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수의씨네에세이]굿바이충무로!방빼는영화사…왜?

입력 2009-08-24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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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가 ‘남의 얘기 같지 않은’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꿈의 공장’으로 불린 할리우드가 영화사들의 잇단 이탈로 그 명성에 타격을 입고 있다는 것이지요.

할리우드가 있는 캘리포니아주보다 세금 혜택을 더 많이 주는 곳으로 영화사들이 본거지를 옮아가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또 캘리포니아에서 이뤄지는 영화 촬영 건수도 2003년보다 무려 50%% 수준으로 낮아졌다는군요. 할리우드를 근거지로 삼았던 TV드라마 촬영도 줄어들었지요.

보도는 배우 출신인 아놀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그 자신이 주연한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4편 격인 ‘터미네이터:미래전쟁의 시작’ 역시 뉴멕시코에서 주로 촬영됐답니다. 일종의 아이러니이죠.

7월 말쯤 영화 ‘왕의 남자’를 제작한 씨네월드와 타이거픽쳐스, 영화사 아침이 이메일 안내문을 보내왔습니다. “충무로에서 고양시 일산으로 사무실을 이전하여 새로운 도약을 시작하고자 한다”면서요. 한국영화 최대 규모를 자랑한 영화사 싸이더스FNH도 곧 서울 강남으로 사무실을 옮아갈 계획입니다.

이제 충무로에는 강우석 감독이 이끄는 시네마서비스(제작 부문)와 ‘아내가 결혼했다’의 주피터 필름 정도가 남게 됐습니다. 주피터필름 주필호 대표는 “그래도 여전히 많은 영화사들이 충무로를 지키고 있다”고 했습니다만,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매출을 낸 서울 지역 영화 관련 회사 가운데 충무로에 주소를 둔 곳은 싸이더스FNH와 영화사 아침 등 9곳에 불과하다고 밝혔습니다. 충무로는 이제 말 그대로 한국영화의 대명사로 기억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업무상 편의를 위해 서울 강남에 사무실을 얻어 일해온 영화사들도 최근 이사를 해 경기도 일산, 서울 상암동과 홍대 인근 등으로 옮아갔습니다. 대부분 더 저렴한 사무실 임대료나 전세금으로 더욱 질 높은 기획과 제작에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입니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도 힘이 되고 있습니다.

사무실이 어디에 있건 무엇이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좋은 영화를 만들어 관객에게 선보이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것이겠지요.

P.S.=토요일이었던 22일, 한 영화정보 프로그램이 ‘서편제’를 소개하며 고 김대중 대통령을 추억하더군요. ‘좋은 영화’를 사랑하고 좋아했으며 문화 콘텐츠 산업 발전에 대한 신념으로 영상산업을 지원하는 데 아낌이 없었던 김 전 대통령.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엔터테인먼트부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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