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영의 어쩌다] ‘빈센조’ PPL 지웠지만 짙은 ‘미세먼지 향’

입력 2021-03-31 11: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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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줄 때는 확실하게, 지울 때는 소리소문없이.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연출 김희원, 극본 박재범, 기획 스튜디오드래곤, 제작 로고스필름) 제작진은 지난 14일 방영된 8회분에서 논란이 된 ‘중국산 비빔밥’ PPL(Product Placement. 일명 간접광고) 장면을 삭제(편집)했다. 현재 ‘빈센조’ VOD 서비스와 클립 영상에는 해당 장면이 삭제된 상태다.

‘빈센조’는 조직의 배신으로 한국에 오게 된 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가 베테랑 독종 변호사와 함께 악당의 방식으로 악당을 쓸어버리는 이야기를 그린다. 법으로는 절대 징벌할 수 없는 변종 빌런들에 맞선 다크 히어로들의 지독하고 화끈한 정의구현이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고 한다. 이는 작품 내적으로 극적 재미 측면에서다. 작품 외적으로는 분노만 치민다.

‘빈센조’ 제작진, 제작사, 이를 방영한 방송사(CJ ENM)는 뻔뻔하다. ‘중국산 비빔밥’ PPL을 기획해 작품에 삽입해놓고 이에 대한 어떤 입장도 해명도 내놓지 않는다. 계약상의 이유라지만, 작품 자체가 좌초될 수 있음에도 입을 열지 않는다. PPL 삭제 과정도 마찬가지다. 논란이 좀 잠잠하자 정말 소리소문없이 해당 PPL 장면을 지웠다.

PPL을 삽입하고 지우는 과정이 그야말로 상식 밖이다. 아무리 극 내용이 좋아도 작품 자체가 주는 인상이 최악이면, 그 작품은 이미 문제작이다. ‘빈센조’는 중국 자본에 취해 ‘대륙 맛’에 길든 작품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PPL을 지웠든 지우지 않았든 애초에 중국 시장을 겨냥했다는 인상이 짙게 남는다. 글로벌 시장이라는 말은 꼼수일 뿐이다. 굳이 국내에 유통되지도 않는, 중국 내수용 제품을 광고하는 수준과 행태에서 작품 평가는 끝났다.

그래서 우려된다. ‘빈센조’ 제작진, 제작사, 방송사가 제작할 다음 작품들이 또 다른 방식으로 ‘대륙 맛’에 취하게 될지. 또 논란이 되면 입 닫고 몰래 지우면 될 테니까 말이다. ‘사이다 응징’을 보여주겠다던 ‘빈센조’는 고구마 먹고 급체하는 기분만 남긴다. 작품 성적을 떠나 이미 ‘빈센조’에는 ‘대륙발 미세먼지 향’이 짙게 뱄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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