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리뷰] 해결사는 구스타보였지만…전북, 포항 출신이 포항 만나 더 뜨겁게

입력 2021-08-2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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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 구스타보가 2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27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전에서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후반 교체로 출전한 구스타보는 2골을 터트려 전북의 2-0 승리에 앞장섰다. 사진제공|전북현대

K리그에서 원정 팀이 더 많이 조명 받는 상황은 흔치 않다. 여기에 홈 팀이 상대적 우위를 점했고, 2강 체제의 선두 경쟁을 벌인다면 훨씬 낯설어진다.

하지만 2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하나원큐 K리그1(1부) 2021’ 27라운드 경기는 특별했다. ‘포항 더비’와 ‘포항 동창회’, ‘포항 전우회’까지 재미있는 수식이 많이 붙었다.

두 팀의 특수 관계 때문이다. 전북에는 유독 포항 출신이 많다. 전북에서 은퇴한 이동국부터 올 여름 송민규까지 포항을 떠나 전북 유니폼을 입은 사례가 계속됐다. 전북 출신들도 종종 포항으로 둥지를 옮겼으나 완전 이적 사례가 최근엔 드물었다.

김상식 전북 감독은 선발 명단에 포항을 경험한 4명을 투입했다. 이 중 스트라이커 일류첸코와 2선 공격 콤비 송민규·김승대는 완전 영입이고 지난시즌 포항에 임대돼 주장을 맡았던 수비형 미드필더 최영준은 ‘김상식호’ 출범과 함께 복귀시켰다. 김상식 감독은 “포항이 포항을 상대하는 인상”이라고 했다. 김기동 포항 감독 역시 “서로를 잘 안다. 장·단점도 다 공유하고 있다. 아무래도 편안하고 훈훈하지 않을까 싶다”며 웃었다.

그런데 실전은 벤치 생각과는 달랐다. 초반부터 불타올랐다. 부딪히고 쓰러지기를 반복하며 치열하게 싸웠다. 전북의 볼 점유율이 높았을 뿐 어느 쪽도 주도권을 쥐지 못했지만 팽팽한 공방전이 계속됐다.

친정 골문을 향한 송민규의 돌파에 이은 회심의 슛이 불발된 전반 막바지 아찔한 장면이 나왔다. 일류첸코가 하프라인 볼 경합 과정에서 포항 오범석과 충돌해 쓰러져 교체사인을 보냈다.

예기치 못한 시나리오. 후반 시작과 함께 구스타보가 전북 최전방에 나섰다. 결과론이지만 시즌 8·9호 골을 신고하게 된 경기 주인공이 그라운드에 투입된 순간이었다. 후반 4분 오른쪽 측면에서 날아든 크로스를 구스타보가 논스톱 오른발 킥으로 골 망을 흔들었다. 특급 택배를 배송한 이는 포항의 약점을 훤히 꿰고 있는 최영준이었다. 그는 수비 장면에서도 상대 길목을 영리하게 차단하며 클래스를 증명했다.

기세가 오른 전북이 더욱 힘을 냈다. 후반 10분 문선민 대신 들어선 ‘특급 날개’ 한교원이 포항 문전에서 상대 중앙수비수 그랜트의 파울을 유도, 페널티킥(PK)을 얻었다. 구스타보의 침착한 마무리가 이어졌다.

최종 스코어 2-0, 전북이 이기며 13승7무4패, 승점 46을 쌓아 ‘선두’ 울산 현대 추격을 이어갔어도 찝찝했다. 매끄럽지 않은 고형진 주심의 판정 탓이다. 포항이 내준 PK 상황도 애매한데다 거친 플레이를 전혀 통제하지 못해 전북 일류첸코와 이승기가 실려 나가는 등 불필요한 충돌을 야기했다.

전주|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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