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자만 수백 명’ 인도네시아 사태로 본 축구장 참사…안전하지 않은 지구촌 그라운드

입력 2022-10-03 16: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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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인도네시아 동부 자바주에서 끔찍한 축구장 사고가 일어났다. 2일 말랑 리젠시 칸주루한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레마FC-페르세바야 수라바야의 자국 프로축구 경기 직후 일어난 사태다.

23년만의 패배에 흥분한 일부 아레마 홈팬들이 선수단과 구단 측에 항의하기 위해 그라운드에 난입한 것을 시작으로 수천 명이 가세하자, 놀란 경찰이 진압 과정에서 최루탄을 쐈다. 이를 피하려던 관중이 한꺼번에 경기장 출구로 향하다 뒤엉키면서 대규모 사망 사고로 이어졌다. 대부분 질식사였고, 압사도 적지 않았다.

한때 174명으로 추정됐던 사망자 숫자는 인도네시아 당국의 3일(정오 기준) 브리핑에서 125명으로 정정됐지만 인근 병원으로 후송된 부상자가 320명 이상이라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사망자 중 어린이 17명이 포함돼 충격이 훨씬 컸다.

이번 사고를 바라보는 시선은 서로 다르다. 일각에선 최루탄 사용을 금지한 국제축구연맹(FIFA)의 안전 규정을 어긴 경찰의 과잉대응으로 빚어진 사태로 본다. 반면 일부 팬들의 잘못된 행동이 경찰의 개입을 불러온 것도 사실이라 명확한 사고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

지안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지구촌 축구 가족들에게는 어두운 날이며 이해할 수 없는 끔찍한 비극”이라는 성명을 냈고,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피해자와 유족에게 깊은 애도를 보낸다”며 사고 원인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인도네시아 축구는 사실상 ‘올스톱’ 됐다. 정부는 향후 무관중 경기를 언급한 가운데 인도네시아축구협회는 일주일간 프로리그 중단을 결정했다. 파장은 이뿐이 아니다. 자연스레 향후 프로젝트에도 큰 차질을 불러올 전망이다. 내년 5월 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을 개최할 예정인 인도네시아는 한국, 카타르와 함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유치전에도 뛰어들었는데,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나게 됐다.

인도네시아 참사는 불명예스런 기록도 함께 남겼다. 전 세계 축구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가운데 사망자가 2번째로 많다. 역대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경기는 1964년 5월 페루 리마 국립경기장에서 벌어진 페루-아르헨티나의 1964도쿄올림픽 지역예선 경기였다. 당시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은 팬들이 몰려들자 경찰이 최루탄으로 대응해 328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 외의 끔찍한 축구장 사고로는 1985년 5월 벨기에 브뤼셀 헤이젤 스타디움에서 관중 난동으로 39명이 사망했던 ‘헤이젤 사태’, 1989년 4월 영국 셰필드 힐즈버러 스타디움 붕괴로 97명이 사망한 ‘힐즈버러 참사’ 등이 있다. 올해 1월에도 카메룬 야운데에서 열린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자국 대표팀의 8강 진출에 흥분한 팬들이 좁은 공간에 몰려 6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난 바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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