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피버피치] 병역 해결보단 성장…다양한 올림픽 출전 목적이 반갑다

입력 2021-06-11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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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축구대표팀 김학범 감독과 선수들.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얼마 전까지 한국축구에서 올림픽 출전의 목적은 ‘병역 혜택’에 가까웠다. 시상대에 올라야 한다는 전제가 있음에도 상당수 지도자들과 선수들은 ‘병역’에 좀더 무게를 싣고 올림픽을 바라봤다. 구단들도 비슷했다. 자산인 소속선수가 올림픽에 출전해 병역 의무에서 자유로워지면 그만큼 가치와 몸값이 오를 수 있다는 점에서 흔쾌히 차출에 응했다. 우리가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건 기억은 홍명보 감독(울산 현대)이 이끈 2012년 런던대회가 유일한데도 그랬다.

요즘은 많이 다른 것 같다. 많은 축구인들은 올림픽을 단순히 병역 혜택을 위한 무대로만 보지 않는다. 월드컵과 아시안컵까지는 아니지만, 준 메이저대회로 여기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그 배경에는 선수 개인의 ‘성장’과 이를 발판으로 한 ‘해외 진출’이라는 목표가 깔려있다. 올림픽에서 눈부신 퍼포먼스를 펼쳐 큰 무대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다.

비현실적 계획이 아니다. 올림픽은 출전 조건이 까다롭다. 7월 개막할 도쿄올림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년 연기돼 24세 이하(U-24)가 출전제한연령이지만, 평상시라면 U-23에만 자격이 주어진다. 와일드카드 3명을 제외한 각국 최종엔트리의 15명이 이 기준에 들어야 한다.

지구촌 축구를 양분하는 유럽과 남미에는 20대 초반의 선수들을 위한 국제대회가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 U-21 챔피언십이 대표적이다. 차세대 자원들이 즐비하다보니 빅리그, 빅클럽 스카우트 담당자들은 항상 이 대회를 주목한다.

반면 아시아의 젊은 피들에게는 이 같은 기회가 많지 않다. AFC U-23 챔피언십이 있지만, 출전국들의 전력 편차가 크다보니 매력적이지 않다. 그 대신 이 대회를 우수한 성적으로 마친 뒤 나서게 될 올림픽에서 경쟁력을 입증한다면 전혀 다른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이달 말 제출될 도쿄올림픽 최종엔트리 선정에 앞서 제주 서귀포에서 강화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김학범 감독의 올림픽대표팀도 병역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다. 실제로 ‘김학범호’에 합류한 선수들 중에는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우승으로 병역 특례를 얻은 이들이 적지 않다. 와일드카드 후보군도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병역 의무를 이행했다. 그럼에도 모두가 “올림픽에 꼭 가고 싶다”고 외친다.

물론 병역 혜택은 대단한 동기부여다. 하지만 지나칠 경우, 결정적 길목에서 발목을 잡는 치명적 족쇄가 될 수 있다. 심적 부담은 몸을 무겁게 만든다. 그런 면에서 한층 다양해진 올림픽 출전 목적이 더 없이 반갑기만 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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