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오른 유격수 타율 1위, KT 도루왕이 올해 덜 뛰는 이유

입력 2021-05-18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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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심우준. 스포츠동아DB

지난해 도루왕 심우준, 올해는 시도 자체가 6회
하지만 주루득점 기여도는 충분…리그 전체 2위
“개인 기록보다 팀 승리 기여가 더 중요하다.”
유격수 타율 1위. 심우준(26·KT 위즈)은 강점이던 수비와 주루에 공격 툴까지 장착했다. 개인적인 동경과 목표는 확실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를 버리면서 성장세가 눈에 띈다.

17일까지 유격수 타율 1위는 심우준(0.294)이다. 딕슨 마차도(롯데 자이언츠·0.283), 노진혁(NC 다이노스·0.267), 하주석(한화 이글스·0.258) 등보다 높다. 심우준은 5월 이후 타격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5월 12경기에서 타율 0.364로 펄펄 날고 있다. 특히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공 스윙 비율이 7%로 훌쩍 감소했다. 지난해까지 14% 안팎을 유지했으니 절반 수준이다. KT 데이터분석팀 관계자는 “나쁜 공에 손이 안 나가니 정타가 늘었다. 존에 형성되는 투구를 인플레이 타구로 만들어내고 있다. 빠른 발과 함께 많은 안타가 나는 시너지”라고 설명했다.

올 시즌에는 힘없는 땅볼도 없다. 지난해 심우준의 뜬공/땅볼 비율은 0.93으로 땅볼이 더 많았는데, 올해는 무려 3.33까지 늘었다. 심우준은 “겨우내 김강 타격코치님과 함께 방망이에 힘을 싣는 쪽으로 타격 폼을 수정했다. 나름대로 시즌 준비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타구 질이 좋아졌다”고 자평했다.

수비와 발은 이전부터 확실한 강점으로 평가받았다. 3루수와 2루수로 꾸준히 나선 경험이 있는 데다, 지난해 도루왕 타이틀까지 차지했다. 지금도 유사시에 대비해 2루, 3루에서 타구를 받으면 팀 내 최고 수준의 안정감을 자랑한다. 수비와 주루는 리그 최상위권으로 꼽히는데 이제 타격 재능까지 꽃피우고 있다.

다만 올 시즌에는 아직 도루 시도가 6회(4성공)로 적다. 성공률을 떠나 시도 자체를 줄였다. 심우준은 “당연히 뛰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하지만 유독 득점권에 찬스가 많이 걸렸다. 앞에 주자가 있는 경우가 잦았다. 또 개인기록보다 팀이 더 중요하다. 확실히 갈 수 있다고 생각할 때가 아니면 덜 간다”고 밝혔다. 지난해 35도루로 타이틀을 따냈으니 도루능력은 이미 검증을 마친 상태다. 무리한 욕심으로 자신을 어필하기보다는 팀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다. 도루 개수로는 눈에 띄지 않지만, 올 시즌 주루득점 기여도(BsR)가 1.23으로 리그 2위다. 1위 박해민(삼성 라이온즈·1.49)과 더불어 발로 팀을 이끈다. 이처럼 도루 숫자 외에도 ‘쌕쌕이’를 평가할 지표는 여럿 있다.

도쿄올림픽에 나설 야구국가대표팀의 가장 큰 약점은 선발 마운드와 유격수로 꼽힌다. 2년 전까지만 해도 KBO리그에서 활약하던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양현종(텍사스 레인저스), 김하성(키움 히어로즈)이 줄줄이 메이저리그로 떠났기 때문이다. 오지환(LG 트윈스)의 존재가 든든한 가운데 젊은 선수들의 각축전이 유격수를 비롯한 내야 백업을 두고 치열하다. 제한된 엔트리로 운영되는 국제대회 특성상 멀티 포지션을 소화하는 선수의 가치는 높다. 수비, 주루까지 만능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신화를 이끈 김재걸, 2008년 베이징올림픽 김민재가 그랬다.

태극마크를 다는 욕심은 젊은 선수들에게 버릴 수 없다. 심우준도 지난해까지 이를 노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 무게중심은 개인보다 팀에 훨씬 더 많이 찍혀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이 대목에서 소금 같은 진가가 발휘되고 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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