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현장] ‘버티고’ 천우희x유태오x정재광, 여전히 불평등하고 현기증 나는 현실 (종합)

입력 2019-10-11 17: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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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시스는 없다, 영화 ‘버티고’는 여전히 불평등하고 현기증나는 현실을 그대로 스크린에 펼쳐놨다.

11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버티고’(감독 전계수) 언론시사회에는 전계수 감독을 비롯해 배우 천우희 유태오 정재광이 참석했다.

‘버티고‘는 현기증 나는 일상, 고층빌딩 사무실에서 위태롭게 버티던 ‘서영’(천우희)이 창 밖의 로프공과 마주하게 되는 아찔한 고공 감성 무비다.



전계수 감독은 자신이 직장 생활을 3년했는데 그 때 느꼈던 감정을 그대로 옮겼다. 공간 역시 내가 다니던 직장 환경과 유사했다”라고 말했다.

남성이 아닌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이유에 대해 전 감독은 “남성으로 하면 객관성을 잃을 것 같았다. 여성으로 가야 보편적이고 설득력 있게 이야기를 그릴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외의 곳에서 위로받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을 때 삶을 지속시키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서영같은 경우는 인간관계의 회복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천우희 역시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줄을 하나씩 달고 있는 기분이었다. 연인, 가족, 사회생활 등으로 줄이 이어져 있는데 그것들이 하나씩 끊기면서 낙하하게 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아무런 관계가 없는 외부인의 줄이 생기면서 살아가는 인물이다. 마치 천사가 구원해주는 느낌이었다”라고 말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도 밝은 청춘을 표현한 천우희는 “‘버티고’를 작년 이 맘 때쯤 촬영했고 올해 ‘멜로가 체질’에서도 30대를 지나오는 여성을 표현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연기하기 어렵다기 보다 내 나이를 지나오는 세대였기 때문에 더 가깝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라며 “판타지가 있고 극적인 면이 있지만 현실에서 느꼈던 감정과 느낌으로 공감하게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극한 감정들이 겹겹이 쌓이고 그것을 현장에서 최대한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라며 “안쪽으로 에너지를 응축하고 있어야 했다. 캐릭터를 연기할 때 동물에 비해 수족관에 갇혀있는 돌고래 같은 느낌을 받았다”라고 덧붙였다.



‘서영’과 몰래 사내 연애를 하고 있는 상사 ‘진수’ 역을 맡은 유태오는 “캐릭터를 해석할 때 이력서를 써봤다. 어떤 자유를 갖고 자랐는지, 어떻게 자신만의 독특한 취향을 갖게 됐는지 등에 대해 생각하며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버티고’는 내게 있어 성장이자 재미다. 1995년부터 2001년까지 한국으로 들어올 때 보게 된 영화가 ‘접속’, ‘약속’, ‘8월의 크리스마스’ 와 같은 영화였다”라며 “당시에는 순수한 시대를 표현하는 시대였고 한국 멜로를 좋아했다. 오랜만에 보여드리는 멜로라 자부심을 느낀다”라고 덧붙였다.

유태오는 “감독님의 ‘러브픽션’에 단역으로 출연했다. 그런데 이렇게 주조연을 맡을 줄이야. 노력했기에 성과를 본 것 같아 재미를 느끼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영의 회사 고층외벽을 청소하는 로프공 관우 역을 맡은 정재광은 “캐릭터를 해석할 때, 삶의 의지가 들어간 천사라고 생각했다. 그런 지점을 보여줄 수 있는 레퍼런스를 감독님과 선배들에게 많은 조언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 영화를 위해 소방대원 인명 자격증을 딴 정재광은 “소방대원들이 고층 건물에서 하는 인명 구조 훈련을 2주간 받았다. 하시는 것을 보니 허투루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과정 자체가 인물에 빠져드는 포인트가 돼 여러모로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이 영화에는 분명한 서사는 없다고 말한 전 감독은 “감각을 잃어버린 현대인이 그것을 회복하는 과정을 미쟝센과 사운드로 옮겼다. 이 영화의 동력은 서영이라는 인물의 감정의 흐름이다”라며 “서영이 발 딛고 있는 지반 자체가 흔들리고 세계 자체가 왜곡돼 들려오는 감각과 감정의 리듬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이런 시도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남성은 가해자로, 여성이 피해자가 된 것에 대해 “의도하지 않았다. 그러나 고층 건물을 남성적인, 수직적인 프레임이다. 올라가고자 하는 욕망, 그리고 외벽처럼 외부와 단절돼 있는 모습 등, 여전히 회사 내 질서는 가부장적이다. 그 안에서 계약직이라는 신분으로 아슬아슬하게 지내고 있는 여성이 남성성과 대비를 이룰 때 극적인 효과를 보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주체적인 여성이 나오는 드라마가 나오기는 하지만 나는 여전히 21ㅔ기 초 한국 사회에서 여성은 불평등한 세상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고통을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가 카타르시스로 날려주는 것도 좋지만 이 냉정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라고 덧붙였다.

영화 ‘버티고’는 전계수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배우 천우희 유태오 정재광이 출연한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10월 17일 개봉.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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