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특집]‘한국의 명차’를 아십니까

입력 2010-04-07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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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21세기 첫10년을 빛낸 모델’ 여론조사 선정


《21세기 들어 첫 10년 동안 한국 자동차시장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도약을 거듭했다. 르노삼성자동차가 출범했고(2000년),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대우자동차를 인수했으며, 국내 승용차 보유대수는 1000만 대를 넘어섰다. 그런 가운데 국산 자동차는 수입차와 대등한 위치에서 품질 경쟁을 벌이게 됐고, 동시에 수입자동차의 시장점유율도 5%를 넘었다.
멋진 차와 좋은 차, 혁신적인 차들이 나왔고, 때를 못 만난 불운한 차들도 있었다. 동아일보는 창간 90주년을 맞아 한국 자동차시장에서 21세기의 첫 10년을 빛낸 모델들을 뽑아봤다. 국산차 부문은 전문가 조언을 거쳐 차급별로 후보 차량들을 정한 뒤 국내 최대의 자동차포털인 엔크린닷컴(www.enclean.com) 회원 500명의 e메일 투표를 통해 선정했다.
응답자의 93.4%는 차량 소유주였다.
‘21세기 한국의 명차’ 후보는 2000년부터 올해까지 국내 자동차업체들이 내놓은 차량 중 부분변경 모델이 아닌 풀체인지 모델로 한정했다.
이름이 같아도 풀체인지로 세대가 바뀌면 다른 차인 것으로 봤다. 쏘나타의 경우 5세대(NF)와 6세대(YF) 쏘나타를 모두 후보로 올렸다는 뜻이다.》

 


이중삼중 안전설계… 동급최대 크기… 경차의 혁명

 

경차 부문에서는 지난해 나온 마티즈 크리에이티브가 응답자 47.6%의 지지로 ‘경차 부문 명차’에 꼽혔다. 지난해 9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이 모델은 내수시장에서 올해 3월까지 누적으로 3만2522대가 팔렸다. 10년간 팔린 경차 전체의 판매량을 감안하면 결코 크지 않은 비중임에도 경쟁 모델을 압도적으로 따돌리고 1위에 뽑힌 것은 그만큼 소비자들이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를 각별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그동안 한국시장에 나온 경차 전반에 대해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지 않았던 요인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는 꼼꼼한 소비자 조사를 거쳐 기존 경차와 여러 지점에서 차별화를 이루고 고객들이 경차에 대해 불만스러워하던 점을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개발 초기 단계부터 안전에 가장 중점을 두고 개발해 차체에 고장력 및 초고장력 강판을 대폭 사용했으며 준중형 이상의 차량에 적용되는 ‘우물 정(井)’자 타입 롱 크래들과 커튼 에어백 등을 적용했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내구 주행시험을 100만 km 이상 받았고, 미국·영국·캐나다 등에서 혹한기 및 혹서기 테스트와 다양한 충돌시험을 거쳤다.

차 길이 3.595m, 차 폭 1.595m로 차체 크기는 동급 최대이며 앞좌석 레그룸이 1m가 넘는 등 실내공간도 여유롭다. 앞유리 하단 결빙 방지 열선, 열선 내장 전동식 아웃사이드 미러, 속도감응형 오토 도어록, 무선 시동 리모컨 키 등 경차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다양한 편의 품목도 채택했다. 개성 넘치는 외관 디자인은 이 같은 자신감의 반영이다.

준중형급 출력… 내수판매 50만 대 초과 대기록…

 

소형차 부문의 명차로는 ‘프라이드’가 선정됐다. 기아자동차가 21세기에 판매한 프라이드는 1980, 1990년대 팔린 프라이드와는 완전히 다른 모델이다. 기아차는 일본 마쓰다가 설계한 해치백 스타일의 소형차를 프라이드라는 이름으로 1987년부터 판매하다 2000년을 끝으로 더는 팔지 않았다. 기아차가 2005년 다시 프라이드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새로운 소형차는 내용면에서 과거의 프라이드와 거의 연관이 없으며 현대자동차 ‘베르나’의 형제 모델이다.

21세기 프라이드도 20세기의 선배 못지않은 평가를 받고 있다. 새 프라이드는 국내 소형차로는 처음으로 배기량을 기존 소형차보다 100cc 높여 이전 소형차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되던 엔진출력을 112마력까지 향상시켜 준중형급 이상의 출력을 실현했다.

준중형차 부문에서는 2000년부터 2006년까지 팔린 ‘아반떼 XD’가 지금 팔리고 있는 ‘아반떼 HD’를 근소한 차로 제치고 명차로 꼽혔다. 내수 기준으로 50만 대가 넘게 팔린 XD의 인상이 그만큼 소비자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다는 것이다. 아반떼 XD는 가장 경쟁이 심하다는 준중형차 시장에서 2001년 이후 점유율 60%를 지속적으로 상회했고 때로는 70%를 넘기기도 했다. 당시 현대차가 ‘EF 쏘나타’와 ‘그랜저 XG’에 적용한 각종 첨단 기술과 디지털 신기술이 적용돼 준중형차의 고급화를 이룬 점이 시장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출시 7개월만에 10만 대 돌파… 중형 첫 2등급 연비

 

준중형차 부문에서는 이전 세대인 아반떼 XD가 HD를 눌렀지만, 중형차에서는 YF 쏘나타가 NF 쏘나타를 앞섰다. 신형 쏘나타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지난해 9월 판매 개시를 시작해 올해 3월 말까지 모두 10만2038대가 팔렸다. 출시 7개월 만에 출고 대수로 10만 대를 돌파한 것은 1989년 ‘엑셀’ 이후 처음이다. 1995년 ‘아반떼’와 1996년 ‘쏘나타 Ⅲ’는 판매를 개시하자마자 불티나게 팔렸지만 출고 대수 10만 대를 넘기는 데에는 8개월이 걸렸다.

신형 쏘나타 2.0 가솔린 모델은 최고출력 165마력에 최대토크 20.2kg·m로 동급 최강 성능을 확보했으며 연료소비효율(연비)은 L당 12.8km로 중형 세단 최초로 2등급을 실현했다. 올해 1월에 나온 쏘나타 2.4 GDi는 다양한 첨단 기술을 접목한 ‘세타 GDi 엔진’을 탑재 최고출력 201마력에 최대토크 25.5kg·m의 강력한 동력성능과 L당 13.0km의 동급 최강 연비를 구현했다.

신형 쏘나타보다 출시가 더 늦은(올해 1월) 르노삼성자동차의 ‘뉴 SM5’는 1.8%포인트의 근소한 차로 중형차 부문 2위를 차지했다. 3세대 SM5인 뉴 SM5는 지난해 노후차 교체의 세제지원 혜택을 받지 못했고, 영업망 면에서도 막강한 현대차와 비교가 안 되지만 제품 품질에 대한 호평을 바탕으로 신형 쏘나타 앞에 당당한 판매 기세를 보이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모델… 세계 어디 내놔도 자신”

 

준대형차 부문에서는 ‘그랜저 TG’가 뽑혔다. 2005년부터 지난달까지 국내 시장에서 38만5000여 대가 팔린 이 모델은 ‘견고한 안락함’이라는 제품 콘셉트 아래 각종 첨단 기술이 적용된 안전·편의장치로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말에는 상품성과 품격을 한층 높인 ‘더 럭셔리 그랜저’가 나왔다. 더 럭셔리 그랜저는 범퍼와 램프 등의 외관 디자인 변경으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구현했으며, 차체자세제어장치(VDC)와 측면 및 사이드커튼 에어백 등의 안전장치를 가솔린 전 모델에 기본으로 장착했다.

대형차 부문에서는 현대자동차의 ‘신형 에쿠스’가 1위를 차지했다. 신형 에쿠스는 현대차가 ‘세계 최고급 브랜드 차량과 경쟁 가능한 대한민국 대표 플래그십 모델’의 개발을 목표로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력을 기반으로 디자인과 기술 역량을 집약해 만든 초대형 럭셔리 세단. 올해 7월부터는 미국 시장에서 정면대결하게 된다.

대한민국 대표 최고급 세단의 품격을 담는다는 의미에서 독자 엠블럼을 달았고, 후륜구동 방식의 초대형 승용 플랫폼을 새로 적용했다. 위험상황을 사전에 판단해 시트 벨트를 통해 촉각 경고를 제공하는 ‘프리 세이프 시트벨트’와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 등 각종 최첨단 편의장치도 갖추고 있다.

쌍용자동차의 ‘체어맨W’는 대형차 부문 2위를 차지하며 저력을 보여줬다. 쌍용차 측은 “2010년형 체어맨W는 회사 회생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담아 어느 때보다 완성도 높은 제품으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더 커진 차체… 후륜 서스펜션… “프리미엄 SUV”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가장 경쟁이 치열한 부문이었다. 접전 속에 15.6%의 지지를 얻은 신형 싼타페가 ‘국산 SUV의 명차’ 자리에 올랐다. 신형 싼타페는 현대차가 북미 시장을 공략한다는 목표 아래 ‘프리미엄 SUV’를 지향하며 내놓은 차. 연구 개발에 1623억 원의 돈과 26개월이라는 시간을 들였다. 2005년 출시 당시 세련된 외관에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을 적용하고 각종 편의장치를 장착한 점들이 높이 평가받았다. 지난달까지 내수 시장에서 누적 판매량은 부분변경 모델인 ‘싼타페 더 스타일’을 포함해 22만5323대다.

중형 SUV로서 구형보다 차 길이는 17.5cm, 축거는 8cm를 늘려 넉넉한 실내공간을 갖췄으며, 독립현가 방식의 멀티링크 후륜 서스펜션을 적용해 승차감과 핸들링을 동시에 높이기도 했다.

신형 싼타페 출시 이후 3년 7개월 만에 지난해 7월 나온 싼타페 더 스타일은 6단 자동변속기로 동력전달 성능이 강화됐고 디자인도 한층 더 세련돼졌다. 다만 ‘대한민국 대표 SUV’라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지지도가 20%에도 못 미친 것은 강한 개성 없이 너무 무난한 탓 아닐까. SUV 부문 2위는 현대차의 ‘베라크루즈’(13.8%)가, 3위는 기아차의 ‘쏘렌토R’(12.0%)가 각각 차지했다.

“국산 쿠페의 대명사” 70%넘는 압도적 ‘득표’

 

쿠페 부문에서는 응답자의 무려 72.2%가 ‘제네시스 쿠페’에 표를 던졌다. 마땅한 국산 경쟁 모델이 없는 이 부문에서 이 차량이 1위를 차지하리라는 것은 예상된 결과였으나, 그래도 72.2%라는 수치는 한국 쿠페 시장에서 제네시스 쿠페의 존재감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게 해준다. 제품 자체의 상품성도 좋지만 후륜구동 스포츠카를 만들어낼 역량을 갖추게 됐다는 점에서 한국 자동차산업의 역사에도 한 획을 그은 모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가속발진 성능과 조종 안정성, 전후 차량 중량 밸런스 등 기본기를 탄탄히 갖춘 제품이다. 3.8L 모델은 최대 출력이 303마력, 최대 토크는 36.8kg·m이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상태로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제로백)이 6.5초다. 2.0L 터보 모델은 최대 출력이 210마력, 최대 토크는 30.5kg·m, 제로백은 8.5초다.

2000년 이후 국산 다목적차량(MPV)의 최고 명차로는 ‘그랜드 카니발’이 뽑혔다. 축거가 3m가 넘고 버튼 하나로 개폐가 가능한 오토슬라이딩 도어 등 다양한 최첨단 기능을 갖춰 혼다의 ‘오디세이’나 도요타 ‘시에나’ 등 해외 유명 미니밴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는 게 기아차 측의 설명이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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