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페터 한트케의 침묵극 ‘우리가 서로 알 수 없었던 시간’

입력 2021-08-04 11:48: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크게보기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페터 한트케와 연출가 김아라의 반복되는 재회.

연극 ‘우리가 서로 알 수 없었던 시간’은 ‘관객모독’, ‘베를린 천사의 시’ 등으로 알려진 오스트리아 작가 페터 한트케의 작품이다.



독창적인 언어로 인간의 실존적 외로움과 불안을 ‘무심함에서 화합과 화해로 나아가는 시간’을 통해 극복해 가는 과정을 그린 침묵극이다.

연출가 김아라는 페터 한트케가 독창적인 방식으로 인간의 심연을 담아낸 ‘우리가 서로 알지 못했던 시간’을 1993년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개관을 맞아 워크샵 형식의 실험연극으로 공연한 바 있다.

2019년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에서의 공연에 이어 수정과 보완을 거쳤고 이번 공연을 통해 지난 시간의 성찰 과제들을 이끌어냄과 동시에 인간 존재의 근원적 고독과 만남의 의미, 상처와 치유에 관한 메시지를 관객과 공유하고자 한다.

일본의 전설적인 작가 오타 쇼고(1939~2007)의 침묵극 ‘정거장 시리즈’로 무대 위의 존재 가능한 모든 미학을 제시한 바 있는 연출가 김아라는 페터 한트케의 작품을 새롭게 각색해 ‘우리가 서로 알 수 없었던 시간’을 탄생시켰다.



극장은 광장으로 변하고 사계절, 새벽부터 밤까지의 시간이 흐른다. 말없이 등장해 320여 인간 군상으로 변신하는 20명의 배우들. 그 숫자만큼 등장하는 의상과 오브제, 연극 언어로 가득 찬 음향, 반복과 회전으로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무대는 일상과 환영이라는 장치를 통해 우리 현실에서의 대립과 소외, 불통과 고독을 침묵으로 그린 실험연극이다.

연출가 김아라는 텅 빈 광장에 상주하는 노숙자의 시선으로 시간과 시간 사이, 인물들의 방향과 시선, 찰나와 영원의 이미지들을 반복과 회전이라는 장치로 그려낸다. 마치 위에서 4차원적 세상을 내려다보듯 한 연출, 빛과 영상, 음향 등으로 관객의 모든 감각을 일깨우며 보고 듣는 것만으로 황홀한 교감을 이끌어낸다.

이번 ‘우리가 서로 알 수 없었던 시간’은 이름만으로도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대한민국 대표 중견 배우들과 예술가들이 대거 출연한다.



연극계를 대표하는 원로배우 권성덕, 정동환을 비롯해 정혜승, 정재진, 김선화, 곽수정, 이영숙, 이유정, 장재승, 임소영과 무용가 박호빈, 비디오 아티스트이며 무용가인 박진영, 성악가이자 배우인 권로 등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이 협연한다.

80대에서 20대에 이르기까지 20여 명의 세대별 대표주자인 출연진들은 두 시간 동안 320여 벌의 옷을 갈아입고 침묵으로 걸으며 우리가 서로 지나치는 수많은 인간군상, 삶의 풍경, 시대의 상처와 흔적을 연기한다.

여기에 한국 미디어아트의 중심에 있는 미디어 아티스트 김태은, 한국춤평론가협회 작품상과 다수의 안무가상을 수상한 바 있는 무용가 박호빈, 한민족창작관현악축전 본상을 수상하며 음악극과 영화에서 음악 감독으로 활발히 영역을 넓히고 있는 작곡가 신나라, 미술가 정도나, 조명 디자이너 김영빈, 치유사진작가 임종진 등 연출가 김아라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창작동지’들이 다시 한번 의기투합했다.

‘우리가 서로 알 수 없었던 시간’은 8월 14일부터 22일까지 오후 7시 30분(16일 월요일 휴관) 문화비축기지 T2. 야외공연장에서 공연한다.

극단 무천이 주최하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비축기지가 후원하고 프라임미디어가 협찬한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