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까지 꼭 닮은 홈런 전설…소년장사, 라이온킹 뒤를 따른다 [인천 이정표]

입력 2021-10-21 13: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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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왼쪽), 이승엽. 스포츠동아DB

출중한 기량으로 리그를 지배하는 선수는 스타다. 하지만 ‘슈퍼스타’가 되기 위해선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스타성은 물론 인성도 필수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야구 역사상 가장 홈런을 많이 때린 우타자 최정(34·SSG 랜더스)은 슈퍼스타다.

최정은 19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개인통산 400홈런을 달성했다. 3-4로 끌려가던 4회초 2사 후 주자 없는 가운데 풀카운트에서 KIA 선발 보 다카하시의 속구를 받아쳐 담장을 넘겼다. 프로 17년차 최정의 400호 홈런이었다. 그에 앞서 KBO리그에서 400홈런 고지를 밟은 이는 이승엽(은퇴·467개)뿐이었다. 최정은 우타자 최초의 대기록을 완성했다.

팀의 패배로 아쉽게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20일 인천 NC 다이노스전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최정은 “생각지도 못한 기록이다. 영광스럽다. ‘한 시즌 한 시즌 좋은 결과 내자’는 목표만 세웠는데, 그게 누적돼 달성된 기록”이라고 밝혔다. 이어 “400개라는 숫자가 실감은 안 난다. 전날(19일) 경기 후 버스에서 기사를 보며 ‘내가 대단한 기록을 세웠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KBO리그 통산 홈런 2위이자 우타자 1위. 다음 시선은 ‘라이온킹’ 이승엽에 고정될 수밖에 없다. 이승엽 KBO 홍보대사는 2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로 ‘진심으로 축하한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목표로 하길 바란다. 부상 없이 500홈런 기록하길 바란다. 한국프로야구에서도 500홈런 기록이 꼭 나와야 한다’고 응원을 전했다.



최정은 2019시즌에 앞서 SK(현 SSG)와 6년 계약을 맺었다. 올 시즌이 반환점. 남은 3년 동안 대기록을 향해 걸어갈 전망이다. 최정도 500홈런에 대해 “당연히 욕심난다. 하지만 그것만 바라보고 야구를 할 수는 없다. 이승엽 선배님이 좋은 말씀을 해주셨는데, 열심히 하다보면 좋은 결과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기록 이튿날인 20일 인천 NC 다이노스전에서 401번째 아치를 그리며 첫 걸음을 시작했다.
이승엽과 최정. 한국야구 역사상 누구도 남기지 못한 발자취를 선명하게 새긴 이들이다. 이들은 슈퍼스타의 품격까지도 닮았다. 이승엽은 현역 시절 극적인 홈런을 때리고도 고개를 떨군 채 베이스를 재빠르게 돌았다. 이승엽의 동작만 본다면 뜬공 아웃으로 착각할 법했다. 이승엽은 매번 “상대 선수들에 대한 예의”라고 설명해왔다. 최정도 마찬가지다. 최정은 “습관이다. 지금은 자기 어필하는 시대다보니 옛날 마인드일 수도 있지만…. 그게 매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소년장사는 이제 선수생활 반환점을 지났다. 더 이상 소년이라는 타이틀이 어울리진 않지만, 장사다운 힘은 그대로다. 여기에 연륜이 쌓이며 품격까지 더해졌다. 실력과 품격을 두루 갖춘 홈런왕. 한국야구 홈런 역사는 이제 최정을 통해야 설명이 가능하다.

인천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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