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넘는마법,그것은‘땀’의전술…명감독의조건

입력 2008-06-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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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축구대표팀 감독을 히딩크 아닌 다른 사람이 맡았어도 과연 월드컵 4강에 오를 수 있었을까? 유로2008에서 약체로 평가되던 러시아가 네덜란드를 이기는걸 보고 ‘아니다’라는 확신을 더 갖게 됐다. 팀 스포츠에서 감독의 역량은 단기전일수록, 큰 게임일수록 더 부각된다. 게임수가 많은 정규시즌이나 장기레이스에서는 최고승률이 7할, 최저승률은 3할 언저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는 아무리 약한 팀도 10번 중 3번은 이기고 아무리 강한 팀도 3번은 진다는 뜻으로 장기전에서는 감독의 역량보다는 팀 전력이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큰 게임이면 잘 하던 선수도 심리적 부담감이 커져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선수가 가진 기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게 만드는 게 감독이 해야 할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감독의 역량은 이때 특히 두드러지게 된다.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선수들이 가진 실력 이상을 발휘하게 만들면 명감독, 실력 이하를 보여주게 만들면 보통감독 소리를 듣는다. 그래서 감독 선임은 국가대표팀 감독을 선발하는 협회도 그렇겠지만 승률이 수입과 직결되는 프로구단에서 가장 중요한 인사다. ‘감독의 역할은 어디까지인가?’, ‘어떤 감독이 좋은 감독인가?’, ‘감독 재목을 키우려면?’ 등은 아직도 정리가 덜된 숙제이기도 하다. 프로구단에서 감독의 역할은 제조업 기준으로 생산라인의 총책임자로 볼 수 있다. 경기 생산에 관한 한 감독에게 주어지는 전권으로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까지가 감독의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명감독 평가를 받으려면 한 단계 넘어서야 한다. 메이저리그 명감독열전의 저자 레너드 코페트는 ‘야구감독은 군대의 장군과도 같고 감독은 전략, 전술의 결정뿐만 아니라 훈련, 선수 스카우트, 건강관리, 집안관리 및 심지어는 도덕적인 면까지 관리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가 구체적으로 제시한 감독의 임무는 경기운영, 엔트리 결정, 선수 기량평가, 선수단 기강 확립, 구단조직과의 유대, 매스컴과 팬 상대, 선수지도, 코치에게 권한 위임, 감독 업무와 사생활의 조화, 투수진 운영 등이다. 여기서 투수진 운영만 빼면 어떤 종목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감독 임무의 모범답안으로 보인다. 이 중 약간 생소해 보이는 매스컴과 팬을 잘 상대해야 한다는 말은 “아직도 배가 고프다”거나 “조국의 역적이 되고 싶다” 등의 적재적소에 적절한 어휘를 구사할 줄 아는 능력으로 보면 되겠다. 감독에게 주어진 이러한 임무를 탁월하게 잘할 때 명감독이라는 호칭이 주어진다. 가장 어려운 숙제는 감독을 키울 수 있을까이다. 물론 얕은 물에 큰 배를 띄울 수 없듯이 선별된 재목에 한한다. 일반조직에서는 리더를 키우는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개발돼 있지만 선수 출신이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걸림돌이다. 아무리 리더십이 있더라도 선수생활을 안해본 사람이 감독직을 수행하기는 학업을 병행한 선수가 경지에 오르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게 정설이다. 그래서 모든 감독들이 처음 감독을 시작할 때는 선수시절 자신을 가르쳤던 감독으로부터 전수받은 방식으로 첫발을 내딛게 된다. 그리고 실전을 통해 터득한 경험을 보태 노하우를 축적해나가게 된다. 감독평전 등으로 볼 때 그 과정에서 종목에 대해 자신만의 뚜렷한 관(觀)이 서고 전략 수립 역량을 갖추는 게 명감독이 되는 기본이다. 그 이후는 필요한 전문지식들을 더 깊이 있게 깨우쳐 승부세계에 독창적으로 적용하는데 있을 것이다. 결국 보통감독은 키워지지만 명감독은 본인의 노력여하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겠다. 정희윤 스포츠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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