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에도 밀린 한국축구 외교, ‘아웃사이더’ 전락…방향타를 잃다 [사커토픽]

입력 2023-02-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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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 스포츠동아DB

대한축구협회(KFA) 정몽규 회장(61)은 국제축구연맹(FIFA) 입성에 또 실패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이 1일(한국시간) 바레인 마나마에서 개최한 제33차 총회에 참석했던 정 회장은 유일하게 도전한 FIFA 평의회(Council) 위원 선거에서 낙선했다. 기존의 집행위원회를 대체한 FIFA 평의회는 국제축구계의 주요 정책과 현안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다.

4년 만에 맛보는, 3번째 낙선이다. 2015년 FIFA 집행위원 선거에서 낙선한 정 회장은 2017년 5월 FIFA 평의회 위원에 당선돼 2년여 동안 활동한 뒤 2019년 4월 재선에 실패했고, 올해 다시 한번 고배를 들었다.

정 회장에 앞서 국내 축구인이 FIFA 집행부에 입성한 사례로는 1994년부터 2011년까지 FIFA 집행위원으로 활동한 정몽준 KFA 명예회장(72)이 유일했다.

총 7명이 입후보해 5명을 뽑은 이번 선거에서 특히 뼈아팠던 것은 득표수였다. 정 회장은 유효표 45표 중 19표밖에 얻지 못했다. 정 회장 뒤에는 연임을 시도한 두자오카이(중국·18표)밖에 없다.

반면 셰이크 아마드 칼리파 알 타니(카타르)가 가장 많은 40표를 얻었고, 다시마 고조 현 FIFA 평의회 위원(일본)이 39표를 받았다. 이어 야세르 알미세할(사우디아라비아·35표), 마리아노 아라네타 주니어(필리핀·34표), 다툭 하지 하미딘 빈 하지 모흐드 아민(말레이시아·30표)이 2027년까지 4년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정 회장은 연말연시와 설 연휴도 잊은 채 아시아 각국을 돌았으나 결국 헛수고였다. 단독 입후보해 4선에 성공한 셰이크 살만 빈 에브라힘 알 칼리파 AFC 회장(바레인)이 약속했다던 지지가 실제 있었는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는 현재로선 확인하기 어렵다.

물론 FIFA 평의회 위원직은 굉장히 ‘좁은 문’이다. 월드컵 등 국제대회에서 보여주는 축구실력은 별개다. 철저한 이해관계와 정치적 논리가 작용한다. 그런데 아시아 축구의 무게중심은 서아시아로 이동한지 오래다. 카타르는 지난해 월드컵에 이어 2023년 아시안컵 개최에 성공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2027년 아시안컵 개최지로 결정됐다. 앞서 2015년 아랍에미리트(UAE)까지 포함해 3회 연속 중동에서 아시안컵이 열리게 됐다.

한국은 국제 흐름을 정확히 읽지 못했다. 실패로 끝난 2023년 아시안컵 유치 경쟁에서 이미 한계가 증명됐다.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반납한 대회의 유치를 노렸던 한국이 내세웠던 무기는 국제무대 도전사, 지역별 순환개최 논리, K-컬처 등이 전부였다. 반면 카타르는 대회 출전국 협회 및 선수단에 대한 지원, 인프라 구축과 상업성 극대화 등을 강조했다. 명분이 실리를 이기는 시대가 아님에도 애초부터 잘못된 방향으로 접근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아시안컵에는 진작 도전했어야 했다. 실현 가능성이 몹시 희박한 월드컵 남북 공동개최를 비롯해 여자월드컵, 연령별 월드컵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대신 아시안컵 등 AFC 주관 대회부터 챙겼다면 지금의 고립무원과도 같은 상황에 처하진 않았을 수도 있다.

더욱이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일 때, AFC 챔피언스리그를 비롯한 주요 국제대회를 열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 AFC에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민 곳도 카타르, UAE와 더불어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이었다. 국내 축구계의 한 핵심인사는 “AFC가 정말 간절하고 절박할 때 한국과 서아시아는 전혀 다른 선택을 했다. FIFA 입성을 원했다면 대륙내 기반부터 챙겨야 했다”고 꼬집었다.

FIFA 평의회 위원 선거 전략도 점검해봐야 한다. 아시안컵 개최 포기와 프로팀들의 와해, 협회 임원들의 비위가 겹쳐 어지러운 중국, 자금 동원력이 막강한 서아시아 국가들은 제쳐두더라도 동남아시아 국가들에도 밀린 현재의 상황은 몹시도 심각하다. 말레이시아는 국왕과 정부가 AFC 활동에 관심이 상당하고, 일본은 오래 전부터 다시마 회장이 아시아 구석구석을 누비며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영향력이 적지 않다. 정 회장의 ‘통 큰 약속’이 없는 상태에선 절대 이길 수 없는 구조였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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