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불운 떨쳐낸 욘 람, 생애 첫 메이저 챔프 등극

입력 2021-06-21 15: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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욘 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불운을 딛고 ‘쟁취’한 생애 첫 메이저 챔프. 그래서인지 우승 직후 아내, 채 100일이 지나지 않은 아들과 함께 한 그의 얼굴은 온 세상을 가진 듯 행복해보였다.

2주 전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3라운드까지 6타 차 단독 선두를 질주하다 코로나19 확진으로 기권했던 욘 람(27·스페인)이 완치 후 출전한 제121회 US오픈(총상금 1250만 달러·139억7000만 원)에서 정상을 밟았다.

2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토리 파인스 골프코스(파71)에서 열린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언더파 67타를 쳤다. 17번(파4)~18번(파5) 홀에서 짜릿한 연속 버디로 2타를 잇달아 줄이며 최종 합계 6언더파 278타로 먼저 경기를 끝냈고, 챔피언조의 루이 우스트히즌(남아공·5언더파)이 18번 홀에서 버디에 그치면서 결국 1타 차 감격적인 역전 우승을 달성했다.

스페인 출신으로 최초로 US오픈 정상에 선 람은 우승상금 225만 달러(25억5000만 원)를 챙겼다. 2019년 공동 3위가 이 대회 개인 최고성적이었던 그는 내셔널 타이틀인 US오픈에서 마침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6승째이자 생애 첫 ‘메이저 킹’ 영광을 안았다.

17번 홀 7.5m 거리에서 버디 퍼트에 성공한 뒤 18번 홀 5.5m 거리의 퍼트마저 홀컵에 떨어뜨리며 6언더파를 완성한 람은 우승을 예감한 듯 격한 주먹 세리머니를 펼쳤다. 휴식 후 연장전을 대비해 가볍게 샷감을 조율하며 챔피언조 결과를 지켜보다 마침내 우승이 확정되자 아내 켈리와 포옹을 하고 아들 케파를 안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지난해 8월 이후 약 10개월 만에 세계랭킹 1위를 탈환해 기쁨 두 배였다.

메모리얼 토너먼트 때 3라운드를 마치고 의기양양하게 걸어가다 확진 소식을 접한 뒤 얼굴을 감싸 쥐며 주저앉았던 람은 13일 완치 판정 이후 1주일 만에 나선 US오픈에서 짜릿한 우승을 일구며 코로나19로 지친 세계 골프팬들에게 또 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지난 4월 첫아들을 얻어 아빠가 된 람은 미국 아버지의 날인 현지 날짜 20일에 메이저 왕좌 등극과 세계랭킹 1위 복귀라는 겹경사를 맞았다.

람은 “부모님이 스페인에서 손자를 보러 미국으로 오셔서 3대가 한 자리에 모였다”며 이번 우승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다음에는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했다. 다음에 어떤 일이 생길지는 몰랐지만 특별한 장소(토리 파인스)로 간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며 2017년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 PGA 투어 데뷔 첫 승을 거뒀던 이 코스와의 특별한 추억을 되새겼다.

3라운드까지 공동 선두였던 2010년 디오픈 우승자 우스트히즌은 극적인 역전 우승의 희생양이 되며 메이저 대회 통산 6번째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우스트히즌은 지난 달 필 미켈슨(미국)이 역대 최고령 메이저대회 우승 역사를 썼던 PGA 챔피언십에서도 2타 차 공동 2위에 머물러 2개 메이저대회 연속 준우승을 기록했다.

‘디펜딩 챔피언’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는 전반을 마쳤을 때 단독 1위까지 치고 나갔지만, 후반 들어 무려 8타를 잃으며 합계 3오버파 공동 26위로 내려앉았다. 17번(파4) 홀에선 8타 만에 홀아웃하며 한꺼번에 4타를 잃기도 했다.

임성재(23)는 5오버파 공동 35위, 김시우(26)는 6오버파 공동 40위에 랭크됐다. US오픈 30번째 도전에서도 우승 트로피와 인연을 맺지 못한 미켈슨은 11오버파 공동 62위에 그친 뒤 애리조나주립대 후배인 람이 연장전을 대비해 몸을 푸는 동안 람의 아내와 나란히 앉아 대화하는 모습이 TV 중계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람은 지난 PGA 챔피언십에서 미켈슨이 우승할 때 일찌감치 경기를 마친 뒤에도 일부러 기다렸다가 축하를 건네는 등 둘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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