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타점 폭식’ 키움 김하성의 해결사 본능, ‘납득’이 시작됐다

입력 2020-08-05 21: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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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 4회말 2사 만루 키움 김하성이 2타점 중전 안타를 쳐낸 뒤 기뻐하고 있다. 고척|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강팀과 약팀은 상대가 흔들릴 때 그 틈을 얼마나 집요하게 파고드느냐로 갈린다. 김하성(25·키움 히어로즈)은 KT 위즈가 흔들리는 찰나를 놓치지 않고 시즌 두 번째 5타점 경기를 펼쳤다. 키움이 강팀인 이유를 증명한 데 이어 개막 전 자신을 채찍질하기 위해 내걸었던 목표에도 한층 가까워졌다.

키움은 5일 고척 KT전에서 12-3으로 승리했다. 양 팀이 나란히 2실책씩 기록하는 어수선한 흐름이었는데, 키움 선발투수 최원태는 흔들리지 않고 7이닝 3실점(2자책)으로 시즌 6승(4패)째를 챙겼다. 시즌 최다 6연승 행진 중이던 KT는 실책쇼로 자멸했다.

해결사는 김하성이었다. 시작은 0-0으로 맞선 3회말이었다. 선두 박준태가 3루수 황재균의 아쉬운 수비가 빚어낸 내야안타로 출루했다. 뒤이어 서건창의 타구를 잡은 박경수가 실책을 범하며 무사 1·2루 찬스가 찾아왔다. 상대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먼저 달아나지 못하면 경기 초반 흐름이 꼬일 수 있었다. 해결사는 김하성이었다. 볼카운트 1B-1S에서 KT 선발 김민수의 몸쪽 속구(137㎞)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시즌 18호 아치.

한 번 달아오른 방망이는 식지 않았다. 키움은 3-0으로 앞선 4회말 상대 실책과 4사구 2개를 묶어 안타 없이 1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절호의 찬스에서 서건창이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김하성이 좌전 2타점 적시타로 리드를 벌렸다. 승부의 추가 확 기운 장면이었다.

김하성의 1경기 5타점은 올 시즌 두 번째인데, 공교롭게도 5월 31일 고척 KT전이 앞선 사례였다. 키움은 4회말 에디슨 러셀과 이정후의 적시타를 묶어 대거 5득점, 8-0까지 달아났다.

김하성은 올 시즌을 앞두고 포스팅시스템을 통한 해외 진출을 목표로 내걸었다. 단서 조항은 ‘스스로도 납득할 만한 좋은 성적’이었다. 해외 진출 그 자체보다는 자신을 채찍질하기 위해 대외적으로 각오를 밝힌 것이었다. 올 시즌을 완주하면 성적과 무관하게 해외 진출 자격을 얻지만,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면 도전하지 않겠다는 배수의 진이었다.

그러나 5월 24경기서 타율 0.236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해외 진출은커녕 커리어 로우에 대한 우려가 이어졌다. 부진은 오래 가지 않았다. 6월부터 서서히 시동을 걸었고, 7월 이후 28경기에서 타율 0.333, 8홈런, 32타점으로 펄펄 날고 있다. 러셀의 합류로 제 집과 같았던 유격수 자리에서 3루수로 이동했지만 수비에서도 만점 활약이다. 김하성은 자신의 꿈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고척|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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