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아침편지]일흔아홉울엄마의소원“70년만에가족만났어요”

입력 2009-09-07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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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연세는 올해로 일흔아홉.

얼마 전 “가족을 만나는 것은 포기했어도, 고향 냄새라도 맡아 보고 싶다”는 엄마의 말에 가슴이 뻐근하게 아파왔습니다.

엄마의 고향은 경상남도 함안입니다. 70년 전 병들어 누워계시던 외할아버지께서는 가정형편이 어렵다는 이유로, 열 살도 안 된 엄마를 서울 친척집으로 보내셨습니다. 엄마가 떠난 지 얼마 안 돼서 외할아버지는 병환으로 돌아가셨고, 나머지 가족들은 한국전쟁 때 함안읍이 불바다가 되면서 다 죽었다는 말을 전해들은 엄마는 아예 가족 찾는 것을 포기하셨습니다.

결혼 후 서른아홉에 혼자가 되신 엄마는 홀로 5남매를 키우시느라 고향을 찾는다는 생각은 사치라고 생각하고 사셨죠.

하지만 자식들 다 키워서 결혼시키고, 사는 형편도 어느 정도 안정이 되고, 연세도 많아지시니 고향생각, 가족생각이 나셨나 봅니다.

고향을 떠난 지 70년이 됐다는 엄마를 모시고 지난 주말 시간을 내서 함안으로 향했습니다. 엄마는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셨고, 저 또한 엄마와 오랜만에 함께하는 여행이라 들떠 있었습니다.

엄마는 너무도 많이 변해버린 고향을 보면서 놀라시고, 서글퍼 하셨습니다. 우리는 어릴 적 엄마의 기억을 좇아 옛날의 함안 읍내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음료수를 사들고 노인정에 가서 엄마의 사연을 얘기하자, 어느 할아버지 한 분께서 엄마의 동생들과 오빠들의 이름을 말하면서, 큰 오빠와 동생들이 살아있다고 말씀해주시며, 같이 가보자고 하셨죠.

이렇게 쉽게 찾을 줄 알았다면, 진작에 내려올 걸 조금 후회가 됐습니다. 드디어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큰외삼촌을 만났습니다.

큰외삼촌의 연세는 무려 92세. 이 마을에서 제일 고령이시라는데 정말 건강해 보이셨습니다. 엄마는 외삼촌을 보자마자 손을 잡고 “오빠, 저, 정순이에요, 이렇게 살아계셨으면서 왜 그동안 저를 찾지 않으셨어요?”라고 울먹이시면서 기쁜 마음과 서운함을 눈물로 토해내셨습니다.

갑작스런 방문으로 놀라신 큰외삼촌은 “니가 살아 있었으면 고향에 한 번쯤은 왔겠지 싶어서. 니가 죽은 줄로만 알았다. 서울에는 연락도 안 되고. 그동안 어떻게 지낸 거냐? 니 참말로 정순이 맞냐?”며 물어보시는데, 그 모습이 더 가슴이 시리고 서글펐습니다.

그동안 혼사서 외롭게 사신 우리 엄마.

70년의 긴 기다림을 짧은 시간의 만남으로 다 채울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자주자주 만나시면서 그동안 쌓지 못했던 가족의 정도 쌓으시고, 행복한 시간만이 가득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From. 남명진|경기도 화성시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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