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상대와 나를 넘어야 가능한 흥국생명의 연승 기록

입력 2020-12-01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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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김연경. 스포츠동아DB

개막 9연승을 질주 중인 흥국생명이 V리그 여자부 최다연승 5위 기록인 10연승에 도전한다. 갈수록 커지는 주위의 기대와 관심을 이겨내고 상대는 물론 자신마저 넘어야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이다. 2일 KGC인삼공사와 2라운드 홈경기에서 승리한다면 현대건설이 2009~2010시즌과 2010~2011시즌에 잇달아 작성한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2009~2010시즌 현대건설은 케니(라이트), 김수지, 양효진(이상 센터), 한유미, 박슬기, 윤혜숙(이상 레프트), 한수지(세터), 신예지(리베로)가 주전이었다. 고(故) 황현주 감독이 지휘했던 현대건설은 10연승의 탄력을 살려 정규리그를 23승5패(1위)로 마쳤지만, 챔피언 결정전에선 KT&G에 가로막혔다. 2010~2011시즌에는 주전 세터가 염혜선으로 교체됐고, 황연주가 흥국생명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이적해와 전력이 더 탄탄해졌다. 20승4패로 2시즌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한 뒤 흥국생명마저 누르고 첫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맛봤다.

만약 흥국생명이 두 자릿수 연승행진을 이어간다면 3라운드에서 대기록 행진의 가장 큰 걸림돌을 만난다. 5일 GS칼텍스와 홈경기다. 탐색전을 마친 2라운드까지 각 팀의 전력을 살펴봤을 때 흥국생명의 연승을 저지할 가장 강력한 상대다. GS칼텍스는 11월 28일 도로공사전 이후 충분히 쉬며 흥국생명전에 대비 중이다. KGC인삼공사전 이후 준비시간이 짧은 흥국생명으로선 고비다.

공교롭게도 V리그 여자부 최다연승 기록은 GS칼텍스의 몫이다. 2009~2010시즌 14연승을 신고했다. 최다연승 2위는 2007~2008시즌 흥국생명의 13연승, 3위는 2015~2016시즌 IBK기업은행의 12연승, 4위는 2006~2007시즌 흥국생명의 11연승이다.

2009~2010시즌 GS칼텍스는 초반 2승10패로 부진했지만, 외국인선수 이브를 대신한 데스티니가 대박이 나면서 연승기록을 작성했다. 당시 22세의 데스티니는 2009시즌 미국대학리그(NCAA) 최우수선수(MVP)이자 득점왕 출신이었다. 이숙자(세터), 남지연(리베로), 배유나, 지정희(이상 센터), 김민지(레프트), 나혜원(라이트)과 함께 연승행진을 이끌었다. 2010년 1월 10일 도로공사전을 시작으로 3월 18일 도로공사전까지 14연승을 내달린 GS칼텍스는 마지막 2경기에서 패해 16승12패로 정규리그를 마쳤다. 플레이오프에서 KT&G를 상대했지만 몬타뇨의 괴력에 밀려 ‘봄배구’에서 탈락했다.

2007~2008시즌 흥국생명도 13연승으로 정규리그 우승(24승4패)을 차지했지만, 마지막에 웃지 못했다. GS칼텍스에 덜미를 잡혀 3시즌 연속 통합우승에 실패했다. 황현주 감독이 이끌던 당시 흥국생명은 김연경, 마리(이상 레프트), 황연주(라이트), 김혜진, 전민정(이상 센터), 이효희(세터), 전유리(리베로) 등이 뛰었다.

김연경은 최근 2007~2008시즌의 연승 기록을 상기시키자 “당시는 우리 팀이 내부적으로 문제도 있었는데 연승을 해서 의아해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연승에 부담이 없다. 언젠가는 우리도 지게 될 것이지만 그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지고 나서 그 다음 경기에 이기는 팀이 강팀이다. 마지막에 단단해지고 웃는 팀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13년 만에 새로운 동료들과 기록 경신에 도전하는 김연경과 흥국생명이 이번에는 과연 어떤 결과를 받아들까.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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