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현장] “작품으로 기억되길”…’기생충’ 봉준호→송강호, 10개월간의 여정 마무리 (종합)

입력 2020-02-19 10:59: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기생충이 좋은 작품이었다고기억되길 바랍니다.”

지난해칸 국제영화제부터 올해2월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기생충 10개월간의 여정이 마무리 됐다.

1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영화기생충’(감독 봉준호·제작바른손이엔에이) 기자회견에는 봉준호 감독, 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 곽신애 바른손이엔에이 대표,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이 참석했다.


이날 미국 CNN, 뉴욕타임스, 영국 BBC, 가디언즈, 로이터 동신 주요매체를 포함해 일본, 미국, 홍콩, 중국, 싱가포르, 그리고 유럽 매체 등 외신매체 38개를 포함, 500여명의취재진이 모인 기자회견에서는 아카데미 수상 이후 처음으로기생충에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자리가 됐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이라는영화가 긴 생명력을 가지고 세계 이곳 저곳을 다녔다. 그 생명력으로 다시금 이렇게 만나게 돼서 진심으로기쁘고 반갑다라고 말했다. 송강호는 처음 겪어보는 과정이었고 봉준호 감독님과 작년 8월부터 오늘까지 영광된시간을 보낸 것 같다. 좋은 성과와 한국 영화 기생충을 통해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감독들에게 한국 영화의 뛰어난 모습을 보이고 인사 드리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곽신애 대표는 성원과 축하, 그리고응원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처음 가서 작품상을 받아오게 됐다. 이상은 한 개인이 아닌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분들과 함께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영광을 나눌 수 있게돼서 기쁘다라고 말했다. 배우들 역시 기쁜 소감을 전하며성원에 감사한다고 전했다.


한진원 작가는 각본상을 받을 때 수상소감에 충무로 이야기를 꺼냈다. 대학 졸업 이후 사회 생활을 한 곳은 충무로가 유일했다. 이야기를안 할 수 없었다. 그때 이야기를 못했는데 시나리오에 도움을 주신 취재원 분들인 가사도우미 이모님들, 수행 이사님, 아동학과 교수님 등에 감사드린다. 덕분에 좋은 장면을 만들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하준 미술 감독과 양진모 편집 감독은 스태프들은 이렇게 스포트라이트를받을 일이 거의 없아. 항상 영화 뒷편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더 잘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순간, 배우들의 순간은 어땠을까. 이선균은 너무 벅찼고 우리의 도전이 선을 넘는 거라 생각했는데정말 아카데미가 큰 선을 넘은 것 같다. 편견 없이 좋아해주신 아카데미 회원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송강호는 기쁨을 자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칸 영화제 때 기쁜 마음에 과도한 리액션으로 봉준호 감독 갈비뼈에 실금이 갔다고 하더라. 그래서 이번엔 얼굴 위주로 축하를 표현했다. 아카데미 시상식 영상을보시면 아주 자제하는 모습이 보일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봉준호 감독은 오스카 캠페인에 대해 언급했다. 봉준호 감독은후보에 오른 작품들이 오스카 캠페인을 열심히 한다. 우리 영화를배급한 네온(NEON) 역시 중소배급사라 게릴라전을 펼쳤다. 거대스튜디오에 비하면 못 미치는 예산으로 열정적으로 뛰면서 나와 송강호 선배님이 코피를 흘릴 일이 많았다. 인터뷰를 600, 관객과의 대화를 100회정도 했다. 경쟁작들이 LA 시내에 광고판, 잡지 커버를 장식할 동안 우리는 똘똘 뭉쳐 물량의 열세를 커버했다라고말했다.

이어노아 바움백, 토드필립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님 등을 보면 이렇게 바쁜 창작자들이 일선에서 벗어나 많은 시간을 인터뷰에할애하는 것이 내겐 낯선 일이었고 이상하게 보인 적도 있었는데 이런 시간을 통해 작품들을 더욱 밀도 있게 검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덧붙였다.


송강호는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아무 생각이 없이 갔다고 해도 무방하다. 6개월간 이야기를 나누고 작품도 보는 과정을 밟다 보니 타인들이 얼마나 위대한지 알게 되는 과정이었다. 상을 받기 위한 과정이 아닌 세계 영화인들과 어떻게 소통하는지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 시간이었다.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내 자신이 작아지는 느낌이었다. 많은 것을느끼는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괴물’, ‘설국열차등전작에서 빈부격차 등을 이야기했던 봉준호 감독은기생충에서폭발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괴물때는괴물이 한강변에 뛰어다녔고설국열차 SF적인 요소가 많은데 이번에는 동시대 이야기다. 이웃에서 볼 수있을 법한 이야기였고 배우들이 뛰어나게 표현해줬기 때문에 더 폭발력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라고말했다.

기생충은 흑백판을 비롯해미국에서 드라마화도 진행 중이다. 다음주에 개봉하는기생충 : 흑백판에 대해 봉준호 감독은예전에 모든 영화가 흑백이지 않았나. 영화 마니아라면 관심이 있을 것 같더라.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마더때도작업을 했다. 홍경표 촬영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며 작업을 했다라고말했다.

이 영화는 이미 로테르담 영화제에서 상영이 된 바 있다. 봉준호 감독은그 영화제에서 본 관객이흑백으로 보니 더 냄새나는 것 같다라고 하셨다. 무슨 소리인지 그 의미를 생각해보려 한다라며나 역시 이 영화를 두 번 정도 봤다. 보시는 분 마다 느낌이 다르실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선입견을 가지길 않길 바라는 마음에 많은 것을 말할 수 없지만알록달록한 색이 사라지니 배우들의 표정이나 눈빛에서 더 섬세함을 느끼실 수 있으실 것이다. 여러 느낌이있지만 이것을 나열하는 것보다 보시면서 느끼시는게 더 낫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HBO와 제작 중인 기생충드라마판에 대해 봉준호 감독은나는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아담 맥케이감독이 작가로 참여를 하게 된다. 벌써 몇 차례 이야기를 나눴고 영화의 주제의식인빈부격차에 관한 내용을 중심으로 범죄 드라마 등으로 더 깊게 파고들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미국에서는리미티드시리즈라는 명칭을 쓰더라. ‘체르노빌과 같은 5~6개의 에피소드로 완성도 있게 밀도 높은 TV시리즈로 만들 것 같다라며너무이른 기사로 틸다 스윈튼과 마크 러팔로가 캐스팅 됐다는 보도가 나갔지만 공식적인 사항은 정해진 것이 없다. 지금나와 아담 맥케이는 이야기의 방향과 구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초기 단계에 있다라고 덧붙였다.


봉준호 감독은미국에서설국열차드라마가 5월에 방영된다. 그것도 2014~2015년부터 준비된 이야기다. 5년이 지나 방송이 되는것보면기생충도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 차근차근 준비를 하고 있다. 아담 맥케이 감독과 HBO와 순조롭게 발을 잘 디디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 두 편의 영화를 준비하고 있는 봉준호 감독은몇 년전부터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기생충반응과는 관련이 없을것으로 보인다. 어떤 목표를 정하고 만든 것은 아니기 때문에 완성도 있는 영화를 정성스레 만들어보자며시작했다. 접근방식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고 기존에 해왔던 프로젝트 대로 진행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은오늘 아침에 마틴 스콜세지 감독님이 편지를 받았다. 저로선 영광이었고. 개인적인 내용이라 다 말하긴 뭐하지만수고했고 좀 쉬라고 하더라. 그런데 조금만 쉬어라. 나도 그렇고 차기작을 기다리니 조금만 쉬고 빨리 일하라고 하시더라라고 웃으며 말했다.

2015년부터기생충프로젝트를 시작한 봉준호 감독은 “‘옥자끝나고 번아웃판정을 받았지만기생충을 하고 싶어서 없는 기세를 긁어모아 작품을 찍었고, 촬영 기간보다긴 오스카 캠페인을 마치고 마침내 편안해지고 끝이 난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라고 말했다.

이어곽신애 대표와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이 2015년 초였다. 긴 세월인데 행복한 마무리가 되는 것 같아서 기쁘다라며노동을 정말 많이 하는 것은 사실이라 쉬어볼까 생각 중인데마틴 스콜세지 감독님이 오래 쉬진 말라고 하셔서 조금만 쉬어야겠다라고 덧붙였다.

이제는 서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배우진과 스태프들은 이제 내 자리로 돌아가 다시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말을 남겼다. 봉준호 감독은 작년 칸 국제영화제부터 이번 오스카까지 많은 사건, 이벤트, 경사들은 사건처럼 기억될 수밖에 없겠지만 기생충은 영화 자체로 기억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흐를수록 그렇게 될 것이다. 배우들의 한 순간의 연기와 스태프들의 장인정신으로 만들어낸 장면들, 그리고제 고민이 담겨있는 장면, 그 자체로 기억되길 바란다고덧붙였다.

영화기생충은 전원백수인기택’(송강호)네 장남기우’(최우식)가 고액과외 면접을 위해박사장’(이선균)네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지는 이야기.

‘기생충’은 한국영화 최초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77회 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73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상을 수상해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 영화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역사를 썼다.

10개월간기생충이 쓴 기록은 한국영화의 위상을 전 세계에 높이는 일이다. 올해 아카데미에서최다 수상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작품상 수상은 비()영어 영화로는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다. 또한 칸 국제영화제에서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작품상까지 석권한 것은잃어버린 주말’(감독빌리 와이더·1946), ‘마티’(감독 델버트 맨·1955) 이후기생충이세 번째다.

또 봉준호 감독은 아시아 감독으로는브로큰백 마운틴’(2006) 이안 감독 이후 처음으로 역대 두 번째 수상자가 됐다. 또한기생충은 아시아 영화로는 아카데미 최초로각본상을 수상했다. 더불어비()영어 영화로는 아카데미 역사상 6번째 각본상을 수상하게 됐다. 지금까지 각본상을 받은 비영어영화는그녀에게’(2002) 이후 18년만이다. 국제영화상 역시 아시아 영화로는와호장룡’(2001)이후 19년 만에 수상을 하게 됐다.


아카데미 수상 후기생충은박스오피스 수입이 크게 증가하는오스카 효과를 누리고있기도 하다. 지난 주말기생충은 북미 극장가에서 550만 달러(한화 65억원) 입장권 판매 수익을 거뒀다. 전 주말과 비교해 234% 증가했다. ‘기생충은 아카데미 수상 이후7일간 북미에서만 104억원을 벌어들였고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 판매 수익도 늘어 1905억을 기록했다.

국내 역시기생충의아카데미 수상 이후 극장에서는 이를 기념해 재개봉하고 있으며 누적관객수 1025 1245명을 동원했다. 봉준호 감독이 선보였던 웃음과 긴장감, 그리고 슬픔까지 담아낸 가족희비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색다르게 즐기게 할기생충 : 흑백판역시 26일개봉해 국내 팬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