성못 근처에서 롤러스케이트를 많이 탔다”고 돌아봤다. 그가 추천하는 인라인스케이트 최적의 장소는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근처.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유명한 곳이지만, 류 감독은 그 곳을 일부러 피한다. 대중에게 얼굴이 노출된 신분이다 보니 최소한 취미생활만큼은 혼자서 즐기고 싶어서다.

매일 경기가 있고 시즌이 긴 프로야구 감독들에게는 경기 후 스트레스를 풀 적당한 휴식과 운동, 취미가 필요하다. 물론 말처럼 쉽진 않다. 과거에는 많은 감독들이 술로 스트레스를 달래거나 간혹 골프를 쳤지만, 요즘은 방에 틀어박혀 지내는 경우가 더 많다. 특히 성적이 나쁜 팀의 감독은 주변의 눈이 무서워 외출마저 쉽지 않다. 그나마 시간을 낼 수 있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취미는 등산 정도지만, 근처에 산이 있어야 가능하다.

해태 타이거즈 시절 김응용 감독은 등산이 유일한 소일거리였다. 시간이 날 때마다 산을 탔다. 큰 걸음으로 산길을 성큼성큼 걸으면 마주치는 사람들도 그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혹시 아는 체를 해도 대답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갔다. 장상에 도착하면 허공에 한참동안 욕을 한 뒤 하산했다고 한다. ‘왜 그랬냐’는 질문에 그는 “다른 사람에게 얘기를 하면 선수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돼서 팀에 도움이 되지 않지만, 허공에다 하면 누구도 안 듣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매일 승패의 책임을 지는 감독은 경기마다 지시를 이행하지 못한 선수와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이를 대놓고 표현하면 팀 분위기는 엉망이 되고 신뢰관계도 깨진다. 그렇다고 혼자 가슴에 쌓아두면 병이 된다. 어떤 식으로든 스트레스는 풀어야 하는데, 전 국민이 핸드폰을 들고 다녀 감시자가 될 수 있는 지금, 마음 놓고 편한 시간을 보낼 장소는 많지 않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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