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운명의 힘.
베르디의 오페라 ‘운명의 힘’은 1990년 6월 서울시오페라단이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한 이후 19년 만의 재회다. 당시 오페라단과 함께 공연했던 서울시향과 서울시합창단도 이번 공연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성악가진도 화려하기 그지없다. 속세의 삶을 포기하고 수도원에 들어가는 돈 알바로 왕자 역에는 국내 드라마틱 테너의 간판스타 김남두, 2008년 한국인 테너 최초로 라 스칼라 극장에 데뷔한 이정원, 세계적인 테너 호세 쿠라와 공동주역을 맡아 화제가 됐던 이병삼이 캐스팅됐다.
비련의 여주인공인 레오노라 역은 김인혜, 김은주, 임세경이 출연한다. 돈 카를로 역에는 최고의 바리톤 고성현과 함께 최진학이 무대에 선다.
서울시오페라단의 ‘베르디 빅5 시리즈’는 국내 최초로 한 작곡가의 작품을 3년에 걸쳐 공연한 장기 프로젝트였다. 장기기획인 만큼 오페라의 배역들도 2¤3년 전에 캐스팅할 수 있었고, 그 만큼 충실한 준비와 연습이 가능했다.
오페라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을 위해 서곡 연주 전 작품내용과 원작의 배경을 설명하는 영상물을 상영한 것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3층 관객을 위해 천장에서 내려오는 300인치 대형 스크린을 설치한 것 역시 새로운 실험이었다.
빅5 시리즈의 성공으로 서울시오페라단은 오페라의 본고장 이탈리아에 라 트라비아타를 역수출하는 결실을 맺기도 했다. 귀맛 까다롭기로 소문난 이탈리아 관객들은 먼 아시아 나라의 낯선 라 트라비아타에 10여 차례의 커튼콜과 기립박수를 보내며 열광했다.
‘베르디 빅5 시리즈’의 화룡점정이 될 ‘운명의 힘’. 벌써부터 서울시오페라단의 다음 시리즈가 기대된다. 운명의 힘은 과연 이들에게 어떤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게 될까.
11월19일¤22일|세종문화회관 대극장|문의 02-399-2224¤6
2만원¤12만원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