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에 1만원 밖에 없던 사나이, 세계적인 연출자로 ‘인생 역전’

입력 2022-09-14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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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이 13일(한국시간) 미국 LA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74회 에미상에서 감독상을 품에 안은 후 역동적인 포즈로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황동혁은 누구인가?

‘도가니’‘수상한 그녀’‘남한산성’등
다양한 장르 작품 연출했던 실력파
2008년부터 구상해 온 오징어게임
번번이 퇴짜맞다 넷플릭스서 빅히트
첫 드라마 연출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을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역사상 최고 흥행작으로 올려놓은 황동혁 감독이 미국 에미상 감독상을 거머쥐며 봉준호·박찬욱 감독을 이어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 받는 한국 연출자로 우뚝 섰다.

황 감독은 13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에미상)에서 ‘오자크’ 제이슨 배트먼, ‘단절’ 벤 스틸러, ‘옐로우 재킷’ 카린 쿠사마, ‘석세션’ 마크 로드·캐시 얀·로렌 스카파리아 등을 제치고 감독상을 수상했다.

황 감독이 2008년부터 구상해온 ‘오징어게임’은 잔인한 묘사와 극단적 소재 등을 이유로 번번이 거절당하다가 2020년부터 넷플릭스 드라마로 제작됐다. 당시 수중에 1만 원 밖에 없던 황 감독은 넷플릭스에서 투자받아 ‘오늘의 영광’을 얻은 것이다.

‘오징어게임’의 국제적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은 황 감독은 시즌2를 선보인 후 파격적인 차기 영화 ‘노인 죽이기 클럽’에 집중할 계획이다. 황 감독이 “‘오징어게임’ 보다 훨씬 잔인하고 논쟁적인 작품이 될 것”이라고 귀띔한 영화는 움베르토 에코의 에세이 ‘파페 사탄 알레페 : 유동사회의 연대기’에서 영감을 받았다.

황 감독은 ‘오징어게임’ 성공 이전부터 사회 고발, 코미디, 사극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보여준 뛰어난 연출력으로 주목받아왔다.

2007년 장편 연출 데뷔작인 다니엘 헤니 주연의 ‘마이 파더’가 흥행에 실패했으나 차기작인 2011년 ‘도가니’로 466만 명을 모아 흥행에 성공했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 광주의 청작장애아들을 위한 특수학교에서 벌어졌던 실화를 다룬 영화는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며 아동·장애인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인 일명 ‘도가니법’ 재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2014년에는 심은경 원톱 주연의 코미디 영화 ‘수상한 그녀’를 선보였다. 갑자기 젊음을 되찾게 된 욕쟁이 칠순 할머니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은 866만 명을 모으며 황 감독 역대 필모그래피 중 최고 흥행작이 됐다.

2017년에는 조선의 가장 치욕적인 역사 중 하나로 꼽히는 병자호란과 삼전도의 굴욕을 담아낸 깊이 있는 사극 영화 ‘남한산성’을 내놨다. 이병헌·김윤석이 주연한 150억 원 제작비의 영화는 384만 명을 모아 손익분기점 500만 명을 달성하지 못한 채 흥행에 실패했으나 평단의 극찬을 이끌며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등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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