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스탠바이’ 이기우, 완벽남? 시트콤보다 웃긴 그의 실체

입력 2012-05-04 10: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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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하고 지저분하고 재밌게 망가질래요.”

키 190cm의 배우 이기우(31)가 시트콤 ‘스탠바이’로 돌아왔다. 지난해 가을, 현역 제대를 하고 ‘꽃미남 라면가게’에서 여전한 ‘꽃 미소’로 여심을 흔든 그가 이번에는 짓궂고 엉뚱한 류기우로 변신해 웃음을 선사한다.

극중 류기우는 옷이 젖어 세탁하는 바람에 맨몸에 앞치마만 두르지만, 여유롭게 커피 한 잔을 즐기며 ‘차도남(차가운 도시남자)’ 행세를 하는 낙천주의자다. 까칠한 아나운서 하석진에게 신생아 분장을 시키기도 하고, 키 작은 아버지 최정우의 따귀 세례를 점프하며 피하는 장난꾸러기이기도 하다.

이기우는 극중 류기우와 큰 키만 닮은 게 아니다. 짓궂게도 그의 휴대전화에는 친구들이 술에 취해 주정을 부리는 모습, 코믹한 포즈로 넘어지는 모습 등이 담긴 사진들이 가득하다.

“친구들과 워낙 친해서 서로 못 볼꼴을 많이 봐요. 친구가 넘어지면 걱정은 하면서도 손에는 자동으로 휴대전화가 들려있죠. 찍힌 동영상에는 친구가 우스꽝스럽게 넘어지는 모습이 담겨있죠. 하하. 힘들 때 이 영상들을 보면 입가에 미소가 번져요.”

이기우는 서른한 살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해맑게 웃었다. 그는 “이 휴대폰은 시한폭탄과도 같아요. 연예인 친구들이 많아 유출되면 파장이 어마어마할걸요. 저한테 밉보이면 ‘빵’하고 유출을….”이라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알고 보니 이 사람, 완벽한 ‘키다리 아저씨’가 아니라, 장난꾸러기 류기우가 ‘딱’이다.

▶시트콤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른 이유

이기우의 시트콤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이미지가 망가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없을까 물으니 오히려 제발 망가지고 싶단다.

큰 키와 곱상한 외모 때문일까. 그는 영화 ‘새드무비’, ‘달콤한 거짓말’, 드라마 ‘이 죽일 놈의 사랑’, ‘스타의 연인’ 등의 출연작에서 완벽하고 무게감 있는 역할들을 맡아왔다. 이러한 이미지가 어느샌가 그에게 한계로 작용하고 있었던 것.

“제가 그동안 얇고 넓게 ‘실장님 이미지’를 쌓아왔더라고요. 다들 ‘이기우는 재미있고 밝은 이미지 아니잖아’라고 말하면서 점잖은 역할에만 캐스팅 해주세요. 실제 성격은 그리 얌전하지 않은데 말이죠.”

직접 만나본 그 역시 실장님과는 사뭇 거리가 있었다. 그는 과연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을까.

“바지에 대변을 보는 것을 직접 보여 드릴 수는 없잖아요?(웃음) 하지만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겪을 만한 아찔하고 지저분한 기억을 재현해보고 싶어요. 그런 에피소드를 찍으면 공감대 형성이 빨리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소민아, (임)시완이 보다 오빠가 더 든든해”

이기우는 이번 시트콤에서 이미지 변신과 더불어 사랑도 이루고 싶은 바람이 있다.

“제가 그동안 짝사랑 역할만 너무 많이 했어요. 예전에 한 선배가 ‘특정 역할을 자주 하다 보면 그게 삶에도 영향을 준다’고 말한 적이 있거든요. 제가 극 중에서 늘 사랑이 이뤄지다 말고, 남들 밀어주고, 도망가 버리고 해서 내 인생도 그렇게 되는 것 아닌가 하고요. 저 3년 안에 꼭 결혼하고 싶은데.”

그의 바람처럼 그는 ‘스탠바이’에서 레스토랑 아르바이트생으로 출연 중인 정소민(정소민)과 티격태격 싸우며 러브라인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소민은 고3 학생 임시완(임시완)과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겨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

“그렇다고 바로 소민 씨와 사랑이 이뤄지길 바라는 건 아니에요. 시청자들 반응에 따라 달라지겠죠. 제3의 여인이 나타나거나, 아니면 외국에서 더 멋진 남자가 올 수도 있는 거고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열려있어요.”

그는 아직은 여유로운 듯 말했다. 하지만 곧이어 소민 씨에게 한마디 남기라고 요구하자 “소민아, 오빠가 시완이보다 더 든든한 건 있어”라고 빼지 않고 말한다.

▶테니스 선수 출신에 모델 경력…“작가들이 자꾸 벗겨요”

시트콤에서 이기우의 활약 중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바로 ‘상체 노출’.

방송 초반, 그가 맨몸에 앞치마만 두르고 등장한 모습은 여성 팬들 사이에 큰 화제를 모았다.

“작가들이 남배우들 벗는 것을 그렇게 좋아해요. 최근에 류진 형은 절대 상의를 안 벗겠다고 해서 결국 바지 벗었잖아요?”

그는 투덜거리듯 이야기한다. 충분히 완벽해 보이는 몸매였지만, 스스로 보기엔 무척이나 불만족스러웠다고 토로한다.

“운동 같이하는 친구들이 방송 보고 놀렸어요. 급하게 ‘푸쉬업’ 한 거 티 난다고요. 앞치마 신, 정말 예고가 없었거든요. 생전 처음 보는 스텝들 앞에서 처음 찍은 신이어서 연기도 어색했어요. 화면으로 보니 연기도 몸도 별로여서 속상했어요.”

말은 그렇게 해도 그는 어릴 적 테니스 선수 출신에 모델 경력까지 있다. 요즘도 틈만 나면 농구, 자전거는 물론 서핑, 캠핑 등을 즐기는 만능 스포츠맨이다. 그래도 그는 노출신은 늘 부담된다고 이야기한다.

“정말 부담돼요. 방송을 통해 보여 드리려면 충분히 운동을 해놔야 하죠. 전날 밥도 못 먹고요. 그래도 이걸 통해 여성 팬이 더 생기고, 러닝셔츠 CF라도 들어온다면야…. 미리만 말씀해주세요. 준비하게요. 하하.”

▶어느덧 데뷔 9년차…스캔들 한 번도 안 난 이유?


이기우는 2003년 영화 ‘클래식’으로 데뷔, 어느덧 9년차 배우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주·조연을 맡으며 꾸준한 활동을 해왔지만 스캔들이 난 적이 한번도 없다.

“한강에서 누가 몰래 데이트 하다가 파파라치 찍히면 제가 없나 잘 찾아보세요. 그 뒤 배경에서 자전거 타고 있을 거예요.”

그의 말은 진심이었다. 이기우는 여자 이야기를 할 때보다 친구들 이야기를 할 때, 운동 이야기를 할 때 눈이 더 반짝반짝, 입가에 미소가 활짝 번지고 있었다.

“만나는 친구들이 항상 똑같아요. 뮤지컬 배우 김산호와 배우 지현우, 가수 강균성 등 연예인 농구팀이요. 매일 만나서 같이 운동하고, 수다 떨어요. 너무 남자들과만 친해서 종종 오해 받을 정도죠. 이태원에서 러브 콜도 많이 들어오고요.”

그런데 그는 이 같은 남자들의 관심이 나쁘지 않단다. 자칫 오해할 소지가 있는 대답들을 줄줄이 해 기자를 당황하게 하기도 했다.

“사실 저는 이성 팬보다 동성 팬에게 인기 있는 게 더 좋아요. 이메일, 팬레터, 쪽지 등에 ‘형, 정말 멋있어요’ 이런 글들 보면 기분이 무척 좋아요. 저 역시 정재영 선배 등의 팬이거든요.”

“아, 그리고 신체 건강하고 잘생긴 훈남을 보면 무척 흐뭇해요. 여자들도 예쁜 여자 보면 자꾸 눈길 가잖아요? 운동하다가 옆에 몸 좋은 남자들 있으면 ‘멋지다’ 생각하면서 지켜봐요.”

듣다 보니 점점 헷갈린다. 기자가 “여자 좋아하는 거 맞죠?” 물으니, “물론 몸 좋고 예쁜 여자도 있으면 여자를 보겠죠. 하하”라며 웃는다.

이상형을 묻자 “키 큰 여자보다는 아담한 스타일이 좋다”고 답한다. 그 이유가 꽤 논리적이다.

“키 작은 여자가 저를 올려다보면 눈이 더 크고 초롱초롱해져요. 게다가 턱도 브이라인으로 보이고요. 더 ‘만화’같은 얼굴이 된다고나 할까요.”

연예인 중에서는 함께 드라마에서 호흡을 맞춘 유호정을 꼽는다. 그는 “지금도 유일하게 친하게 지내는 선배”라며 “아직도 무슨 일이 있으면 제일 먼저 연락해요. 연기자가 아니어도 인간적으로도 무척 좋아요. 성격이 정말 좋으세요.”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그간 호흡을 맞춰온 최지우, 신민아 등과 같은 미혼의 여배우들과는 연락하지 않는다고.

“제가 그런 부분에서 조심성이 있어요. 누구나 다 아는 짝이 있어서 먼저 연락을 해도 오해의 소지가 없을 때만 연락해요. 그런데 이번에는 시트콤이라 김수현 씨나 여배우들에게 일부러 연락을 취하려고 해요. 더 친하게 지내야 시트콤도 재미있게 만들어 질 것 같아서요. 그런데 사담은 절대 안 해요. 촬영에 관한 이야기들만….”

듣자 하니 스캔들이 날래야 날 수가 없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스캔들이 왜 안 나냐고 조르듯이 말한다.

“그런데 저 정말 왜 스캔들 안 날까요? ‘일부러 내볼까’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스캔들이 나야 좀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다는 소리 아닌가요?”

진지한 그의 표정이야말로 시트콤의 한 장면 같았다.

▶이기우 씨, 이제 걱정할 필요 없겠어요

인터뷰를 하며 그의 ‘키다리 아저씨’ 혹은 그가 말한 ‘실장님 이미지’는 잊힌 지 오래다.

친구들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며 해맑게 웃고, 동물을 워낙 좋아해 ‘TV 동물농장’을 보며 눈물을 흘린다는 그의 모습 등은 이미 ‘실장님’이 아니라 시트콤 속 ‘류기우’보다 더 친근하다.

그의 마지막 바람은 시트콤이 잘 되는 것.

“현재 시트콤 사정이 좋지 않아요. 방송국 파업 등으로 홍보도 제대로 못 하고 아쉬운 부분이 많죠. 지금 저의 가장 큰 바람은 시트콤이 잘되는 거예요. 어려운 만큼 잘 되면 애정도 더 생길 것 같아요. 지켜봐 주세요.”

그의 이미지 변신에 대한 바람은 벌써 해결이 된 것 같다. 극중 사랑을 이루는 바람과 시트콤이 잘 되길 바라는 바람도 곧 이뤄지지 않을까. 이기우 씨, 이제 걱정할 필요 없겠어요.

동아닷컴 원수연 기자 i2overyou@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ㅣ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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