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이슈] 04.12 닐로 사태, 가요계 흐리는 외래종의 탄생

입력 2018-04-13 20: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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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이슈] 04.12 닐로 사태, 가요계 흐리는 외래종의 탄생

한 무명 가수가 3대 기획사의 주요 아티스트들을 제치고 유명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그것도 6개월 전에 발표된 곡이 엑소-첸백시, 트와이스, 위너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앞서 언급된 이야기는 얼핏 보면 인간 승리의 드라마이고 많은 제작자들이 써내려가고 싶은 신화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른 새벽 시간대에 써내린 이 ‘신화’의 실체가 궁금할 따름이다.

이 신화의 주인공은 가수 닐로다. 그는 ‘지나오다’라는 곡으로 12일 새벽 강력한 팬덤을 지닌 여러 가수들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그로부터 이틀 뒤인 13일 현재 이 같은 강력한 소란을 일으킨 덕에 그의 곡은 여전히 상위권에 안착되어 있다.

이에 대해 닐로의 소속사 리메즈 엔터테인먼트는 “사재기는 결코 없었다. 우리만의 노하우가 있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 노하우란 다름 아닌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뉴미디어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직 가요계 관계자들은 “바이럴 마케팅의 힘만으로 주요 음원 차트에서 그만한 성적을 낼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들은 “의심은 가지만 확증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가요 홍보 관계자는 “이 바닥에 10년을 넘게 있었고 나 역시도 바이럴 마케팅을 이용한다. 하지만 그 효과가 어느 날 갑자기 하루아침에 멜론차트 1위라는 결과로 나타나진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그들이 말하는 노하우가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의 음원 차트는 누가 봐도 비정상적”이라고 답했다.

업계 관계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딱 하나였다. 닐로 측이 가졌다는 그 노하우란 무엇인가. 이에 대해 리메즈는 앞서 밝힌 대로 페이스북, 유튜브 등 뉴미디어였다는 답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한 인디 레이블 대표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성행하는 음악 소개 페이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동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이 음악 소개 페이지를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은 바이럴 마케팅이라는 말을 쓰지만 이것은 엄밀히 여론 조작이다. 아티스트의 음악을 노출해 주는 대가로 이들은 정해진 단가대로 광고비를 받는다. 얼마나 오랫동안, 또 얼마나 많은 곳에 노출해 주느냐에 따라 단가가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이 음악 소개 페이지에 달린 댓글이나 추천을 하는 이들을 살펴보면 일반인보다 유령 계정으로 의심할 만한 이들의 계정이 훨씬 많다. 지속적으로 음악을 노출하고 댓글을 달면서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다. 이건 주가조작만큼이나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의 의문이 생긴다. SNS에서의 파급력이 멜론, 지니 같은 음원 차트 순위 상승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다. 대중은 이 지점에서 사재기 같은 편법을 썼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 중이다.

다른 가요 관계자는 “그 어디에도 확증은 없다. 그래서 함부로 말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의심스러운 정황은 있다. 왜 윤종신의 ‘좋니’도 해내지 못한 차트 그래프가 만들어 지는 것이며, 왜 그 역주행을 했다는 아티스트를 전부터 좋아했었다며 음원 어플에서 댓글을 남기는 이들은 하나 같이 동일 소속사의 아티스트들과 팬을 맺고 있냐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처럼 대중과 업계 관계자 모두 그들의 써낸 ‘신화’를 의심한다. 지금 대중과 업계 관계자들이 현재 닐로 측에게 보내는 의심은 ‘우리 오빠가 너 따위에게 질 리가 없어’라는 의식이나 갑작스럽게 나타난 혜성에게 보내는 질투 따위가 아니다. 그 어떤 조짐도 없이 어느 날 음원 차트 상위권에 떨어진 루키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다.

닐로는 과연 한국 가요계의 판을 얼떨결에 뒤흔들게 된 대형 루키인가. 아니면 가요 시장과 음원차트를 뒤흔들고 물을 흐리는 외래종인가.

마지막으로 현재 가요계에 별처럼 많고 많은 제작자들은 도대체 왜 작금의 이 사태에 입을 다물고 있는가. 창작자의 권리와 의욕을 꺾지 말라며 정당한 방법으로 음악을 구입하라던, 국가에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말라고 외치던 결기는 어디에 있는가. 이번 사태에 가장 분기탱천해야 할 사람들은 결국은 그들 아니었나.

사진│리메즈 엔터테인먼트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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