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노동에 해수욕장 삐끼(호객꾼의 속된 말)를 하던 제가 MC몽으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광대’ MC몽의 현란한 서커스 한 판이 벌어졌다.
30일 오후 8시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MC몽 전국 투어 콘서트 ‘몽이 유랑단’ 서울공연은 마치 어린 시절 부모 몰래 허름한 천막으로 찾아가 한없이 신기한 눈으로 봤던 한 편의 서커스를 보는 듯한 무대였다.
이날 모인 8000명의 팬들은 MC몽의 ‘광대놀이’에 쉴 새 없이 환호성을 보냈고, MC몽도 객석을 꽉 메운 팬들을 향해 3시간 동안 한숨도 쉬지 않고 온몸을 바쳐 무대를 만들어 나갔다.
MC몽의 콘서트는 시작부터 남달랐다. 입장 후 무료해 하는 관객들을 위해 공연 시작 10분전부터 디제이 렉스가 등장해 신나는 디제잉 무대를 선보였는가 하면, ‘바나나 껍질 던지지 마세요. 사람으로 진화한 지 오래 됐습니다’와 같은 MC몽 특유의 재치가 묻어나는 공연 중 ‘주의사항’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다른 가수들의 공연과 달리 오프닝 무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디제이 쿠의 디젱이과 레이저쇼로 관객들의 시선을 붙잡았고, 신인그룹 M.A.C의 발라드 무대로 색다른 맛을 가미했다.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MC몽의 히트곡 퍼레이드였다. 무대를 가로막고 있던 하얀 천막이 떨어지고 공중에서 커다란 미러볼을 타고 등장한 MC몽은 ‘미치겠어’ ‘180도’ ‘아이스크림’ ‘천하무적’ ‘죽도록 사랑해’ ‘아홉 번째 구름’ ‘아이 러브 오 땡큐’ ‘서커스’ 등 1집부터 4집까지의 히트곡들을 차례로 선보였다.
공연 전부터 화제를 모은 MC몽의 여장 무대는 공연장 분위기를 한껏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무대 위에서 옷을 갈아입는 대담함을 선보인 MC몽은 엄정화 의상을 입고 등장해 ‘디스코’를 선보였다. 이어 원더걸스의 ‘소 핫’ 무대를 완벽하게 재현했다.
공연 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저질, 저질 그런 저질이 없을 것”이라던 MC몽의 일종의 경고(?)처럼 다소 부담스러운 의상과 저질스러운 몸짓, 과장된 표정으로 관객들에게 많은 웃음을 안겼다.
이날 무대에 오른 다른 가수들도 게스트 신분이 아닌 마치 공연의 주인공인 양 주어진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첫 손님이었던 손호영은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을 MC몽과 함께 열창한 후 홀로 무대에 남아 god 시절 히트곡으로 분위기를 주도했다. 미국에 머물며 한동안 활동을 중단했던 박정현도 자신이 피처링한 ‘죽도록 사랑해’를 MC몽과 처음으로 선보였다.
MC몽 4집 타이틀곡 ‘서커스’ 공연 전에는 동춘서커스 단원들이 직접 출연해 불쇼와 외발자전거 타기, 저글링, 발로 책상 돌리기 등 다양한 묘기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감탄사를 이끌어냈다. 동춘서커스 공연이 끝나고 이어진 무대에서는 탈북자 출신 달래음악단의 임유경이 직접 등장해 ‘서커스’ 라이브 무대를 선사하기도 했다.
많은 볼거리로 꼭꼭 채워진 MC몽 공연에서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너무 많은 요소를 한꺼번에 보여주려는 욕심 때문에 공연 연계성이 다소 떨어졌다는 점이다. 또 ‘숨바꼭질’ 노래에 이어진 ‘MC몽 추적 60분 VTR’에서 ‘삐’ 소리 처리를 했지만 욕설하는 모습이 그대로 상영돼 공연장을 찾은 6~7세의 어린이들 수준에는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MC몽은 “처음 하는 전국 투어 콘서트이고 모자란 부분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며 “많은 걸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으니 예쁘게 봐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중고등학교 때 막노동도 해보고 목욕탕에서 때밀이도 해봤다. 또 낙산해수욕장에서 삐기도 해봤다”며 “그랬던 MC몽이 많은 관객들이 있는 무대에 올랐다. 비록 연예인 꼴찌, 3류 딴따라지만 10년이 흘러도 친구 같은 뮤지션으로 살아가는 영원한 광대, 원숭이가 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