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기적②] LG의 기적이 롯데 후배에게…“정말 대단해, 꼭 맞붙어보자!”

입력 2021-09-17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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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출 야수‘ 김서진의 프로행에 ‘비선출 투수‘ 한선태도 진심어린 박수를 보냈다. 김서진은 "길을 열어준 고마운 선배"라고 인사를 전했고, 한선태 역시 "프로에서 꼭 맞붙었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스포츠동아DB

아무도 발자국을 남기지 못했던 설원에 한 걸음이 새겨졌다. 이는 다음, 또 그 다음 도전자가 목적지를 찾을 수 있는 이정표가 됐다. 한선태(27·LG 트윈스)가 뚫어낸 ‘비선수 출신’ 프로야구선수의 드라마를 김서진(17·롯데 자이언츠)이 이었다. 그래서 한선태가 김서진에게 보내는 격려는 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2019년 6월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LG전, 역사가 쓰인 날이다. LG가 3-7로 뒤진 8회말, 마운드에 한선태가 올랐다. 아마추어 야구부를 거치지 않은 선수가 1군 경기에 출장한 최초의 사례다. 한선태는 1이닝 1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첫 단추를 깔끔히 끼웠다.

2019년 신인드래프트 2차 10라운드로 LG의 지명을 받은 한선태 스토리는 당시 팬들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 2017년까지만 해도 KBO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 등록되지 않은 선수의 드래프트 참가를 불허했다. 한선태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존중해달라”는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 자문까지 거쳤고, KBO는 ‘많은 선수들에게 프로 기회를 제공하겠다’며 규약 수정을 이끌었다. 그리고 트라이아웃을 거쳐 LG 유니폼을 입었다. 16일까지 통산 1군 출장 기록은 7경기뿐이지만, 올해 퓨처스(2군)리그 성적은 23경기에서 3승1패4홀드, 평균자책점 0.72로 준수하다. 한선태는 더 이상 ‘비선출’이 아닌, LG의 당당한 선수 중 한 명이다. 김경태 투수코치와 함께 움직임이 심한 투심 구사율을 늘리는 쪽으로 콘셉트를 바꿨는데, 이게 주효하고 있다는 자평이다.

2022년 신인드래프트 2차 9라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김서진의 존재가 가장 반가운 이도 한선태다. 한선태는 16일 스포츠동아와 통화에서 “기사를 통해 김서진의 지명 소식을 들었다. 나 다음 사례가 생긴다면 당연히 투수일 줄 알았는데, 야수라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투수는 공을 던지는 감각만 있다면 도전할 수 있는데, 투수의 빠른 공이나 타자의 빠른 타구를 받아본 적 없는 야수로서는 정말 쉽지 않았을 것이다. 코치님들이나 형들에게 ‘정말 리스펙트한다’고 얘기하던 중이었다”고 밝혔다.

비선출로서 겪은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 테니 김서진을 향한 조언을 부탁했다. 한선태는 “처음 팀에 합류했을 때 일반인 출신으로 프로와 함께 운동하는 자체가 긴장되고 떨리며 설렐 것이다. 처음엔 신기한 눈초리로 ‘네가 비선출 걔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먼저 예의바르게 다가가고 열심히 한다면 다들 잘 대해주고, 이것저것 알려주려고 할 것”이라는 격려를 남겼다. 또 “프로 입단, 1군에 등판했을 때 ‘꿈을 이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끝이 아닌 시작이다. 거기서 목표를 또 잡아야 한다. 나이가 어린 만큼 멈추지 않고 노력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서진 역시 한선태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김서진은 “길을 열어주신 선배다. 2년 전 비선출 지명 기사를 읽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비선출의 길을 걷던 내게, 프로의 꿈이 더 가깝게 다가온 듯했다. 한선태 선배 덕에 나 같은 선수도 아무 제약 없이 트라이아웃에 지원하게 됐다”며 거듭 감사를 표했다. 이어 “운동장에서 뵈면 달려가서 먼저 인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한선태도 껄껄 웃으며 “나 역시 그라운드에서 투수와 타자로 맞붙을 날을 기다리겠다. 다만 봐주는 건 없다. 특별한 만큼 오히려 다른 선수들보다 더 이기고 싶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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