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 방송 ‘골때녀’ 제작진 교체…배성재에 사과는 실종 (종합) [DA:이슈]

입력 2021-12-27 15: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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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불거지자 조작 인정 “실제와 순서 다르게 편집”
배성재 “추가 녹음 사실, 제작진이 따로 요청”
김병지 “편집으로 재밌게, 조작 인정 못해”

제작진 교체 및 징계 결정…결방 후 재정비
배성재-이수근 멘트 이용해놓고 사과는 실종
SBS 여자축구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이 조작 방송으로 드러난 가운데 결국 제작진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조작에 이용당한 배성재와 이수근에 대한 사과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조작된 방송은 지난 22일 펼쳐진 ‘골때녀’ FC구척장신과 FC원더우먼의 경기. ‘3대0→3대2→4대3’으로 이어진 치열한 승부 끝에 최종 스코어는 6대3, FC구척장신의 승리로 끝났다. 방송은 최고 분당 시청률이 13.9%까지 치솟으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하지만 방송 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골때녀’의 경기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일부 누리꾼들은 중계진의 멘트, 감독의 위치, 점수판 스코어 등을 분석한 내용을 공유하며 제작진이 전반 5대0에서 후반 6대3으로 끝난 경기를 조작한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결과는 ‘조작’이 맞았다. ‘골때녀’ 제작진은 24일 편집을 통해 순서를 조작했다고 인정하며 사과했다. 이들은 “경기 결과와 최종 스코어는 방송된 내용과 다르지 않지만 일부 회차에서 편집 순서를 실제 시간 순서와 다르게 방송했다”면서 “우리 제작진의 안일함이 불러온 결과였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예능적 재미를 추구하는 것보다 스포츠의 진정성이 훨씬 더 중요한 가치임을 절실히 깨닫게 됐다. 땀 흘리고 고군분투하며 경기에 임하는 선수 및 감독님들, 진행자들, 스태프들의 진정성을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편집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 향후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그럼에도 일부 시청자들은 중계를 맡은 배성재 전 SBS 아나운서와 방송인 이수근의 스코어 멘트를 언급하며 이들의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골때녀’ 제작진은 배성재, 이수근과는 무관하다면서 “전적으로 연출진의 편집 과정에서 벌어진 문제”라고 추가 입장을 배포했다.

이날 밤 배성재는 라이브 방송을 통해 자신과 이수근이 추가 녹음을 한 것이 맞다고 인정했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촬영 현장에서 제작진이 따로 요청한 추가 멘트를 기계적으로 읽어왔다고 고백했다. 배성재는 “편집 조작이나 흐름 조작에 사용될 거라고는 상상 자체를 할 수 없었다”면서 “내 인생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게 너무 충격적이고 부끄럽다. 죄송하다. 내 입으로 뱉은 멘트이니 내가 책임질 것”이라고 재차 사과하며 눈물을 흘렸다.

배성재의 고백 이후 ‘골때녀’ 제작진이 나흘간 침묵하는 사이 ‘골때녀’에서 감독을 맡고 있는 김병지가 나섰다. 그의 옹호 발언은 불난데 기름 붓는 격으로 시청자들의 반발심만 더 키웠다.



김병지는 26일 유튜브 채널 라이브방송에서 “정말 죄송하다. ‘골때녀’를 예능이 담겨있는 스포츠로 봤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그런 범주는 편집에 의해서 재미있게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종 결과는 조작되지 않았다면서 “최선을 다한 결과를 PD와 스태프들이 재미있게 구성한 편집으로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주작은 인정하지 못 한다. 없는 걸 있는 걸로 만든 건 아니다. 편집에 관해서는 사과 말씀 드린다”고 전했다.

‘예능적 재미’를 ‘스포츠의 진정성’보다 우위로 봤다는 제작진의 1차 입장과 같은 맥락의 발언. “진정성 200%”라던 ‘골때녀’를 스포츠로 사랑한 시청자들에게 큰 오해와 실망감을 남기는 멘트였다.

결국 SBS는 27일 오후 ‘골때녀’ 책임 프로듀서 및 연출자를 즉시 교체하고 징계 절차를 밟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자체 조사 결과 시즌 1,2 모든 경기의 승패 결과 및 최종 스코어는 바뀐 적이 없음을 확인했으나 일부 회차의 골 득실 순서가 실제 방송된 내용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리 예능 프로그램이 재미라는 가치에 우선순위를 둔다고 하더라도 골 득실 순서를 바꾸는 것은 그 허용범위를 넘는 것”이라고 잘못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에 책임 프로듀서 및 연출자를 교체하여 제작팀을 재정비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심기일전하기 위해 12월 29일 방송분은 결방하기로 결정했다”고 알리며 환골탈태를 약속했다.

하지만 조작 방송에 이용당한 배성재와 이수근에 대한 구체적인 사과는 따로 없었다. 배성재의 주장에 따르면 그의 추가 멘트를 은밀하게 따로 녹음해 조작에 사용했지만 이에 대한 해명도 없었다. “진행자들의 뜨거운 열정에 부응하지 못한 점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는 말만 있었을 뿐이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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