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구하려다’…대전 공사장 붕괴, 매몰 인부 3명 모두 사망

입력 2011-09-25 10: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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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흙더미에 묻힌 동료를 구하려다가 공사장 인부 3명이 모두 매몰돼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25일 오전 9시38분 경 대전 유성구 원촌동 원촌교 인근 하수도 차집관거 공사 현장에서 흙더미가 무너져 내려 인부 김 모 씨(50) 등 3명이 매몰됐다.

용접공인 김 씨는 이날 지상에서 용접을 하던 중 토사가 무너지면서 미리 파 놓은 깊이 7m가량의 구덩이에 묻혔다.

함께 작업 현장에 있던 굴착기 기사 김 모 씨(47)와 현장 관리소장 이 모 씨(32)는 용접공 김 씨를 급히 구해 내려고 손을 뻗었다가 무너져 내리는 토사에 휩쓸려 함께 매몰됐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토사에 휩쓸린 김씨를 구하려고 손을 내밀었다가 동료들도 함께 묻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인력 50여명과 굴착기 2대 등을 동원해 구조 작업을 벌였으나, 사고 발생 4시간여만인 오후 1시30분 경 3명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사고 당시 김 씨 등은 하천에서 3m가량 떨어진 둔치에서 작업 중이었다.

경찰은 물이 스며들며 약해진 지반이 무너져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구조작업이 진행되던 오전 10시50여분 경부터 매몰된 인부들의 신체 일부가 드러나 소방당국이 구조에 사력을 다했으나 하천물과 토사가 매몰지로 계속 유입돼 어려움을 겪었다.

소방당국의 한 관계자는 "인부들이 매몰된 곳으로 자꾸 물이 스며들면서 구조작업이 지연됐다. 양수기를 이용해 물을 빼냈지만 역부족이었다"며 "결국 인부 3명 모두 숨진 상태로 인양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공사는 대전시 건설관리본부에서 발주해 지난해 3월부터 시작한 '갑천 제2차집관거 설치공사'로, 이날 갑천변에서 우천에 대비한 하수관 증설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사고가 날 당시 근로자들은 대전의 한 토건업체가 특허를 낸 'SGP(Steel Guide Plate) 설치 공법'으로 흙막이 작업을 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법은 지하에 가이드 파일을 박은 뒤 다시 파일 사이에 130㎝ 두께의 강판을 박아 넣는 공법으로, 현장의 용접 공정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고 당시 근로자들이 하천 바로 옆에서 버팀대 용접 작업을 하다 연약한 지반을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시공 전 지하수량이나 지반의 지지력 등을 파악할 때 바로 옆에 갑천이 흐른다는 것을 얼마나 염두에 두었는지에 대해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공사장에서 갑자기 '꽝'하는 소리가 났다"는 목격자들의 말을 참고하는 한편, 공사 현장 관계자를 불러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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