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영의 어쩌다] 오리지널 강조하던 OCN, 변방 채널로 추락하나

입력 2021-06-01 16: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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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N에서 ‘오리지널’이라는 의미가 희미해질 전망이다.

‘오리온시네마네트워크’로 출발한 OCN은 모회사 온미디어가 2009년 CJ그룹에 매각돼 2013년 CJ ENM(구 CJ E&M)에 흡수 통합되면서 ‘오리지널 콘텐츠 네트워크’라는 타이틀로 고쳐 달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영화 채널이라는 기존 색깔에 오리지널 콘텐츠를 더한 특화 채널로 변모했다. ‘신의 퀴즈’ 시리즈, ‘뱀파이어 검사’ 시리즈, ‘특수사건전담반 TEN’ 시리즈, ‘귀신 보는 형사 처용’ 시리즈 등이 마니아를 양산하면서 OCN 브랜드는 ‘온갖 콘텐츠 집합소’ tvN과 다른 의미로 CJ ENM 이미지 완성에 일조했다.

특히 2014년 ‘나쁜 녀석들’ 시즌1은 OCN 오리지널 콘텐츠의 성공 가능성을 시사했다. 마니아층을 넘어 각 방송사가 ‘너무나 사랑하고 미쳐 날 뛰는’ 2049 시청층에 어필할 수 있는 대중적인 콘텐츠가 될 수 있음을 알렸다. 자체 최고시청률 4.128%(11회·닐슬 코리아·유료플랫폼·전국가구)를 기록, 당시 케이블채널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수치를 나타냈다.

이후 ‘38 사기동대’, ‘터널’, ‘라이프 온 마스’, ‘손 the guest’, ‘플레이어’, ‘구해줘’ 시리즈, ‘보이스’ 시리즈, ‘경이로운 소문’ 등은 OCN 오리지널 콘텐츠의 자부심이자 성공 사례다. 이중에서도 ‘보이스’ 시리즈는 ‘신의 퀴즈’ 시리즈 이후 시즌제로 가장 잘 자리잡은 OCN 오리지널 콘텐츠다. 하지만 이 타이틀은 사라졌다. 시청률에 혈안이 되어 ‘보이스’ 시리즈 편성이 tvN으로 옮겨진 것.

또한, OCN 오리지널 콘텐츠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위기다. 수목 블록에 월화 블록까지 편성 확대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강조하던 이전과 달리 최근에는 편성 작품을 축소하고 애초 예정된 편성작도 tvN과 티빙(TVING)에 내주는 모양새다.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COVID-19) 사태 전 ‘스릴러 하우스’에서 OCN 세계관을 외치던 모습과 딴판이다.

‘스릴러 하우스’ 행사 당시 OCN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OCN 세계관’을 읊었다. 당시 황혜정 CJ ENM 미디어 콘텐츠 운영국장(현 황혜정 티빙 콘텐츠사업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2020년이면 OCN이 25주년을 맞는다”며 “영화 채널과 드라마 채널이라는 독특한 세계관을 하나로 통합해 ‘한국형 마블 세계관’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한다. OCN 오리지널 콘텐츠 가치와 메시지에는 권선징악, 사회 정의 구현이 담겼다. 마블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한국형 히어로를 많이 배출했다. 따라서 우리만의 세계관을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말은 그때뿐이었다. 채널 존재감을 키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올해부터 완전히 틀어졌다. 채널 축소, OCN 오리지널 콘텐츠 축소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이다. 당장 종영을 앞둔 ‘다크홀’부터도 OCN 편성 단독 편성일지, tvN으로 편성을 옮길지에 대한 내부 고민이 있었다. 토일 블록에서 금토 블록으로 편성 시간대를 옮긴 것도 그 고민에서 파생된 복안이다. 그리고 후속작으로 편성된 ‘보이스4: 심판의 시간’은 완전히 tvN으로 넘어갔다. OCN에서 킬러 콘텐츠가 사실상 사라진 상황. 일각에서는 ‘경이로운 소문’ 시즌2를 언급할 수 있으나, 제작 여부도 불투명하다.

따라서 OCN은 ‘오리지널 채널 넘버원’이라는 슬로건이 무색하게 오리지널 콘텐츠 축소에 가장 앞장서는 채널이 됐다. tvN과 티빙에 ‘오리지널 전권’을 내어주고 변방 채널로 전락하는 모양새다. 가치에 투자하겠다던 모회사 CJ ENM은 ‘OCN 가치’를 어떻게 재편할까. 이대로 변병 채널로 추락하게 놔둘 것인지, 아니면 쇄신안을 내놓고 ‘채널 붐업’에 노력할 것인지 주목된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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