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주식 소수단위 거래 ‘기대반 우려반’

입력 2022-09-27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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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주식을 소수 단위로 거래할 수 있는 ‘국내주식 소수단위 거래 서비스’가 26일 도입된 가운데,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주식전광판에 표시된 코스피 지수와 원·달러 환율. 사진 | 뉴시스

암호화폐처럼 0.1주씩 쪼개서 사고팔고…

우량기업에 대한 투자 기회 넓어져
급등주 쫓다 손실보는 악순환 예방

실시간 거래 불가능해 대처에 불리
증권사 계열사거래 제한 매력 반감
한국예탁결제원이 26일 국내 상장주식을 소수 단위로 거래할 수 있는 ‘국내주식 소수단위 거래 서비스’를 도입한 가운데,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2월 한국예탁결제원과 국내 24개 증권사의 국내 주식 소수단위 거래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한 데 따른 것으로, 이날 NH투자증권, KB증권,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한화투자증권 등 5곳이 서비스 지원을 시작했다. 10월 4일에는 삼성증권과 신한금융투자, 연내 다올투자증권, 대신증권, 상상인증권, 유안타증권, IBK투자증권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신탁제도 방식, 실시간 거래 불가

소수점 거래는 주식을 살 때 1주 단위로만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처럼 소수점 단위로 쪼개서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26일 종가 기준 5만3900원인 삼성전자 주식을 0.1주씩 거래한다면 5390원으로 매수와 매도가 가능해진다. 최소 주문 가능 금액, 거래 가능 종목, 수수료 등은 증권사마다 상이하다.

주식 권리 분할이 가능한 신탁제도(수익증권발행신탁)를 활용해 온주(온전한 주식 1주)를 여러 개의 수익증권으로 분할 발행하는 방식으로 소수단위 거래가 가능해진다. 증권사는 투자자의 소수단위 주식주문을 취합해 온주로 만들어 자사 명의로 한국거래소에 호가를 제출한다. 또 한국예탁결제원은 증권사로부터 온주 단위 주식을 신탁받아 수익증권을 발행하고, 투자자는 주문수량에 따라 수익증권을 취득하는 방식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만큼, 현실적으로 실시간 거래가 불가능한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당초 수익증권과 주식의 과세 기준이 달라 우려가 있었다. 주식으로 과세하면 주식거래 시 0.23%의 증권거래세가 적용되지만, 수익증권으로 과세하면 15.4%에 달하는 배당소득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소수 단위로 취득한 수익증권을 매도할 때 발생한 소득은 배당소득세 과세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의결권 행사와 배당에 대한 관심도 높다. 상법상 의결권은 1주마다 1개가 부여되기에 소수점 거래 투자자는 원칙적으로 주주로서 권리를 갖지 못한다. 대신 주식을 신탁 받은 한국예탁결제원이 의결권을 행사하게 된다. 다만 개별 증권사와 고객과의 약관에 따라 소수 단위 주주의 의결권 취합이 가능해 의결권 행사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배당의 경우에는 소수점 단위에 비례해 받을 수 있다.


●고액 우량주 분산투자, 접근성 UP

이 제도의 도입 취지로는 소액 투자자의 우량 기업 투자 기회 확대가 꼽힌다. 소위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이라 불리는 무리한 투자가 아닌, 시가총액 상위에 포진해 있는 고액 우량주에 분산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비교적 수익률이 좋은 고액 주식은 자산가들이 접근해 높은 수익을 내는 반면, 소액투자자들은 접근하기 쉬운 테마주와 급등주를 쫓다 손실을 입는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 또 적은 금액으로도 다양한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만큼 포트폴리오 투자기법이 활성화되는 효과도 발생한다.

다만 소수점 거래에 따른 투자자 유입 효과가 얼마나 클지는 미지수다. 주식투자 열풍이 불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개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는 국내 증시 상황에서 수익성을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코스피는 연초 대비 20% 이상 빠졌고, 주당 50만 원이 넘는 황제주가 적다는 점도 매력도가 떨어지는 부분이다.

여기에 온주 단위 거래에 비해 거래 체결 속도가 늦고, 실시간 거래가 어려워 시장 상황에 재빠르게 대처하기 힘든 것도 소수점 거래 효과에 대한 기대를 낮추는 요인이다. 또 공정거래법상 출자제한(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규정에 따라, 일부 증권사가 계열사 종목의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할 수 없는 것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에서는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한국투자증권에서는 한국금융지주, 한화투자증권에서는 한화솔루션과 한화생명, 현대차증권에서는 현대차·기아·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제철, 카카오페이증권에서는 카카오와 카카오페이의 소수점 거래가 불가능하다.

한편 이날 국내 증시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여파에 ‘검은 월요일’을 맞았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9.06p(3.02%) 내린 2,220.94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2020년 7월 27일(2217.86) 이후 최저 수준이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36.99p(5.07%) 내린 692.37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20년 5월 18일(690.85) 이후 최저치다. 원·달러환율은 전 거래일(1409.3원)보다 22.0원 오른 1431.3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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