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KB손해보험 코치로 새 출발하는 김학민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입력 2021-05-11 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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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남자부 통산 득점 4위 김학민(38)이 정들었던 유니폼을 벗었다. 새 인생의 시작은 KB손해보험의 코치다. 후인정 감독 체제로 2021~2022시즌을 준비하는 KB손해보험은 지난 시즌 도중 감독대행 역할을 했던 이경수 코치와 결별하고 김학민을 새 코치로 발탁했다. 2년 전 대한항공에서 이적해온 김학민이 후배들을 잘 다독이고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좋은 롤 모델이 됐다는 점을 감안한 선택이다. 그는 4일 KB손해보험의 코칭스태프 자격으로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도 참가했다.



2006~2007시즌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었던 김학민은 엄청난 체공능력을 바탕으로 하는 공격을 자랑하던 선수였다. “공중에 뜨면 라면을 끓여먹고 내려올 정도”라는 과장된 말이 나오는 점프는 김학민의 장기였다. 대한항공이 첫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던 2010~2011시즌 시즌 MVP에 선정됐을 때가 선수생활의 정점이었다. KB손해보험은 이런 능력을 탐내 대한항공에서 은퇴하려던 그를 2019~2020시즌을 앞두고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하지만 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KB손해보험으로 이적한 뒤로는 어린 후배들에게 주전 자리를 넘겨주고 웜업존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선수생활의 마지막 시즌이 돼버린 2020~2021시즌에는 2경기 5세트에 출전해 한 번의 공격을 시도한 것이 전부였다. V리그 14시즌 통산성적은 391경기 1246세트 출전, 4128득점(공격성공률 51.87%), 203 서브에이스, 355블로킹이다. 통산득점은 박철우(한국전력·6277득점), 문성민(현대캐피탈·4466득점), 김요한(은퇴·4252득점)에 이은 V리그 남자부 4위다. KB손해보험은 10일부터 휴가를 마친 선수들이 복귀해 다음 시즌을 위한 훈련에 돌입했다. 지도자 김학민의 첫 출발도 시작됐다.


-은퇴식도 없이 현역생활을 마지고 지도자가 된 과정이 궁금하다.

“전혀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시즌을 마치고 난 뒤) 구단에서 지도자를 해보라고 권유하셨다. (내가) 그동안 선수들과 관계가 나쁘지 않았다고 본 모양이다. ‘선수들과 소통을 잘 하라’면서 기회를 주셨다.”


-지난 시즌 막판 감독 부재상황에서 후배들을 다독이는 장면이 자주 보이기는 했다.

“팀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누구라도 선수들을 다독일 필요는 있었다. 자칫 오해받을 수 있어서 조심하고 있는데 황택의 등 후배들과 구단에서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그래서 타임아웃 때 모든 선수들이 같이 응원하고 웜업존에서도 파이팅 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렇게 은퇴하고 보니 지난 시즌 많이 출전하지 못하고 유니폼을 벗은 것이 아쉬울 텐데.

“내가 뛰건 안 뛰건 팀으로서 우리 선수들을 응원해주고 좋은 결과나 나오면 그 것으로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선수로서 멋있는 마무리를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14시즌 동안 즐겁게 선수생활을 잘 마쳤다고 생각한다.”




-지도자로서 후배들에게 어떤 것을 보여주고 싶나.

“내가 선수 때 느낀 것이었는데 지도자와 선수들 사이에 벽이 있는 게 좋지는 않았다. 가능하다면 편하게 선수들과 지내려고 한다. 그리고 선수생활 동안 느낀 점을 솔직하게 전달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서 후배들이 좋아지면 그 모습을 보는 것에서 만족을 느낄 것 같다.”


-구체적으로 선수시절 느낀 점을 얘기해줄 수 있나.

“긴 시즌을 치르다보면 컨디션관리가 중요하다. 상황에 맞춰서 몸 관리를 하는 노하우와 기술적으로는 나쁜 공을 처리하는 요령과 내 경험을 알려주고 싶다.”


-그동안 봤던 수많은 선수 가운데 체공능력은 가장 뛰어났다고 생각한다. 이런 능력은 타고나는 것인지 훈련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인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타고난 부분이 많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것을 오래 유지하는 것이다. 나도 능력을 오래 유지하고 싶어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 대학시절 어깨가 아파서 고생했는데 그 때부터 코치선생님이 근육운동을 하라고 하셨다. 그 때는 많은 무게를 드는 것이 힘들었는데 하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늘었다. 덕분에 근육이 늘고 체중도 불어나면서 좋아지는 것을 실감했다. 예전에는 몸이 말랐는데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좋아지자 계속 안 할 수가 없었다.”


-이단연결이나 상대 블로킹이 많을 때도 편하게 공격했는데 그런 능력은 어디서 오는가.

“본인이 다양한 시도를 해보면서 스스로 느껴야 한다. 많은 영상도 참조해야 하고 무엇보다 경기에서 성공하고 그 결과에 자신감이 생겨야 비로소 내 기술이 된다.”


-어떻게 배구선수를 선택했는지 궁금하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하긴 했지만 배구선수가 될 생각은 없었다. 부모님 친구 딸이 배구를 했는데 추천을 받아서 훈련을 보러 다니기는 했다. 다른 사람보다 선수생활 출발이 늦었다.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부모님이 ‘한 달간 쉴 때 한 번 해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만둬도 좋다’고 하셔서 시작한 것이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됐다.”


-14년의 프로선수 생활을 마쳤다. 어떤 선수로 팬들이 기억했으면 좋겠나.

“꾸준히 잘해온 선수로 기억되길 바란다. 무엇보다 그동안 큰 부상 없이 오래 선수생활을 해온 것에 감사한다. 이런 몸을 주신 부모님과 지도해주신 선생님들, 그동안 든든하게 후원해준 가족 등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드린다. 응원해주신 팬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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