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2019 결산②] 프듀 조작 논란, 국민 프로듀서를 호구로 만든 기만책

입력 2019-12-25 07: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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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포츠동아DB

[DA:2019결산②] 프듀 조작 논란, 국민 프로듀서를 호구로 만든 기만책

드라마 ‘미생’ 10회에는 다음과 같은 장그래(임시완)의 대사가 나온다. “백마진 정도를 따지려고 했던 일은 사실 그 정도가 아니라는 것을 지금 말해주고 있다. 모든 균열은 내부의 조건이 완성키기 마련”이라고.

Mnet의 ‘프로듀스’ 조작 논란을 보면 위 대사에 꼭 들어맞는다. 특정 배수로 올라가는 엑스원(X-1) 데뷔조를 뽑는 투표 결과에 품은 의심은 엑스원 뿐만 아니라 이전 시즌으로 탄생한 아이즈원, 워너원으로도 옮겨 붙은 지 오래다. 제작진 두 명은 현재 구속 수감됐으며 다수의 연예계 관련자까지 연루돼 법적 공방이 예고된 상태다.

사진|뉴스1


사진|뉴시스


● 사건의 싹을 틔운 건 작은 의심 하나

이 사건의 시작은 작은 의심에서 싹을 틔웠다. 엑스원의 데뷔가 결정된 최종 생방송 이후 팬들 사이에서 파이널 최종 순위 중 일부 참가자들 간의 표차가 일정 숫자인 것이 발견되면서 투표 결과를 임의로 정해 순위조작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것.

이에 대해 엠넷 측은 “최종득표수에서 일부 연습생 간 득표수 차이가 동일하다는 점을 인지하게 되었고, 확인 결과 X를 포함한 최종 순위는 이상이 없었으나 방송으로 발표된 개별 최종득표수를 집계 및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엠넷은 “득표수로 순위를 집계한 후, 각 연습생의 득표율도 계산해 최종순위를 복수의 방법으로 검증했다”며 “당시 제작진이 득표율을 소수점 둘째 자리로 반올림하였고, 이 반올림된 득표율로 환산된 득표수가 생방송 현장에 전달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런 해명에도 MBC ‘PD수첩’에 출연한 한 수학과 교수는 TOP 20에 오른 연습생 전원에게 이같은 패턴이 일어날 확률에 대해 “로또 9회차를 연속으로 1등을 맞는 확률”이라고 말했고, 정치권 역시 “명백한 취업 사기”라고 표현하며 관심을 보였다.

결국 논란이 이어지자 엠넷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CJ ENM 본사 및 ‘프로듀스’ 제작진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강행됐다. 여기에 일부 연예 기획사들도 안준영 PD 등에 대한 향응 제공 등의 이유로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사진제공|엠넷

사진제공|엠넷

사진제공|엠넷


● 경찰 조사 착수…속속들이 밝혀지는 제작진의 만행

그 후 경찰 조사가 이어지며 충격적인 사실들이 속속 드러났다. 엑스원이 뽑힌 ‘프로듀스X101’ 뿐만 아니라 ‘프로듀스48’, ‘프로듀스 101 시즌 1, 2’ 등에서도 조작이 있었다는 것. 특히 팬들 사이에서 익히 알려진 ‘ PD픽’, ‘제작진 픽’이 실제로 존재했음이 공식화 됐다. 유료 문자 투표의 의미 자체가 축소된 것이다.

이에 따라 안준영, 김용범 CP를 비롯한 제작진 3명은 사기 및 업무방해 등으로 구속 기소 되었도 연예 기획사 대표 및 주요 관련자들은 부정청탁및금품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20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Mnet ‘프로듀스’ 시리즈의 투표 결과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준영 PD와 김용범 CP 및 이들에게 향응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전 연예 기획사 관련자 등에 대한 공판 준비 기일이 진행됐다.

여기에서는 검찰 측이 공소 이유를 공개하며 안준영, 김용범 등이 어떻게 투표 조작에 참여했는지를 설명했다.

검찰은 “피고인(안준영)은 시즌1 1차 투표에서 60위 밖의 연습생을 다시 60위 안으로 들이고 이를 끝까지 방송에 내보내 CJENM의 업무를 방해했다”면서 “시즌2에서도 1차 선발 과정에서 60위 밖에 연습생을 다시 60위 안으로 넣었다”고 말했다.

또한 워너원, 아이즈원 탄생 과정에도 제작진의 의도적 개입이 있었음을 분명히 했다. ‘프로듀스 101 시즌2’ 4차 최종 생방송 당시 11위 밖 연습생 1명을 안으로 넣어 워너원으로 데뷔하게 했으며 아이즈원의 경우 멤버 12명의 순위를 임의로 정해 투표결과를 조작했다는 것.

이어 이 사건의 발단이 된 ‘프로듀스X101’에 대해 검찰은 안준영, 김용범, 이 모 씨의 공소사실을 설명하면서 “1차 투표에서 60위 밖 연습생을 안으로 넣게 했다. 3차 투표 결과 20위 밖에 연습생을 20위 안에 넣었다. 4차 투표에서는 최종 선발전 연습생 11명의 순위를 임의로 선정하고 조작된 투표 결과를 내보냈다”고 설명했다.

최초 이 사건이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초점은 제작진과 엑스원 위주로 머물렀던 것이 사실이다. 워너원, 아이즈원, 아이오아이 등 이전 시즌을 통해 탄생한 그룹의 팬들은 투표 조작을 의심하면서도 애써 외면해 왔다.

그러나 수사 결과를 통해 전체 시즌에서 크든 작든 투표 조작이 있었고 최근 시즌 3, 시즌4에 이르러서는 데뷔 멤버가 임의로 정해졌다는 것이 알려지며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결국 이 여파는 1년째 활동해 온 걸그룹 아이즈원과 막 데뷔의 꿈을 이룬 엑스원에게 고스란히 영향을 미쳤다.

사진=스포츠동아DB


● 아이즈원X엑스원, 시들거나 피우지도 못했거나

먼저 아이즈원은 지난 11월 11일 예정되어 있던 정규 1집 컴백 쇼케이스과 앨범 말매 자체를 중단했다. 또한 방송가에서도 아이즈원 출연분에 대한 빠른 조치에 돌입했다. ‘마이리틀텔레비전 V 2’, ‘아이돌룸’, ‘놀라운 토요일-도레미마켓’의 출연분이 결방했다.

이 밖에도 아이즈원은 일본 활동도 중단했다. 일본 싱글 3집 Vampire 하이터치회가 연기 되었고 미야와키 사쿠라, 혼다 히토미가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 역시 잠정 중단됐다.

엑스원 역시 이 조작 논란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이들은 8월 27일 데뷔를 강행했으나 현재까지 제대로 된 방송 활동을 못하고 있다. 한 보도에 따르면 엑스원은 광고 촬영을 마치고도 논란을 의식해 모델 활동도 포기했다.

이후 11월에 이르러 안준영이 혐의를 시인하면서 지상파 출연 금지 청원이 나오는 등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다. 끝내 엑스원은 2019 브이라이브 어워즈 'V 하트비트'에 불참, ‘2019MAMA’에도 참여하지 못하게 됐다. 데뷔의 꿈을 이루자마자 발이 묶인 것이다.

이에 대해 엠넷은 꾸준히 물의를 일으킨 것에 사과하며 엄중한 내부조치, 보상안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엑스원, 아이즈원의 활동 여부를 밝히겠다고 전했다. 해체와 존속의 기로에 선 아이즈원, 엑스원은 어떤 결말을 맞을까.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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