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집‘여덟번의행복…’낸주병선‘나의아성‘칠갑산’에도전합니다’

입력 2009-07-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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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갑산’은 영광스러운 훈장이죠.” 가수 주병선이 10년 만에 돌아왔다. 그는 세미 트로트곡 ‘아리 아리요’로 ‘칠갑산’을 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8집 ‘여덟번의 행복에 대한 고백’ 낸 칠갑산의 주인공 주병선.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칠갑산’이을히트곡없자방송‘뜸’‘대조영’주제곡부른후방송결심
노래가 나온 지 벌써 20년이나 흘렀다. 하지만 가수 주병선(43)을 이야기할 때 여전히 ‘칠갑산’은 빠지지 않는다.

‘콩밭 메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라는 친숙한 가사로 시작하는 ‘칠갑산’은 우리 정서를 한껏 담은 애절한 멜로디로 20년 넘도록 사랑받고 있는 노래다.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히트곡이 있다는 것은 가수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노래 하나가 남긴 강한 이미지가 때로는 가수에게 극복하기 힘든 벽이 되기도 한다. 가수 주병선에게도 ‘칠갑산’은 “넘을 수 없는 산”이 되고 말았다.

“새 음반을 발표하고 방송에 출연할 때마다 나에게 늘 신곡이 아니라 ‘칠갑산’을 불러달라고 요구했다. 가수 주병선을 알린 노래이지만, 그로 인해 이후 발표한 노래들이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주병선은 1988년 ‘대학가요제’에서 ‘고인돌’로 금상을 받고 가요계에 데뷔, 이듬해 발표한 ‘칠갑산’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당시 신생 음반사였던 반도음반은 주병선의 데뷔음반을 무려 80여만 장이나 팔았다. 덩달아 주병선도 승승장구했다.

“반도음반 옆 건물에 한 가수 매니저 사무실이 있었는데 하루는 그 분이 랩 음악을 들려주며 의견을 묻더라고요. 그게 바로 데뷔하기 전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악이었죠. 당시 ‘국악기를 넣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얼마 뒤 ‘하여가’란 노래에 태평소 연주가 들어갔더라고요. 하하.”

당시 반도음반은 주병선에 이어 서태지와 아이들 음반 계약까지 맺고 잇따라 ‘대박’을 터트리며 신흥 메이저 음반사로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주병선은 ‘칠갑산’에 이어 그 인기를 이어갈 히트곡을 내놓지 못했고, 이어 군에 입대하느라 대중과도 다소 멀어졌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그는 음악 작업은 멈추지 않았다. 성인 음악을 하는 가수로는 드물게 지금까지 10여 곡의 노래를 담은 정규 앨범을 꾸준히 발표해 왔다. “좋은 음악을 하겠다”는 고집이었다.

그러나 어느새 주병선은 방송에서도 쉽게 만날 수 없는 가수가 됐다. 99년 6집을 발표한 뒤 10여년 동안 전국 곳곳과 미국, 유럽, 일본 등지를 돌아다니며 공연에 전념했기 때문이다. 공연 무대에는 자주 올랐지만 TV에서 볼 수가 없으니 주변 사람들로부터 “활동을 중단했냐”는 오해도 받았다.

다시 방송에 출연해 노래하겠다는 결심은 우연히 찾아왔다. KBS 2TV 드라마 ‘대조영’ 주제가 ‘어머니의 나라’를 부르면서 음악감독이던 이필호 감독과 인연을 맺었고 그와 의기투합했다. 지난 해 초 오랜만에 발표한 7집의 실패에 실망하지 않고 곧바로 새 음반 준비에 돌입할 수 있던 것도 이필호 감독의 도움 덕분이다 .

주병선은 1년여의 작업 끝에 6월 말 8집 ‘여덟 번의 행복에 대한 고백’을 출시했다. 8집 앨범에 대해 주병선은 “곡마다 서로 다른 희로애락을 담았다”고 자신했다.

한이 서린 듯한 그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반가운 선물. 고교시절 록 밴드로 시작해 대학 때 국악을 전공하고 대중음악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경력으로 쌓은 가창력은 이 음반에 고스란히 담겼다.

타이틀곡 ‘아리 아리요’는 국악의 추임새를 가미한 이색적인 노래. 가사 역시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중·장년 팬을 겨냥했다. 록을 가미한 노래 ‘둥글둥글’이나 라틴풍 ‘잘 나가는 여자’도 새롭다. 물론 그의 대표적인 히트곡 ‘칠갑산’ 역시 빠지지 않았다. 이번에는 60인조 오케스트라 연주로 다시 녹음해 대형 뮤지컬의 노래처럼 스케일이 큰 분위기로 바꾸었다.

“감히 지금껏 내 앨범 중 최고의 음반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만큼 노력을 쏟았습니다. 누가 뭐래도 가창력도 자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칠갑산’이 아닌 ‘아리 아리요’를 많은 분께 들려주고 싶어요.”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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