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 저격 후폭풍→‘수요미식회’ 직격탄 맞아, “다각도 논의”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 대전 청년구단 편 중 ‘막걸리 테스트’ 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면서 연일 논란인 가운데 황교익이 출연 중인 tvN ‘수요미식회’가 그의 거취 문제를 논의 중이다.
앞서 ‘수요미식회’ 제작진은 추석 연휴 직후인 지난달 27일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갑작스러운 휴방 입장을 전했다. 이는 같은 달 26일 결방 뒤에 이루어질 상황. 휴방과 관련해 보도자료도 없었고, 직전 방송에서 예고도 없이 이루어졌다.
제작진은 “매주 수요일, 여러분의 미식 욕구를 채워준 ‘수요미식회’가 잠시 재충전 시간을 갖게 됐다. 11월, 더 새롭게 돌아올 ‘수요미식회’에 많은 기대 바란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재정비 내용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고정 패널인 황교익을 둘러싼 온라인 논쟁이 ‘수요미식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그의 하차(퇴출)를 요구하는 글이 쇄도했다. 이런 분위기가 부담스러웠던 ‘수요미식회’ 측은 해당 게시판을 폐쇄했다. 사칭 안내 고지까지 있었던 제작진과 시청자 사이의 소통창구를 프로그램 측이 스스로 닫아 버린 것이다.
그런데도 온라인에서 그의 하차를 요구하는 글이 이어진다. 때문에 tvN과 ‘수요미식회’도 마냥 손 놓고만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tvN 내부에서도 ‘황교익 일탈’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재정비 기간인 데다, 방송 재개 시점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프로그램의 원년 멤버인 황교익의 글이 향후 프로그램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 현재 재정비 등을 이유로 내부적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황교익의 거취 문제를 결정하는 단계의 회의인지 알 수 없으나, 내부적으로 회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tvN 측은 전했다.
한 관계자는 동아닷컴에 “재정비 기간이다. 다각도로 재정비와 관련해 이야기하는 시기다”며 “아직 방송 재개 시기도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아 당장 어떤 내용을 결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황교익은 이미 자신의 의견을 게재하는 창구로 활용하는 페이스북 계정에 ‘골목식당’ 대전 청년구단 편 중 ‘막걸리 테스트’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적었다. 그는 “아무리 예능이어도 이건…. 전국에 막걸리 양조장 수가 얼마나 되나. 나도 꽤 마셔봤지만 분별의 지점을 찾는다는 게 정말 어렵다. 무엇보다 한 양조장의 막걸리도 유통과 보관 상태에 따라 맛이 제각각이다. 12개의 막걸리 브랜드를 미리 알려주고 찾아내기를 했어도 ‘신의 입’이 아니고서는 정확히 맞힐 확률은 매우 낮다. 이 막걸리들을 챙겨 가져온 사람은 다를 수 있지 않나”라고 썼다.
그러면서 ‘사족’이라며 “막걸리 맛을 잘 안다고 잘 팔리는 막걸리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구의 대박 떡볶이 가게 할머니는 떡볶이를 싫어하셔서 맛도 안 보신다는 거, 다들 알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황교익은 “내가 전국에서 12종의 막걸리를 선해 가져오겠다. 이를 맛보고 브랜드를 모두 맞힐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나와라. 내기를 걸어도 된다”면서도 “방송은 보지 않았다. ‘이 기사’(한 칼럼니스트의 글)를 봤다. 기사에 방송 내용에 대한 자세한 묘사가 나온다. 그리고 다시 보기를 해서 방송 봤다. 방송 보니 더 가관이었다”고 응수했다.
반면 제작진은 방송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 ‘골목식당’ 한 관계자는 동아닷컴에 “대전 청년구단 편 막걸리 테스트는 촬영과 방송 과정에 있어서 문제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테스트 목적이 막걸리 맛을 정확하게 맞히는 게 아니라 여러 지역의 막걸리 맛을 비교해보자는 취지다. 그 자리에서 맛을 보고 느끼는 점을 이야기해보자는 취지였다. 그래서 방송에서도 맛을 맞히는 것에 무게를 두지 않았다. 장사하는 방법, 기존 음식 맛에서의 변화, 개선점을 이야기하자는 취지다. 함께하는 솔루션이다. 문제를 맞히는 과정을 다루려는 것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제작진의 입장에도 황교익은 해당 방송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는 “골목상권 살리자는 취지 이해 못 하는 사람 없다. 음식장사 아무렇게나 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 문제삼을 사람 없다. 이를 예능으로 다루어 흥미롭게 전달하자는 것 좋은 일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비상식적인 상황을 연출하면 안 된다. 그 비상식적인 상황 연출이 출연자의 권위나 굴욕을 위한 것이면 더더욱 안 된다. 12종의 막걸리를 아무 정보 없이 맛만 보고 브랜드를 알아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런 비상식적인 상황을 지적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 상식적으로 살자”고 적었다.
이런 그의 주장에 누리꾼들은 과거 MBC ‘능력자들’ 막걸리 덕후 편을 꼽았다. 같은 예능프로그램이고 황교익의 주장처럼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다. 그런데도 막걸리 덕후는 10개의 제품을 모두 맞혔다. 일부 제품은 시음도 하지 않은 채 시향으로만 제품을 알아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황교익은 말하지 않는다. 다만 일부 매체가 온라인에서 제기된 그의 과거 발언을 보도하자, 언론 종사자들을 ‘쓰레기’로 매도하기 시작했다. 황교익은 ‘기자는 악플러’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는 알아야 한다. 이번 논란의 시작은 황교익 자신이 방송을 보지 않고 쓴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을 관철하는 데에서 시작됐음. 다 ‘남’탓이 아니라 자신도 일정 부분의 논란 아닌 논쟁에 책임이 있음을 말이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