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이슈] 안준영-엠넷 사과, 방송국 놈들의 어리석은 무리수

입력 2019-11-05 17: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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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이슈] 안준영-엠넷 사과, 방송국 놈들의 어리석은 무리수

‘프로듀스’ 시리즈를 성공시켰던 안준영 PD가 포승줄에 묶인 신세가 됐다. ‘프로듀스X101’ 투표 조작설로 인해 구속 위기에 처한 것.

5일 오전 10시 30분경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안준영 PD를 비롯한 ‘프로듀스X101’ 제작진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됐다. 이로부터 2시간여가 지난 12시 40분경 안 PD는 영장실질심사의 결과를 기다리기 위해 유치장으로 이송됐다.

이런 가운데 Mnet 측은 투표 조작설 이후 처음으로 구체적인 사과를 내놓았다. “'프로듀스X101' 제작진 일부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으로 확인되어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 앞으로도 엠넷은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수사 결과에 따라 책임질 부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 다시 한 번 '프로듀스X101'을 사랑해주신 시청자와 팬, '프로듀스X101' 출연자, 기획사 관계자 여러분들께 깊이 사과 드린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앞서 ‘프로듀스’ 시리즈는 늘 최종회가 방송되고 데뷔조가 확정 된 후에도 깔끔하지 못한 뒷맛을 남기곤 했다. 속된 말로 ‘준영 pick’, ‘제작진 pick’이 국민 프로듀서의 선택보다 우선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들이 쏟아지곤 했다.

그러나 이번 '프로듀스X101'의 경우에는 단순 의혹으로 끝나지 않았다. 1위부터 20위까지 득표수가 모두 특정 숫자의 배수로 떨어진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치권과 수사기관이 개입하기 시작했다.

정치권은 이번 의혹에 대해 ‘취업사기’라며 철저한 수사를 당부했고 국정감사 기간에도 투표조작논란인 언급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조작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에는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를 내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수사기관 역시 제작진 사무실은 물론 ‘프로듀스’ 시리즈에 참여한 주요 기획사 사무실도 압수수색을 실시하며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그럼에도 Mnet과 주요 기획사들은 “성실히 수사에 임하겠다” 정도의 입장을 발표하는데 그쳤다.

최초 해당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방송가에는 “Mnet이 투표 조작이라는 무리수를 둬서 얻는 이득이 없다”며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러나 일련의 수사 과정, “자체적으로는 사실 관계 파악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되어 수사를 의뢰했다”는 입장이 나오면서 투표 조작설에 힘이 실렸다.

뿐만 아니라 MBC ‘PD수첩’을 통해 일부 기획사가 미리 경연곡을 알고 해당 연습생을 예습시켰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며 ‘프로듀스X101’ 뿐만 아니라 시리즈 전체의 공정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 속 가장 피해를 본 건 이 시리즈를 통해 탄생한 그룹들일 수 밖에 없다. 현재 ‘프로듀스48’을 통해 탄생한 아이즈원은 곧 컴백을 준비 중이고 엑스원 역시 데뷔까지는 이뤄냈으나 눈에 띄는 행보없이 발이 묶인 상태다.

이제 이 사건은 수사기관의 손을 떠나 사법기관의 판단에 맡겨져 투표 조작 진위 여부를 가리게 된다. 꿈을 좇았을 뿐인데 소위 말하는 ‘어른들의 사정’ 때문에 ‘프로듀스’ 시리즈의 모든 참가자들에게 오물(汚物)이 튄 꼴이다. 투표 조작 의혹이 어떤 결말을 맞고 제작진이 어떤 판결을 받는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일로 인해 상처를 입은 참가자들의 마음은 어디서 위로 받아야 하는 것일까.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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