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 인터뷰] 24시간이 모자란 나원탁의 투타겸업…나균안의 조언, 손성빈 향한 응원

입력 2021-08-13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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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나원탁은 11일 울산 상무전에서 좌익수로 8이닝을 소화한 뒤 마운드에 올라 세이브까지 챙겼다. ‘나타니’의 가능성을 보여준 하루였다.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24시간이 모자라다. 물리적인 시간의 부족할 수밖에 없는 투타 겸업. 나원탁(27·롯데 자이언츠)이 찾은 해결책은 땀이다. 누구보다 많은 훈련으로 투수와 타자, 두 가지 모두 해내겠다는 의지가 가득하다.

나원탁은 11일 퓨처스(2군)리그 울산 상무전에 4번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출장해 5타수 2안타 1홈런을 기록했다. 4회말 선제 결승 솔로포를 터트렸다. 8회까지 좌익수로 뛰었던 그는 9회초 마운드에 올라 1이닝 퍼펙트 무실점으로 세이브까지 올렸다. 결승 홈런과 세이브를 동시에 달성한 하루. 포심패스트볼의 구속은 최고 145㎞, 평균 144㎞로 찍혔다. 경기 후 롯데 퓨처스팀 관계자는 “8회까지 수비를 소화해 아무래도 지쳤을 것 같았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힘 있는 모습으로 상대를 압도했다”고 칭찬했다.

본격 전향 한 달 만에 치른 데뷔전

세광고~홍익대를 졸업한 나원탁은 2017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로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포지션은 포수. 즉시전력감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2017시즌 후 삼성이 프리에이전트(FA) 강민호를 영입했고, 나원탁은 보상선수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롯데 이적 후에도 안방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고, 결국 지난해 외야수로 전향했다.

송구 능력이 워낙 뛰어났기 때문에 구단에선 투수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선수 본인의 납득이 먼저였다. 결국 나원탁은 올 시즌 전반기 막판이었던 7월에야 투타겸업을 결정했다. 불과 한 달 만에 2군이지만, 실전등판을 치렀다는 자체가 빠른 성장세를 의미한다. 속구 외에도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가다듬는 단계다.

12일 연락이 닿은 나원탁은 “청백전에서 (투수)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에는 긴장을 너무 해서 동료들의 파이팅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며 “전날(11일) 경기에서는 공 하나하나 던질 때마다 동료들의 응원이 들려서 힘이 났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나균안과 손성빈, 안방 동지들과 이야기

투구, 타격, 수비훈련을 병행해야 하니 언제나 가장 먼저 야구장에 나와 가장 늦게 퇴근한다. 그럼에도 “행복하다”고 웃는다. 소설 ‘해리포터’의 주인공 헤르미온느를 연상케 만드는 하루하루가 나원탁에게는 그저 즐겁다. 지난해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나균안(23)의 조언도 힘이 됐다. 나균안은 “확실히 사용하는 근육이 달라 몸이 힘들다. 나도 최근까지 어려움을 겪었다. 그 부분을 신경 쓴다면 더 좋은 결과 있을 것”이라며 나원탁을 격려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줄곧 포수 마스크만 썼던 그에게 마운드에서 홈플레이트를 바라보는 느낌은 그저 새롭다. 그렇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얘기도 많다. 나원탁은 “실제로 마운드에 서니 포수가 공만 잘 잡아줘도 정말 든든한 느낌이 들었다. 다른 포수들에게도 그렇지만, 특히 올해 고졸 신인 (손)성빈이에게 그 얘기를 많이 한다”며 “투수와 포수의 교감과 소통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나도, 성빈이도 각자 포지션에서 좋은 선수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짧게나마 투타겸업을 해보니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가 얼마나 대단한지 느껴진다. 당장 내가 그런 선수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투수로도, 타자로도 성공하기 위해 정말 노력하고 있다. 팬들이 1군에서 나를 보면 ‘쉽지 않은 일을 잘 해내고 있는 선수, 멋진 선수’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9월 확장 엔트리 기간이 오면 나원탁의 1군 활용도 기대해볼 수 있을 전망이다.

나원탁의 야구인생 2장이 산뜻하게 출발하고 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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