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에 꽂힌 제약사…미래 먹거리 키운다

입력 2022-09-29 1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삼일제약 비건 전문 브랜드 일일하우의 모델 신민아. 삼일제약은 최근 편의점·대형마트·백화점까지 대형 유통채널 구축했다. 현대약품이 운영하는 기능성 뷰티 브랜드 랩클의 비건 제품들. 까다롭다는 이탈리아 비건인증(V-Lavel)을 획득했다. 비보존 헬스케어 비건 브랜드 ‘티나자나’. 영국 비건 소사이어티의 공식 인증을 받았다. (왼쪽부터 시계방향) 사진제공|비보존헬스케어·현대약품·삼일제약

프로틴밀부터 화장품까지 신사업 잰걸음

삼일제약, 건강식품사업 본격 진출
100% 비건 브랜드 ‘일일하우’ 론칭
현대약품·비보존은 비건 뷰티 공략
까다로운 해외 인증으로 경쟁력 업
국내 제약사들이 미래 먹거리 분야로 비건(Vegan)에 주목해 신규 사업 진출이 활발하다. 원래 비건은 모든 동물성 재료를 배제하고 과일 및 채소만 섭취하는 채식주의 중에서도 엄격한 기준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하지만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채식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상품 구매에 자신의 가치관을 반영하는 ‘미닝 아웃’이 특징인 MZ세대에게 채식은 단지 건강관리 뿐 아니라 동물보호와 환경이라는 면에서 인기다.

전통적인 의약 분야 외에 차세대 먹거리 개척에 고심하는 제약사들에게 비건은 미래 주력 소비자층을 공략하면서 사업 분야도 넓힐 수 있는 매력적인 영역이다.


●해외 인증으로 제품 신뢰도 높여


한국채식연합 자료에 따르면 2008년 15만 명이던 국내의 적극 채식인구는 2021년 250만 명까지 증가했다. 무려 1667%에 달하는 엄청난 증가다. 4월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MZ세대 95.6%가 환경을 위해 식습관을 바꾼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고, 특히 이중 3명 중 1명은 채식과 육식을 병행하는 간헐적 채식인 일명 ‘플렉시테리언’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외 지자체 보건소를 중심으로 노년층 건강 식단으로 채식을 소개하는 등 시니어 채식 인구도 늘어나는 흐름이다.

제약사들이 이런 비건시장에 주목하고 적극 진출하려는 것은 단지 성장세가 유망하다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의약품의 각종 물질 개발 연구와 생산 및 유통에 최적화된 산업 특징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분야라는 것도 크게 작용했다.

종합감기약 액티피드정과 해열제 부루펜으로 친숙한 중견 제약사 삼일제약은 프로틴밀 전문 브랜드 ‘일일하우’를 론칭하고 비건 건강식품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일일하우는 100% 비건 인증을 받은 제품을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현재 비건 프로틴(단백질) 음료 2종과 석류, 코코넛, 알로에 등의 과일에 콜라겐, 히알루론산 등의 영양성분을 가미한 비건 스틱젤리 3종을 출시했다.

삼일제약 허승범 대표는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안전하고 깨끗한 제품을 통해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옳은 건강을 선사하는 진정성 있는 웰니스 브랜드로서 다가갈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최근 삼일제약은 일일하우 유통채널을 편의점, 대형마트, 백화점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 10월 4일부터 현대백화점 전국 16개 점포에 입점하고,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는 팝업스토어도 진행하고 있다.

현대약품은 ‘랩클’ 브랜드를 통해 비건 뷰티 제품을 출시하고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나섰다. 클렌징 젤과 모이스춰라이징 크림 2종을 우선 내놓았는데 두 제품 모두 동물성이나 동물유래성분이 제품에 없고 동물실험도 안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까다롭다는 이탈리아 비건인증(V-Lavel)을 획득했다.

통증 및 중추신경계 질환 전문 신약개발 기업인 비보존은 계열사 비보존케어를 통해 지난해 3월 론칭한 비건 뷰티 브랜드 ‘티나자나’의 제품 라인업을 최근 확대했다. 비보존 역시 제품들에 대해 영국 비건 소사이어티의 공식인증을 받았다. 또한 미국 비영리 환경연구기관인 EWG 기준 유해성이 가장 낮은 그린 등급 성분으로 제작했다.


●비건 인구 급증에 해외직구몰도 인기

여러 기업들이 비건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 제품군이 다양한 것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국내 소비자들이 눈을 돌리는 곳이 해외직구이다. 최근 한국시장을 대상으로 다양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는 의약품 및 건기식 전문 미국 해외직구 플랫폼 아이허브(iHerb)는 이런 국내 비건인의 니즈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아이허브는 미국에서 오랜 기간 비건 시장을 탄탄히 꾸려온 노하우를 활용해 비건 영양제, 비건 베이킹 및 식재료를 한국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있다.

아이허브 측은 비건 영양제의 최근 2년 간 한국 판매율이 동기 대비 3.3배 이상 성장했다고 밝혔다. 아이허브는 단기간 내 눈에 띄게 증가한 판매율을 바탕으로 한국 소비자들의 비건 제품 소비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