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맞대결에 앞서 한화 김경문 감독(오른쪽)과 두산 이승엽 감독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한화 이글스-두산 베어스전이 열린 11일 잠실구장은 김경문 한화 감독(66)과 이승엽 두산 감독(48)이 사령탑으로 맞붙는 첫 경기로 큰 관심을 모았다.
김 감독과 이 감독의 인연은 특별하다. 김 감독은 2008베이징올림픽 야구국가대표팀의 사령탑이었고, 이 감독은 당시 일본과 4강전~쿠바와 결승전에서 잇따라 2점홈런을 날리며 금메달의 일등공신이 됐다. 8강전까지 23타수 3안타로 부진했던 이 감독은 대회 막판 결정적 활약으로 ‘국민타자’의 이미지를 굳혔고, 그를 끝까지 믿고 기용하는 뚝심을 보인 김 감독은 올림픽 금메달을 이끈 ‘국민감독’으로 인정받았다.
그랬던 두 사람이 KBO리그에서 적장으로 만났다. 이 감독이 일본프로야구(NPB) 생활을 마치고 삼성 라이온즈로 유턴한 2012년부터 선수생활을 마친 2017년까지 김 감독은 NC 다이노스 사령탑이었다. 이후 2018년 6월 NC 감독직을 내려놓았다. 오랜 시간이 지나 2023시즌을 앞두고 이 감독이 두산 사령탑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김 감독도 올해 한화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이날 맞대결이 성사됐다.
김 감독은 경기 시작 3시간여를 앞둔 오후 3시30분께 잠실구장에 도착해 이 감독과 해후했다. 평소보다 많은 취재진을 보고 놀라기도 했다. 이어 두산 감독 시절(2004년~2011년 6월) 함께했던 포수 양의지(37)의 어깨를 두드리며 덕담을 건넸다. 양의지도 환한 미소를 보였다. 이후 장원진(독립리그 화성 코리요 감독), 김태룡 두산 단장과 관계자 등 과거 인연들도 김 감독에게 인사하기 위해 3루측 덕아웃을 찾았다.
이 감독은 김 감독과 인연을 설명하며 “(김경문 감독님은) 항상 감사한 감독님이라고 생각한다. 감독으로서 맞대결을 펼치는 상상은 항상 하고 있었다. 김 감독님께서 언제든 복귀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기대감이 있었는데 현실이 됐다”고 활짝 웃었다. 그러면서도 “이제 상대팀이니까 나는 우리 팀을 위해 100% 집중해야 한다”고 필승을 다짐하기도 했다.
그라운드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며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던 김 감독은 “이 감독과 사령탑으로 맞대결을 벌일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면서도 “옛날 생각이 나서 반가웠다. 승부의 세계에서 냉정해야 하지만, 베이징올림픽 우승은 잊히지 않는 장면”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장을 떠나 있을 때도 젊은 감독들이 잘하는 부분은 더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이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모두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고, 감독 2년차인데도 팀을 잘 이끌고 있다. 한화도 다른 팀들에 밀리지 않고 좋은 경기를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잠실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