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인데 비밀스럽지 않은 ‘포스트 벤투’ 찾기, 몸값 높이기는 아니길

입력 2023-01-31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마이클 뮐러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 스포츠동아DB

한국축구의 2023년 선결 과제는 국가대표팀 사령탑 선임이다. 마이클 뮐러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독일)을 필두로 대한축구협회(KFA)는 2022카타르월드컵에서 한국의 16강 진출을 견인한 뒤 지휘봉을 내려놓은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의 후임을 찾기 위한 작업에 한창이다.

핵심은 보안이다. 후보군을 추려 은밀하게 접촉하고, 최대한 빠르게 대상자를 정해 협상을 마무리해야 뒷말이 없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미 계획은 꼬였다. 호세 보르달라스(스페인), 치치(브라질), 바히드 할릴호지치(보스니아) 등 여러 감독들이 ‘후보’로 등장한 가운데 심지어 몇몇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국 사령탑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이 중 할릴호지치 감독은 자국 매체를 통해 “한국 측 연락을 받았고 짧은 대화를 했다”고 접촉 사실을 공개했다. 과거 코트디부아르, 알제리, 일본, 모로코 등을 이끈 그는 가는 곳마다 마찰을 일으킨 지도자다. 2018년 벤투 감독의 선임 당시에도 KFA는 이 점을 우려해 할릴호지치를 후보에서 배제했다.

뮐러 위원장은 앞선 기자회견에서 “내부 기준에 따른 후보 리스트를 만들고 인터뷰를 진행, 평가해 추리는 작업을 하겠다. 그 후 대면 협상과 계약 절차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프로세스가 제대로 작동 중이라면 아직 대면 협상 단계가 아니다. KFA 전력강화위원회는 25일 첫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호세 보르달라스, 치치, 바히드 할릴호지치(왼쪽부터).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경계할 대목은 ‘몸값 부풀리기’다. 한국이 ‘포스트 벤투’를 찾는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다. KFA 차원의 정식 루트가 아닌, 이력서 제출에 앞서 한국 감독 의향을 묻는 에이전트의 단순 접촉일 수 있다. 실제 무직 신분의 지도자들이 이를 이용하는 상황은 충분히 가능하다. 자신을 포장하면서 ‘진짜 오퍼’를 기다리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많은 축구인들은 “자천타천으로 등장한 후보들만 보면 클럽만 이끌었거나 고령이거나 ‘월드컵 16강’ 감독에 어울리지 않는다. 뮐러 위원장이 명확한 선임 기준을 공개하지 않아 발생한 현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