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그 나이에…학폭·소년범죄 작품들 유의미하다 [홍세영의 어쩌다]

입력 2022-04-13 15:19: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크게보기


감히 그 나이에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보는 사람까지 소름 돋는 불편한 진실. 소년범과 학교 폭력 문제를 다루는 작품이 늘어난다.

먼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김혜수 분)이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소년범죄와 그들을 담당하는 판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극본 김민석 연출 홍종찬)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작품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소년 범죄 늘어나 골머리를 섞어 ‘소년심판’이 주는 메시지가 강하다.
특히 ‘소년심판’은 촉법 소년 등 국내 사회에서 대두된 소년 범죄 심각성을 면밀하게 그려내며 우리가 이제 소년 범죄를 가겹게, 그저 남일처럼 여길 문제가 아닌 당장 우리가 직면한 현실 과제라는 점을 지적한다.

‘소년심판’ 연출을 맡은 홍종찬 감독은 “시나리오를 받고 이런 기획은 앞으로도 만나기 힘들겠다고 생각한 작품”이라며 “‘소년심판’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가 다른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날 내가 가해자나 피해자의 부모가 될 수 있는, 우리 주변과 밀접한 문제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소년범을 혐오하는 심은석 판사로 분한 김혜수 역시 “이런 이야기가 쓰일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보는 사람들이 함께 고민할 수밖에 없는 시리즈라는 생각이 들어 반가웠고, 작품이 내게 온 게 기뻤다”며 “‘소년심판’은 어떤 역할과 책임에 대한 담론을 던지는 작품이다. 한 명이라도 더 보게 해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며 “사회 구성원으로서 더는 미루지 않고 소년범죄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부터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전했다.

또한, 작품을 집필한 김민석 작가는 “언론을 통해 보도된 지점과 현직에서 일하는 사람들 사이의 인식이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며 “소년 범죄를 바라보는 균형적인 시선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살인, 가출 청소년, 학교 폭력 등 성인 범죄 못지않은 소년 범죄 전반을 고루 이야기한 ‘소년심판’은 이성적으로 모든 사건을 바라보아야 하는 판사들 눈을 통해 감정적이고 편파적인 시각으로 소년 범죄를 바라보는 사회와 어른들의 잘못된 인식을 꼬집는다.

그리고 이런 ‘소년심판’과 맥을 같이 하는 작품이 티빙 오리지널 ‘돼지의 왕’(연출 김대진 김상우 극본 탁재영)이다.

소년 범죄 전체 틀을 다룬 ‘소년심판’과 달리 학교 폭력을 큰 줄기로 삼는 ‘돼지의 왕’은 연쇄살인 사건 현장에 남겨진 20년 전 친구의 메시지로부터 ‘폭력의 기억’을 꺼내게 된 이들 이야기를 그린다. 동명의 장편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돼지의 왕’은 과거 학교 폭력에 대한 피해 기억이 훗날 ‘연쇄 살인 동기가 된다’는 점에서 학교 폭력이 얼마나 심각하고 무서운 것인지를 단편으로 그린다.

주인공 황경민(김동욱 분)은 학창 시절의 트라우마(학교 폭력 피해)가 깨어남으로 인해 평범했던 인생이 달라지는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살인을 저지르고 경찰에게 쫓기는 ‘가해자’가 되는 아이러니한 인물. 평생 폭력의 피해 기억 속에 사로잡히는 이들도 있지만, 그릇된 복수심 등은 또 다른 범죄를 야기한다는 것을 ‘돼지의 왕’은 지적하고 있다. 학교 폭력 가해자의 기억보다 피해자가 정신과 몸에 새기는 ‘피해 기억’은 그만큼 무섭다는 것을 오롯이 담아낸다.

‘돼지의 왕’뿐만 아니라 MBC 금토드라마 ‘내일’(연출 김태윤, 성치욱 극본 박란 박자경 김유진)도 1, 2회를 통해 학교 폭력이 학창 시절을 보낸 한 개인에게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 지를 담았다. 과거 기억에 사로잡힌 이들을 향한 그릇된 주변인 시선. “어릴 때 친구들끼리 그럴 수도 있지”라는 천박한 수준의 말을 무심코 내뱉는 이들이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퍼져 있음을 단편적으로 그렸다.



알고 있지만, 내 일이 아니라서, 내 가족 이야기가 아니라서 그냥 가십거리로 내뱉는 말들은 실제 피해자들에게 큰 상처다. 소개한 작품은 상처를 입은 피해자들을 위한 작품이다. 하지만 이런 작품들이 분명히 경계해야 하는 지점도 있다. 작품으로 파생된 유사 범죄, 모방 범죄다. 작품에서 주는 책임 회피, 면피 방식은 자칫 또 다른 범죄 유형으로 진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아동·청소년 범죄는 성인 범죄 못지않게 나날이 진화한다. 따라서 메시지 만큼이나 작품으로 파생되는 문제까지 고민해야 한다. 아니 필수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다.

한 제작 관계자는 동아닷컴에 “소년 범죄, 학교 폭력을 다루는 작품은 분명한 메시지가 있어 제작 의미가 크다. 단순히 재미를 추구하는 것을 넘어 한 번쯤 곱씹어 볼 문제다. 다만,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있어서 보이는 잔혹성이다. ‘이런 장면을 그대로 노출해도 될까’다. 내 자식이라면 이런 작품도 있다고 소개해주고 싶으면서 자칫 따라 하거나 흉내 낼까 두렵다. 그만큼 콘텐츠를 다루는 사람들은 이 점을 꼭 생각했으면 좋겠다. 사실 드라마 종영 이후 잔혹한 장면만 클립 영상으로 모아 노출하는 방송사를 많이 봤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제작하는 입장이지만, 작품으로써 의미로 끝내야지 장사로 활용하는 것은 2차 가해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어떤 작품이든 후폭풍에 대한 고민은 꼭 필요하다. 작품 성패를 떠나 작품을 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과 그 책임은 시청자 개인 아닌 만드는 사람에게 있음을 인지하고 제작했으면 한다”며 “단순히 피해자 아픔을 헤아리고 가해자 편을 들지 않는 것을 넘어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을 마련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내용을 함께 다루는 것이 작품이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넘어 큰 의미를 가지는 것 같다. 이런 고민이 없다면 그저 흥미를 위한 소재로 누군가 아픔을 사용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