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리포트] ‘ERA 2.97’ 묵묵하게 버티는 예비역 마당쇠, KT 불펜이 강한 이유

입력 2021-09-17 1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KT 심재민. 스포츠동아DB

클러치 상황에 마운드에 올라 상대 타자를 제압해내는 선수에게는 스포트라이트가 따르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러한 선수들로만 팀이 꾸려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조명이 향하지 않는 곳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명품 조연이 있어야 강팀이 완성된다. KT 위즈 불펜이 강한 이유엔 예비역 심재민(27)의 지분이 결코 적지 않다.

심재민은 16일까지 18경기에 등판해 30.1이닝을 책임지며 평균자책점(ERA) 2.97을 기록했다. 하지만 승패는 물론 세이브도 없으며, 누적지표는 홀드 1개뿐이다. 심재민의 가치가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다. 올 시즌 보직은 롱릴리프. 점수 차가 큰 상황에 마운드에 올라 이닝을 먹는 역할을 맡고 있다. 15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이 대표적이다. 선발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3.1이닝으로 무너졌고, 0-5로 뒤진 4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여기서 3.2이닝을 1안타 무4사구 2삼진 무실점으로 책임졌다.

언뜻 가벼운 역할인 듯하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롱릴리프가 무너진다면 또 다른 불펜투수가 마운드에 올라 소모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야수들의 체력 소모도 간과할 수 없다. 이 대목에서 심재민의 가치도 분명하다. 이강철 감독은 심재민의 공헌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우리 투수 정말 좋다”는 말로 답을 시작했다. 이어 “선발로 바꿔서 써야 하는 건가 싶다. 던지면서 점차 좋아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불펜투수가 무너지면 머리가 아파지는데 잘 끌어준다. 자기 역할을 분명히 해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심재민은 “등판 때마다 간격이 길기 때문에 준비를 더 철저히 하고 있다. 투구를 마치면 근육이 빠지니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러닝을 열심히 하면서 준비 중이다. 생각보다 긴 이닝을 맡겨주시는데 체력적으로도 괜찮다. 이전 같으면 힘이 빠져야 하는데 시즌 초반 선발 준비를 해서 그런지 체력이 좋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KT 창단 1호 선수인 심재민에게는 지난해 팀의 첫 가을야구를 중계로 지켜만 보며 느낀 부러움이 선명하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팀에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터.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가을야구 등판 등을 생각하지 않고, 오롯이 팀 선두 유지에만 보탬이 되겠다는 각오다. 심재민은 “내 역할을 다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내게 주어진 롱릴리프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게 먼저다. 팀이 선두를 유지하는 데 보탬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