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과 함께하는 저항의 목소리

입력 2021-05-18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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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게 가수 스컬이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미얀마 시민들을 위해 부른 노래 ‘에브리싱 윌 비 오케이’의 뮤직비디오 한 장면. 현지의 시위 현장과 이들을 격려하는 한국 국민들의 메시지를 담았다. 사진출처|유튜브 영상 캡처

미얀마·콜롬비아 시민 시위 등
K팝팬들 국경 초월한 SNS 소통
스컬, 노래로 미얀마 시민 격려
케이팝이 세계 곳곳에서 사회적 메시지를 공유하며 이를 확산하는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국 대중음악의 위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동시에 팬들 사이 적극적인 소통의 매개로 힘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 2월 군부 쿠데타 이후 시민 불복종 운동이 거세게 일고 있는 미얀마에서 시민들이 케이팝을 저항의 운율로 삼고 있다. 이들은 민주주의 회복을 외치며 그룹 엑소의 첸, 방탄소년단의 슈가 등 케이팝 스타들의 모습을 배경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담은 사진 등을 SNS에 올려놓았다. 또 미얀마 시민들에게 보내는 한국 국민과 문화예술인들의 지지와 연대에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최근에는 한국의 레게 가수 스컬이 미얀마 시민들을 격려하며 부른 ‘에브리싱 윌 비 오케이’라는 제목의 노래가 유튜브를 통해 공개돼 현지에서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스페인에서도 케이팝 팬들이 극우정당 반대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고 있다. 17일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정누리 마드리드 통신원에 따르면 현지 극우정당 복스가 SNS 계정에 메시지를 올리면 케이팝 팬들이 케이팝 스타들의 뮤직비디오를 포함한 관련 동영상을 담은 댓글로 응수하고 있다. 현지 유력 일간지 ‘엘 파이스’는 발렌시아의 케이팝 팬들을 인터뷰해 “스페인 극우정당에 맞설 계정을 만들어 케이팝 아이돌의 동영상이나 노래로 극우정당을 희화화하는 짧은 영상을 만들어 낸다”고 보도했다.

콜롬비아에서도 엇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서민의 세금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3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케이팝 팬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현지 팬들은 정부를 지지하는 내용의 SNS 해시태그를 무력화하기 위해 해당 계정에서 방탄소년단이나 블랙핑크 등 케이팝 스타들의 사진을 볼 수 있도록 온라인상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처럼 세계 각국 케이팝 팬들의 사회적 발언은 그만큼 한국 대중음악의 영향력이 커졌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정누리 통신원은 “케이팝이 비주류, 일부 마니아의 문화가 아니라 이제 주류의 문화에서 다양성과 진보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언어’로 쓰인다”고 밝혔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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