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투수·팀 만드는 포수” SK 이현석이 바로잡은 야구 가치관

입력 2019-12-07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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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이현석. 스포츠동아DB

“좋은 투수, 좋은 팀을 만드는 포수가 되어야죠.”

SK 와이번스 포수 이현석(27)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출발한다. ‘나’에게 집중했던 시선을 ‘팀’으로 넓혔다.

변곡점이 필요했다. 2018년 9월 경찰청 제대 후 11월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 참가했던 그는 박경완 수석코치로부터 “군 생활을 정말 잘 하고 돌아왔다. 안정감이 많이 생겼고 의욕적으로 훈련을 한다”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포수’ 이현석의 가치를 보여줄 기회가 많지 않았다. 2019시즌 팀 세 번째 포수로 낙점된 그는 정규시즌 2경기 출전에 그쳤고,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포함됐지만 가을 야구 데뷔는 성사되지 않았다.

“늘 결과가 없으니 마음고생이 심했다. 올 시즌이 끝날 때도 1군에 함께 있었지만 경기에 나갈 기회가 없었다. 그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고 돌아본 이현석은 “너무 잘하려는 생각으로만 야구를 했다. 그러다보니 결과에 얽매였다”고 짚었다. 이어 “새 시즌에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이제는 내가 잘 되기보다는 좋은 투수를 만들어주고 좋은 팀을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포수가 되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고 했다.

때마침 기회도 열렸다. SK가 올 겨울 백업 포수인 허도환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하면서 안방에 자리가 하나 생겼다. 이현석과 이홍구가 해당 역할을 놓고 테스트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현석은 “워낙 경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경쟁을 의식하면서 야구가 잘 된 적이 없다”며 “이제는 경쟁을 하기보다 동료와 구단, 리그에서 인정받는 포수가 되고 싶다”고 털어놨다.

11월 29일 끝난 호주 캔버라 유망주 캠프가 변화의 시작이었다. “기본기 위주의 훈련을 했다. 전체적으로 다 바꾸려고 했다”는 그는 “최경철 배터리 코치님과 상의해 캐칭부터 송구 동작까지 모두 변화를 줬다”고 했다. 이어 “흔히 말하듯 ‘저 선수는 수비 하나만큼은 정말 훌륭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 방망이에 대해서도 많이 배우고 있지만, 포지션 특성상 가장 중요한 수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염경엽 SK 감독이 선수단 전체에 부여한 숙제도 캠프에서 일찌감치 완성했다. 야구에 관한 물음에 개개인의 생각을 적는 형식으로 이현석은 포수, 공격, 주루 파트를 포함해 10장을 훌쩍 넘기는 분량의 과제를 받았다. “마무리 훈련을 하면서 느낀 점, 새롭게 알게 된 점들에 대해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작성했다”는 이현석은 “과제를 하며 나를 조금 더 알게 됐다. 어떤 것이 장점인지,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지 정립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비 시즌 훈련을 이어갈 생각이다. 그는 “12월 둘째 주부터 1월까지는 문학에서 운동할 계획이다. 이제 어떤 것에 집중해야하는지 알게 됐다”며 “감독님께서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중점적으로 하라고 주문하셨다. 트레이닝파트와 상의해 프로그램대로 훈련을 이어가려 한다”고 밝혔다.

이현석은 팬들에게 선물하는 사인에 항상 ‘행운을 빈다’는 문구를 적어 넣는다. 겨우내 부지런히 구슬땀을 흘리는 그는 스스로 팀의 ‘행운’이 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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