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호텔 술자리 파문’ 프로의 거짓말, 그 거짓말에 속은 안일한 구단

입력 2021-07-18 18: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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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NC 파크. 스포츠동아DB

한국프로야구가 어두운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로 인한 리그 중단, 그 속에서 나온 여러 흉흉한 소문이 나돌았다. 그리고 소문들 중 일부는 심지어 사실로 드러났다.

야구팬들은 14일 큰 충격에 빠졌다. NC 다이노스 박석민, 박민우, 이명기, 권희동 등 4명이 서울 강남의 원정 호텔에서 외부인들과 술자리를 가져 방역수칙을 위반했다는 소식이었다. 더 큰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불과 이틀 뒤인 16일 원정 호텔 술자리 파문이 타 구단으로 번졌다. 키움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 선수들이 동일한 호텔에서 동일한 외부인들과 술자리를 가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먼저 키움은 “소속 선수 2명이 5일 강남 호텔에서 열린 술자리에 참석했다. 이들은 당시 묵었던 수원 원정 숙소를 무단이탈해 강남 소재 호텔로 이동했고, 일반인 3명과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고 구단 자체 조사에서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어 “술자리에 간 선수 중 한 명이 백신을 맞아 방역수칙 위반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선수들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간 구단의 안일한 발표였다.

당시 술자리를 같이 한 인원은 5명이 아닌 7명이었다. 한화 소속 선수 2명이 동석했던 게 뒤늦게 밝혀졌다. 키움 소속 2명, 한화 소속 2명, 이들의 야구인 선배 1명, 외부인 2명 등 총 7명이 호텔방 한 곳에 모여 있었다. 7명이 함께 머문 시간이 짧았을지는 모르겠지만 명백한 코로나19 방역지침 위반이다.

키움과 한화는 16일 “소속 선수들이 방역수칙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외부인을 만났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들의 얘기가 거짓이었던 게 단 하루 만에 밝혀졌다. 두 구단은 각자의 소속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여있었다는 걸 뒤늦게 파악했고, 17일 부랴부랴 다시 입장을 냈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확진자 발생 시 철두철미한 역학조사를 진행한다. 얕은 거짓말로는 자신의 동선을 결코 숨길 수 없다. 역학조사에 대한 최소한의 상식만 있어도 감히 거짓말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선수들과 구단은 ‘방어’라는 개념에 몰두돼 가장 중요한 상식을 놓쳤다. 선수들은 방역수칙 위반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구단에 거짓 진술을 했다. 구단은 백신까지 들먹이며 이들을 보호하는 데 집중했다. 되도 않는 거짓말을 한 선수들과 그 진술을 맹목적으로 믿은 구단들에게는 ‘프로’라는 말이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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