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으면 당연히 버려야지”…요즘 10대들 왜 이러나

입력 2011-10-10 06: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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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 영유아 살해·유기 잇따라‥대책 시급
"운이 나빠서 임신한 건데 당연히 지워야지요", "임신 3개월 넘어서 중절수술하면 건강에 안 좋대요. 그냥 낳고 버리는 게나아요" (대전의 한 청소년상담센터 상담 내용).

10일 대전·충남 경찰에 따르면 지난 6일 충남 논산의 한 아파트 소화전에서 발견된 영아 시신을 유기한 범인은 다름 아닌 고등학생 아빠와 엄마였다.

이들은 임신한 사실조차 몰랐고, 부모에게 말하면 크게 혼날 것이 두려워 아기를 목 졸라 죽이고 소화전에 버렸다고 진술했다.

지난 5월 대전에서도 아기를 낳은 직후 살해하고 유기한 '철없는' 청소년 아빠·엄마가 붙잡히기도 했다.

시대 변화에 따라 청소년 간 이성 교제는 점점 늘고 그 모습도 성인의 모습과 다를 바 없어졌다.

이에 따라 임신하는 청소년도 늘었지만 이들의 임신은 여전히 축복받지 못하면서 출산 후 아기를 버리거나 심지어 살해하는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집계한 10대 청소년의 분만 건수는 2006년 1400여건에서 2009년 2000여건, 2010년 2230여건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청소년 상담 전문가들은 무허가 시설에서의 분만이나 중절 수술까지 합치면 10대의 임신 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전의 한 청소년 상담사는 "이성 친구를 사귀는 10대의 상담 내용 대부분은 성관계에 대 고민이다. 청소년의 연애가 예전보다 훨씬 자유로워졌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잦은 것이 사실이다"라고 전했다.

또 "임신 청소년 대부분이 '피임에 대해 들어봤지만 정말 임신이 될 리는 없을 것 같아 필요성을 못 느꼈다'고 말한다"며 "말 그대로 '운이 나빠 임신했다'고 생각할 정도다"고 말했다.

'임신 이후'에 대한 사회적 합의나 교육도 걸음마 수준이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초중고교 교과서 내용 중 사회적 차별을 조장할 우려가 있는 부분에 대해 교과부 장관에게 수정을 권고하면서 한 예로 고등학교 보건 교과서의 '10대 임신의 문제점'을 들었다.

인권위는 '10대가 임신하면 선천적 장애가 있는 아이가 태어나기 쉽다. 이 아이는 사회적·법적 차별에 직면하게 된다'는 교과서의 내용에 대해 "청소년기 임신과 출산을 예방하기 위한 교육 취지와 어긋난다"며 문제로 지적했다.

이어 "다른 교과서에서는 영유아 유기의 경우 범죄 행위임에도 하나의 상황으로 제시했는데 이는 적절치 못하다"며 "청소년 비혼 부모에게 가해질 수 있는 차별을 정당화할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환경 속에서 학생들은 임신 당시에는 돈이 없어서, 출산 후에는 겁이 나서 아기를 버리거나 살해하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고 보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정하경주 활동가는 "청소년들은 불법을 감수하고라도 임신 중절수술을 할 만한 자원(돈)이 성인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에 아이를 낳은 후 죽이는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일선 학교의 한 관계자는 "10대의 임신·출산이 주홍글씨가 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아이를 낳았을 때 느껴지는 '보이지 않는 공포'가 청소년들에게 극단적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각 학교가 의무적으로 10시간 이상 해야 하는 성교육도 유명무실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하름이 청소년성문화센터 인치은 운영팀장은 "성교육은 개인사에 따라 상담 내용이 달라지기 때문에 한번에 적은 인원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러나 일선 학교에서는 성교육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교실이나 강당에 학생들을 모아놓고 성교육 VTR를 보여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지적했다.

정하경주 활동가는 "여자 청소년들은 상대방의 성관계 요구를 거절하면 자기를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성관계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피임에 관해 요구하면 상대방에게 성에 대해 많이 안다는 데 그치지 않고 '문란하다'고 여겨질까봐 쉽게 말하지 못한다"며 "학교에서의 성교육 내용뿐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여성은 수동적, 남성은 적극적이라고 여기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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